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금녀의 시는 지워진 것들을 다시 호명하고, 사라진 자들에게 언어를 돌려주며, 끝내 돌아갈 수 없는 자리를 ‘기억’ 속에 복원함으로써, 망각에 저항하는 마지막 목소리가 된다. 그 목소리는 고통을 호소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통을 견디며 살아낸 이들의 존엄을 되살리고, 아직 오지 않은 세대에게 그 기억을 건네는 윤리적 행위로 완성된다. 이 시집이 우리에게 남기는 것은 결국 하나의 물음이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가. 그리고 누구를 위해 증언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