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희의 시는 불가능을 뒤집는 반어와 역설의 시라 할 수 있다. 그의 시세계에서 불가능한 것은 없다. 정지된 것들도 없다. 그 속에 등장하는 온갖 것들은 끝없이 몸을 바꾸며 저 혼자 널뛰기를 하다가, 날아다니다가 결국 생뚱맞은 얼굴을 하고 돌아온다. 가령 “애인”은 “생소한 물체”가 되고 “오래전 사용했던 이야기”가 되고, “심장”은 “빨간 양말”이 되어 “불타오르”기도 한다. 그는 일정한 스타일을 고집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의 시가 난삽하고 어지러운 시는 아니다.
그의 시에는 관념과 현상을 함께 아우르는 중심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자유로운 중심이라는 점에서 새롭다. 가령 방의 중심에 침대가 놓여있고 그 중심에 자신이 누워 있는데, 알고 보면 방바닥도 하나의 벽이어서 사실 침대는 벽에 매달려 있는 셈이고 그 중심에 자신이 있다는 것. 그렇다면 자신은 결국 한쪽 벽에 매달려 있는 상태가 아닌가. 그런 상태가 중심이라면 과연 중심은 어디이고 그것은 무엇인가? 이렇게 그의 자유로운 발상 속에는 규정된 틀을 깨는 질문이 있고 근원을 향한 철학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