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망원경으로 볼 수 있다면 엉망인 우리도 좀 괜찮아 보일 수 있을까? 현미경과 망원경을 번갈아 쓰며 이야기의 배율을 조정하는 정세랑의 작품들은 삶이 언제나 그것을 포착하는 화각의 형식보다 크거나 작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작은 일도 모서리를 가늠할 수 없는 바다처럼 크고, 큰일도 쪼개어 해낸다면 찻잔처럼 작은 모금이 된다고, 삶은 다른 배치를 얻을 수 있다고. 정세랑의 소설은 오늘도 서로 다른 배율을 가진 이야기들을 엮는 재봉틀처럼 부지런히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