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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화구는 각별하다. 처음에는 긴장했고, 들어서니 아늑했으며 자리 펴고 앉으니 편안했다. 이곳에 오기로 예정돼 있던 것처럼, 오래전부터 바랐던 것처럼. 처음부터 이곳이 목적지였던 것처럼. 능선을 감싼 나무의 연두 잎들이 가늘게 떨었다. 위로가 밀려왔다. 사람에게 위로 받지 못하는 대가 답답타. 숱한 얘기를 다 들어주면서, 내 얘기는 쉬이 하지 못했다. 분화구에 안기어 목까지 차 있던 다 하지 못한 이야기가 순식간에 쓸려 내려갔다. 그 자리에 위로가 돋는다. 생각이 너무 많았다. 세상이 온통 슬펐다. 슬픈 일이 이리 많은데 다들 어찌 그리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지, 묻고 싶었다. 슬픔에도 에너지가 든다. 슬픔도 습관이 된다. 남의 슬픔을 끌어다 슬퍼하고, 남을 위로하느라 나를 위로하지 못하고 살았던 날들. 많이 듣고 많이 위로하며 살았다. 이제 더는, 남아 있지 않다. 그런 호의도, 그럴 에너지도, 여러 면에서 나는, 지쳤다. 곡 그 말을 하고 싶었다. 오십의 나를 서운해하는 남편에게, 왜 예전 같지 않냐고 의아해하는 사람들에게, 이제 비로소 나의 말에 귀 기울이는 나에게, 더는 남을 위한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아요. 붉은 오름의 가운데에, 나는 그런 말들을 묻고 왔다.그런 말을 주고 위로를 받아 왔다. 그만하면 됐네, 이 사람아. 이제 관계도 좀, 쉬어가게. 본인에게 각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