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 분야에서 늘 반복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법은 알겠는데, 실제 조직에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 질문은 단순한 실무상의 어려움이 아닙니다. 개인정보보호가 법률의 영역을 넘어 기술, 경영, 조직문화, 리더십, 이해관계 조정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질문입니다. 이 책은 바로 그 질문에 대해 저자가 오랜 현장 경험과 학문적 성찰을 바탕으로 내놓은 실천적 답변입니다.
저자와 저는 오랜 기간 인연을 이어왔습니다. 저자는 대기업 임원으로서 ICT 산업의 핵심 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고, 저는 개인정보보호와 정보보호 법제도 분야에서 연구와 교육을 해왔습니다. 서로의 자리는 달랐지만, 우리가 마주한 문제의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데이터의 활용 범위는 넓어지며, 법과 제도는 그 변화에 대응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서 기업과 공공기관, 실무자와 경영진은 늘 어려운 판단을 요구받습니다.
저자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은 바로 이 복잡한 현실을 ‘기업의 언어’와 ‘법제도의 언어’로 동시에 이해한다는 점입니다. 개인정보보호를 연구하는 사람은 법과 원칙을 깊이 이해해야 합니다. 그러나 기업 현장에서 개인정보보호를 실제로 작동시키려면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합니다. 사업부서의 요구, IT 시스템의 한계, 마케팅의 압박, 경영진의 의사결정 구조, 조직 내부의 갈등과 협업 방식까지 함께 이해해야 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현장의 맥락을 누구보다 깊이 알고 있습니다.
저자가 퇴임 이후 고려대학교에 와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된 것은 우리 대학원에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저자가 단순히 과거의 경험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경험을 개인정보보호와 데이터 법제도의 맥락 속에서 재해석하여 학생들에게 살아 있는 지식으로 전달하는 모습을 높이 평가해 왔습니다. 특히 현업에 종사하는 대학원생들에게 저자의 강의는 법 조문 너머의 현실을 이해하게 해주는 귀중한 통로가 되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러한 저자의 강점이 잘 드러난 결과물입니다. 책은 개인정보보호를 단순한 컴플라이언스나 사후 대응의 문제가 아니라, 경영전략과 조직 리더십의 문제로 다룹니다. 개인정보보호가 왜 CEO와 경영진의 의제가 되어야 하는지, 실무자가 어떻게 경영진과 소통해야 하는지, 부서 간 갈등을 어떻게 조정하고 협상해야 하는지, 그리고 전략을 어떻게 실행계획으로 바꾸어야 하는지를 체계적으로 설명합니다.
특히 이 책이 의미 있는 이유는 개인정보보호를 ‘현장의 실행 언어’로 풀어냈다는 데 있습니다. 상황 파악, 핵심 성공요인 도출, 목표수준 설정, 장애요인 분석, 실행계획 수립과 같은 경영의 방법론을 개인정보보호 분야에 접목한 시도는 매우 신선하면서도 실용적입니다. 또한 협상, 소통, 이해관계자 조정의 관점을 함께 다룸으로써, 개인정보보호가 결국 사람과 조직을 움직이는 일이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지금은 이 책이 꼭 필요한 시기입니다. AI와 데이터 기반 산업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개인정보보호는 더 이상 방어적 규제 대응의 영역에 머물 수 없습니다.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어떻게 데이터를 책임 있게 활용할 것인지, 조직 전체가 어떤 원칙과 프로세스로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사고방식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 책을 개인정보보호 담당자와 법무 · IT · 마케팅 부서의 실무자, 기업의 리더와 경영진, 그리고 개인정보보호와 데이터 법제를 공부하는 학생과 연구자들에게 기쁜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저자의 오랜 기업 경험과 학문적 문제의식이 결합된 이 책이 개인정보보호를 보다 넓고 깊게 이해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하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