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롭고 아름다운 섬. 그곳에서 나는 상쾌한 첫인상과 달리 아주 어렵고 무겁고 두꺼운 책을 반복해서 읽고 있는 듯한 무게감을 온몸으로 느껴야 했다. 오키나와가 짊어진 무거운 역사와 세월이 가도 씻기지 않는 전쟁의 비극이 내내 마음을 짓눌렀다. 그러나 그 무거움을 위로한 건 또다시 자연이었다. 깨끗한 하늘과 맑고 푸른 바다는 상처와 고통의 현장이면서 동시에 위로와 치유의 장이 되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때 느꼈던 두 가지 감정을 고스란히 반복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섬에서 살아본 자라면 누구나 경탄의 소리를 내지르지 않을 수 없다며 주인공이 ‘흐메, 환장하겠다’를 외칠 때 나도 그날의 태양, 바다, 함께 부르던 노래와 시를 떠올렸다. 그러나 이 섬에서는 누구나 소중한 사람을 빼앗긴 과거가 있다는 주인공의 아픔에 가닿을 때는 나 역시 ‘사라진 희망을, 이산과 사별을, 사라진 과거를 끌며 살아가는’ 오키나와 사람들의 한과 절망에 고개를 숙였다.
오키나와를 여행하면서 사람들이 그곳에서 아름다움만 가져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었다. 우리가 꼭 들어야만 하는 이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독자들이 많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