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행간에서 당신과 나의 자리는 과연 어디쯤에 있는 것일까. 명인숙 시인의 시들에는 미지의 여정에 발을 내민 시적 몸짓들이 있지만, 아직 채워지지 않은 여백들도 함께 엿보인다. 불시착에 가까웠을 “이별 앞에” 가까스로 멈춘 무수한 한숨과 머뭇거림은 다시금 피어난 오늘의 “당신 앞에” 완성되지 못한 채로 전해질 것이다. 아마도 이방인의 어눌하고 어두운 목소리처럼 들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말투는 “소란스러운 언어” 틈으로 낯선 침묵을 불러왔을 것이며, 마치 한겨울의 폭설처럼 모든 것들을 하얗게 뒤덮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