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시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경계가 무화되고, 이별과 만남, 슬픔과 기쁨, 절망과 희망이 공존하는, 따뜻한 세상을 추구했던 것이다. 고희를 넘긴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지금도 그러한 세상을 꿈꾸며 ‘좋은 시’를 빚고 있다.
일곱 번째 시집 『능소화꽃이 피면』 또한 같은 맥락에 놓인다. 이번 시집은 긍정적으로 나아가게 하는 ‘햇살’과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곳을 향해 떠나게 하는 ‘바람’의 이미지가 더 많이 담겨 있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시어의 빈도수에서도 ‘햇살’(52회)과 ‘바람’(71회)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시인은 햇살과 바람을 통해 고향, 가족, 소시민들의 삶과 자연의 모습을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선으로 노래한다. 어둡고 그늘진 곳을 햇살과 바람을 통해 밝고 따뜻한 이미지로 바꾸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별과 만남, 슬픔과 기쁨, 어둠과 밝음, 절망과 희망이 공존하는, 세계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선으로 나아가는데, 시 이면에 배태되어 있는 불교적 상상력도 적잖은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