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생각하니 나한테 중요하지도 않은 애들에게 맞추려고 아등바등하는 내 모습이 조금 웃겼다. 반에 있는 얼굴도 이름도 잘 모르는 애들처럼, 예진이네가 뭘 하든 나랑은 상관없는 거 아닌가? 지옥 문턱까지 다녀온 마당에 그 애들 좀 없다고 그렇게 외롭기야 하겠나 싶었다.이렇게 정리하기로 했다.서로 다른 행성이 만나, 충돌했고, 조금의 흔적은 남았지만 그런대로 잘 지나갔다
이렇게 할 수 있던 건 내가 강해져서가 아니다. 내가 갑자기 변해서도 아니다. 아저씨가 준 선물 덕이다.어제, 아저씨는 내 귀에 대고 이렇게 말했다."소중한 건 거는 게 아니고 지키는 거야"라고. 정말로 계약을 따내야 하는 악마라면 절대 입에 올리지 않을 말이었다. 그래서 그 말이 마치 인생의 진리처럼 들렸다.
"제가 부르면 와 주고, 물어보면 답해 주고, 이야기하면 들어주고, 뭐 그런 거 있잖아요.." 아저씨가 시큰둥한 얼굴로 눈동자를 굴렸다."그게 잘해 주는 거야? 당연한 일 아니야? 인간들은 안 그래? 대체 어떤 삶을 사는 거야? 악마보다 더하네.""아저씨가 악마 같지 않은 거예요."내 반박에 아저씨는 코웃음을 쳤다."참 나, 대체 인간들은 악마를 어떻게 생각하는 거야?""인간들 유혹해
"……죽은 사람을 살릴 순 없죠?" 굉장히 은밀하고 중대한 질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저씨는 단박에 "있지" 하고는 포크에 묻은 생크림을 쪽 빨았다. "그런데 순리를 거스르는 데에는 많은 대가가 필요해." "예를 들면요?" "사람 한 명을 살리려면 제물이 필요해. 각기 다른 사람의 머리, 팔, 다리, 몸통 그리고 심장이 있어야 하지. 그러니까 총 다섯 명의 부위 다섯 개가 필요하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