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삶이 그의 시”(「피와 칼과 눈물」)라면 변경섭의 시는 마른 대지를 서서히 적시는 빗물과도 같다. 노쇠한 남편이 마지막 사랑의 징표로 처마 밑에 빼곡히 장작을 쌓아둔 집을 지나며 아궁이에 불이 꺼질 때쯤 당신 보러 가리라, 한다. 뙤약볕과 폭풍우에도 굽은 허리일지언정 굳건히, “안간힘 쓰며”(「걷다가」) 이름 모를 생명들과 함께 목발을 짚으며 걷고 또 걷는다. 족도리풀꽃과 해쑥과 고라니와 인동초가 관계에서 더 빛을 발한다. 마을을 넘어 세상에 퍼지는 詩밥 한 상이 풍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