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채필 전 장관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공개 토론회에 지정 토론자로 참석하면서 족히 소책자 한 권의 분량은 됨직한 양의 토론자료를 내놓더니 급기야는 세 권 합쳐 무려 1,500쪽에 육박하는 『이채필이 던진 짱돌』 1권2권, 『다시 던지는 짱돌』의 출간을 통해, 또다시 세상을 향해 짱돌을 던지고 싶은가 보다.
짱돌은 저자가 소아마비로 인한 장애에 위축되지 않고 스스로의 입지를 확보한 방어적 수단을 넘어 중앙정부 공무원으로 평생을 보내다시피 하면서 기존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문제를 제기하고 정책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돌직구이기도 하였다.
어떻게 보면 저자는 필요할 때마다 짱돌을 던짐으로써 자신의 생을 진척시킴과 더불어 국민의 권익 향상에 헌신하는 삶을 살아온 셈이다. 때로는 스스로 아찔할 때도 있었지만 단순히 운이 아니라 뛰어난 능력에 더하여 끈질긴 노력으로 전화위복을 거쳐 최초의 고용노동부 공무원 출신 장관에까지 이른 저자의 생애는 당연히 이야깃거리가 풍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책은 저자의 자서전적 성격보다는 복잡다단한 노동 관련 정책의 생산과정에 대한 역사적 기록의 성격이 훨씬 더 강하다. 저자가 우수한 성적으로 행정고시에 합격하여 노동부를 택하고 이후 산업안전, 고용, 직업능력, 노사관계 등 고용노동 행정 전반을 다루면서 실사구시의 자세로 정책을 개선하고 개발함과 동시에 법제화를 위한 다방면의 노력을 있는 그대로 기록함으로써 역사적 가치를 더해주고 있다.
그 배경에는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더불어 그때마다 돌직구를 던지는 배짱이 있음을 읽을 수 있으며 이는 저자가 은근슬쩍 내보이는 실력과 끈기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초임 사무관 시절 현안을 담당 과장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선임자의 주문에 대해 과장이 아니라 장관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지 않느냐고 한 것부터가 대수롭지 않았다. 아마도 처음이자 마지막인 지방 근무 시절에는 선제적으로 역학 조사를 시행하여 직업병을 밝혀내는가 하면, 이후 줄곧 본부에서 정책을 담당하면서 실사구시의 자세로 정책개발을 해 온 과정은 저자의 자취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고용노동 행정의 축적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부서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열정과 실력으로 괄목할 성과를 기록함으로써 저자는 어느 부서에서나 우선 영입 대상이 된 걸로 알려져 있다. 업무처리가 깐깐하기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판이 자자하다.
이렇게 볼 때 저자가 ‘개혁의 그늘’에서 기록하고 있는 로스쿨(구치소) 경력(?)에는 이해가 닿지 않는다. 깐깐한 업무처리가 적을 만들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이른바 ‘적폐 청산’의 희생양이 되기에는 근거가 되지 않는다. 본인의 항변은 물론 증인의 증언도 빛을 보지 못해 그늘에 갇혀 지낸 시간은 저자 자신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역경을 당당하게 견뎌내고 사면 복권을 받은 것은 다행이지만, 이제 저자의 심상치 않은 행보가 이를 넘어서고도 남으리라 믿는다.
흔히들 고용과 노동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얘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문성 없이 목소리만 높이는 경향이 있는가 하면 골치 아픈 문제로만 치부하여 걱정에서 걱정으로 끝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자의 경우는 이 책을 통해 귀중한 성찰적 고찰의 기회를 얻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후자의 경우, 고용노동 문제가 중요할 뿐만 아니라 해결되어야 하고 해결될 수 있다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반드시 문제라는 관점에서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발전단계에서 요구되는 경제사회 정책의 차원에서도 이 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책가나 연구자뿐만이 아니라 노동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만인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