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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버스
문미순
아시아 202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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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비눗방울
망치
터널
딱따구리
내가 고요라는 단어를 발음하는 순간
고양이 버스

해설: 비눗방울의 꿈_안지영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201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1년 심훈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첫 소설집 『고양이 버스』를 펴냈다. 2023년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으로 제19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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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04쪽 | 234g | 128*188*13mm
ISBN13
9791156625605

책 속으로

재경은 얼굴로 불어오는 찬바람을 들이마시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웬일인지 그녀 가슴 한쪽에 간직하고 있던 아름다운 풍경 하나가 밤하늘의 불빛 속으로 영영 사라진 것 같은 쓸쓸함이 밀려왔다.
어둡고 찬 대기를 가르며 버스가 오는 것이 보였다. 재경은 옆에 놓아둔 종이가방에 눈길이 닿자 무슨 결심이 선 듯 그것을 번쩍 들어올렸다. 한걸음에 정류장 뒤편 어두운 풀숲으로 가서 나무 사이에 그것을 던져놓았다. 그러곤 집에 가는 버스에 훌쩍 올라 빈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수년 전 어느 날의 퇴근길처럼 온몸이 무너져 내리듯 졸음이 몰려왔다.
--- 「비눗방울」 중에서

노파는 어젯밤 늦게 손자의 원룸에 도착했다. 손자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자정이 넘어 잠이 들었지만 새벽 일찍 눈을 떴다. 열 평 남짓한 원룸에는 희뿌연 새벽빛이 간밤에 들어찬 어둠을 몰아내고 있었다. 노파는 한쪽 벽면에 엉성하게 서 있는 원룸 안의 또 다른 작은 방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원룸의 계약만료일이 4일 앞인 데다, 그 안에 저 작은 방을 철거해 원래대로 해놓으려면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야만 했기 때문이다. 손자가 도와줘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스물둘이나 된 손자는 노파가 온 것에 감사는커녕 불청객이 오기라도 한 듯 툴툴거렸다. 손자는 희멀건 얼굴을 베개에 파묻은 채 곤히 자고 있었다. 노파는 조급한 마음에 부아가 치밀어 자고 있는 손자의 등짝을 매몰차게 후려쳤다. --- 「망치」 중에서

우재는 왠지 끝까지 듣고 있기가 거북했다. 무엇보다 병문안을 와서 할 얘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문객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우재는 친구의 아내가 방문객을 귀찮아하진 않을까 마음이 쓰였다. 그녀는 우재가 남편의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살갑게 대해주던 여자였다. 우재는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 얘기를 들으며 힘겹게 웃고 있는 그녀를 보는 것이 고역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고래 이야기를 들려주던 방문객에도 훨씬 못 미치는 사람이란 걸 병원을 나서면서야 깨달았다.“ 요즘은 의술이 좋아서 다들 고친다더라.” 친구의 처진 어깨를 토닥이며 그가 한 말이라곤 그런 뻔하디 뻔한 위로의 말뿐이었다. --- 「딱따구리」 중에서

정훈이 인사도 없이 훌쩍 떠났다. 하지만 이제 혜란은 안다. 정훈은 항상 그녀에게 다정한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는 걸.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는 걸.
‘왜 참아요? 난 안 참아요. 못 참아요. 사람이 사람을 함부로 대해선 안 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누나도 참지 말아요.’
--- 「내가 고요라는 단어를 발음하는 순간」 중에서

세아는 느닷없이 내 손을 잡아끌며 옥상으로 가자고 한다. 이 밤에? 뭐 어때요. 난 수시로 가는데. 세아가 엘리베이터를 타더니 꼭대기 층을 누른다. 세아의 눈은 전에 없이 흥분으로 가득하다. 나는 엉겁결에 세아를 따라 옥상으로 올라간다. 세아는 옥상 난간으로 달려가 빨리 오라고 손짓을 한다. 나는 한 번도 올라와보지 않은 옥상을 세아는 제 집처럼 뛰어다닌다. 세아의 나풀대는 몸짓에 현기증이 인다. 저맘때의 내 모습이 생각나지 않는다. 선생님. 토토로 아세요? 토토로? 네, 만화영화 〈이웃집 토토로〉요. 세아는 난간 아래를 내려다보며 환호성을 지른다. 그러다 다시 난간 틀에 몸을 기대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세아는 막 하늘에서 누구를 보기라도 한 듯 양손을 크게 벌려 흔든다.

--- 「고양이 버스」 중에서

출판사 리뷰

2021년 심훈문학상 소설 부문 수상자, 문미순 소설가의 첫 번째 소설집
훼손된 세계에서도 참된 삶의 의미를 놓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


201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고양이 버스」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문미순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주제의식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소설 작법이 인상적이라는"(박범신, 김원우 소설가) 평을 받은 소설 「고양이 버스」를 비롯하여 모두 6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소외당하고 외면당하는 변두리의 삶을 다루면서 내재한 고통과 상처, 의지와 자존을 미적 거리를 확보하면서 구체적인 언어로 서술하고 있다.

단절의 파국에도 사랑과 생명의 의지가 반딧불처럼 미미하게나마 존재를 밝히는 인간학이 빛난다. (구모룡 평론가)

「비눗방울」에서는 오래전 ‘연 교수’와 연 교수의 외손녀를 돌보는 도우미 일을 했던 ‘재경’의 우연한 재회를 그리고 있다. 연 교수와의 만남이 불편하기만 한 재경은 얼른 인사만 하고 헤어지고 싶지만 어째서인지 연 교수는 만남을 계속 연장한다.

「망치」의 노파는 닥친 문제를 끝끝내 해결해보려는 사람처럼 보인다. 아들과, 손자가 저지른 일들을 자신이 매듭지어야만 한다는 사명감을 가진 사람처럼 덤벼든다. 모든 것이 원상복구되기를, 문제가 잘 해결되기를 바라지만 세계는 그렇게 녹록지 않다.

그런 식으로 문미순의 소설 속 인물들은 바람은 쉽게 이루어지지 못한다. 원하는 결말에 도달하기 쉽지 않고 세계는 인물들이 가려는 길을 자꾸 방해하는 것만 같다. 그저 딱따구리를 보고 싶다는 단순한 소망으로 눈 오는 날 산행에 나선 「딱따구리」 속의 ‘우재’에게도, 돌보는 아이들이 갑자기 사라져버려 패닉 상태에 빠진 「터널」 속 ‘지민’에게도 원하는 결말은 쉽사리 찾아올 것 같지 않다. 소설 속에서 그들을 이해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만 같고 그들이 간절하게 내보이는 호소 역시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인물들은 계속 나아간다. 「내가 고요라는 단어를 발음하는 순간」에서는 생계를 꾸리기 위해 부당한 대우도 참아가며 마트에서 일하는 ‘혜란’이 등장한다. 언제까지나 참기만 할 것 같던 그가 다른 가능성도 떠올려보게 되는 것은 그 자리를 박차고 떠난 ‘정훈’의 존재 때문이었다. 문미순 작가의 등단작인 「고양이 버스」는 스와힐리어를 가르치는 '나'와 ‘세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사람은 각자가 가진 아픔으로 인해 쉽사리 가까워지지 못하고 이리저리 미끄러지며 어긋나기만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모른 척 외면하지만 않는다면 언제라도 다른 길이 열릴지도 모른다.

문미순의 작품들은 이렇듯 진솔한 삶의 체취를 바탕으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현실에 대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패배할 것을, 다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서로의 보호막이 되어주기 위해 나아가는 이들의 삶은 고귀하고 아름답다. 문미순은 이러한 비눗방울과 같은 존재들의 편에 서서 그들의 꿈에 응원을 보내는 중이다. (안지영 평론가)

추천평

문미순의 소설은 소설이 인물을 창조하는 장르라는 특성을 매우 탁월하게 드러낸다. 뛰어난 인물 형상을 통하여 등장인물의 내밀한 관계와 미시 권력, 유대와 정동의 흐름을 제대로 포획하고 있다. 주변화된 변두리의 삶을 다루면서 내재한 고통과 상처, 의지와 자존을 미적 거리를 확보하면서 구체적인 언어로 서술한다. 이리하여 훼손된 세계에서 참된 삶의 의미를 놓치지 않는 사람들의 주체성이 실감으로 와닿는다. 단절의 파국에도 사랑과 생명의 의지가 반딧불처럼 미미하게나마 존재를 밝히는 인간학이 빛난다. - 구모룡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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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참아요? 난 안 참아요, 못 참아요
    왜 참아요? 난 안 참아요, 못 참아요
    2021.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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