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가 담담해서 평생 흔들렸다는 그의 고백을 믿지 않았다. 그런데 컨베이어벨트에 맞춰진 것 같은 시계의 이력과 늪인지 숲인지 분간할 수 없는 길을 따라 걸으면서 나도 흔들렸다. 언어가 의도한 과녁에 끝끝내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는 “전설 같은 은색의 언어”를 찾아 없는 길에서 바람을 맞고 있었다. 언어의 바닷가에서 끝없이 밀려오는 침묵의 파도에 쓸리며 닳고 있었다. 그가 곧 흔들림이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소리가 이렇게 둥글고 정갈할 수 없다. 아, 이제 나는 믿는다. 바람 휘몰아치는 날 세상 여린 가지들 뚝뚝 부러지는 소리 들리면 몇 자라도 쓰지 않고는 살 수 없다는 고백, 혹은 시의 길. 그 길 위에서 바람 맞으며 흔들리는 기도를 본다. “너를 보러 가겠다”는 따뜻하고 단단한 몽돌의 목소리를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