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주는 지금까지 자신을 욕받이로 만들었던 온갖 진상들을 향해 실컷 욕을 퍼부은 기분이었다. 담배를 피우며 분노를 삭이는 건 제 몸만 태울 뿐이었다. 건물 옥상에 올라 떨어져 죽어도 회사는 눈도 깜박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소변 보러 갈 시간조차 감시하며 하루 백 통의 콜을 소화하라 쪼아대는 이들이었으니. 회사가 보호해주지 않는다면 스스로 강해지는 수밖에 없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명주는 이제야말로 진상들을 퇴치하는 확실한 매뉴얼을 얻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원한 것은 그렇게 거창하고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원한 것은 그저 한 끼의 소박한 식사, 겨울 숲의 청량한 바람, 눈꽃 속의 고요, 머리위로 내려앉는 한 줌의 햇살, 들꽃의 의연함, 모르는 아이의 정겨운 인사 같은 것들이었다. 자신이 아직은 더 보고 싶고 느껴보고 싶은, 아직은 죽지 않고 살아 있고 싶은 이유였다.
처음엔 명주도 자신의 힘으로 충분히 엄마를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밖에서 겪는 모멸감에 비하면 내 엄마를 간병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지만 그것이 착각이란 걸 알게 되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자신 안에 있는 자비심이란 얼마나 알량하고 얄팍했던지. 명주는 엄마를 돌보기 시작한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소리를 내지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