자연을 모티브로 한 사계의 향연
진종환 시인의 작품에서 드러난 시인만의 언어는 안토니오 비발디의 《사계》를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각 곡은 3악장으로 되어 있고, 빠른 악장들 사이에 느린 악장이 하나씩 끼어져 있다. 그 곡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제목이 붙여져 있다. 사계를 구성하는 네 개의 협주곡은 각 계절을 아름답게 잘 묘사하고 있다. ‘겨울’은 어둡고 우울하다. 하지만 그 반면에 ‘여름’의 1악장은 천지를 뒤흔들고 천둥번개를 떠오르게 한다.
사계의 특징과 상징성은 우리 인간의 삶이다. 누구의 삶이든 봄 여름 가을 겨울이다. 봄은 유년이요, 여름은 청년이요, 가을은 장년이요, 겨울은 노년이다. 올해로 93번째의 사계를 맞은 진종환 시인의 삶은 온통 자연을 모티브(motive)로 한 정서적(emotion) 그리움과 사랑의 계절을 시로 노래하고 있다. 어둡고 우울한 노년의 겨울일 법도 한데 여전히 시인은 뜨겁고 열정적인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찬미하는 그리움과 사랑의 노래뿐이다.
진종환 시인의 투박한 단어는 온갖 세상 풍파 속에서도 잘 다듬어진 조약돌처럼 은은한 빛이 난다. 모난 데 없이 몽돌처럼 단단하고 동글동글 둥글둥글하지만, 무수한 삶의 이야기와 기억을 품고 있다. 거친 지표를 뚫고 나온 원석처럼 날카롭지 않고 뾰족하지도 않고, 거칠지도 않다. 부드럽고 매끄럽다. 이는 부딪쳐도 상처의 흔적이 남을 것 같지도 않은 유연함은 시인의 따뜻한 성정에서 나오는 너그러움이다.
반드시 강이 넓다고 좋은 강은 아니다. 좁아도 많은 물고기가 살고 있으면 좋은 강이다. 깊다고 좋은 바다는 아니다. 얕아도 깨끗한 바닥이 보일 만큼 깨끗하다면 충분히 좋은 바다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