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이자 시각예술가로서 나는 점묘화를 그리듯 픽셀 단위로 그림을 ‘찍는다’. 모니터 위 수많은 점을 마우스로 클릭해가며, 추상적인 느낌에 따라 하나씩 색을 정해준다. 차분한 것은 회색, 들뜬 것은 붉은색으로. 이 책을 읽고, 나는 색이 생각보다 훨씬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대상임을 알게 됐다. 저자는 인간이 색을 그저 ‘보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정보를 ‘조합해’ 인지하며, 색의 의미를 스스로 부여한다고 말한다. 검정, 노랑, 초록 등 각각의 색을 집요하게 헤쳐 보며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그야말로 ‘색다르고 다채롭게’ 풀어낸다. 이를 통해, 내가 만들어온 작품이 인류사 전체에 걸쳐 쌓아올려진 색깔의 의미에 기반했음을 비로소 깨달았다. 색을 다루는 사람에게도, 색을 마주하는 사람에게도 분명 흥미로운 독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