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약자의 연정이 품은 맹목적인 가연성과 전복적인 역동성을 아는 이들을 위해 마련된 파티 같다. 무효하고 실속 없는 것으로 취급되던 그 감정은 집착과 오기에 사로잡힌 네 명의 여자들에 의해 예술의 경지로 도약한다. 이들은 온갖 사달을 일으키면서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무죄의 알리바이를 준비하기는커녕 각자의 뒤틀린 논리로 착실하고 정성스럽게 망상의 천국을 지은 후 그 왜곡의 황홀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탐닉한다. 예정된 파멸 속에서도 서늘하게 웃는 이들의 얼굴에서, 여성의 불투명한 욕망은 휘발되지 않고 깊이 서린다. 사랑과 범죄 사이의 에로티시즘, 돌봄과 학대 사이의 누아르, 신성과 세속 사이의 유락. 지금 한국문학에서 이런 미학을 선보이는 작가는 이희주가 거의 유일하며 가장 유창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여성을 대상으로 한 증오 범죄가 보도되는 오늘날, 이 소설을 음미하는 일에는 결코 양도하고 싶지 않은 불온한 쾌락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