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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판식
국내작가 문학가
출생
1973년 출생
출생지
경상남도 함양
작가이미지
박판식
국내작가 문학가
1973년 함양에서 태어났다. 2001년 [동서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나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밤의 피치카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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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추천

  • 추사 글씨 보러 봉은사에 가끔 간다. 멀리서 보다가 가까이서 보다가 이제는 보는 듯 마는 듯 보고 돌아오는 일도 있는데 이번 설에 갔다가 그 글자 밑에 가서 뚫어지게 보다가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다. 글자가 피카소 그림처럼 늙은이와 어린이가 같이 들어 있는 느낌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오늘은 천진한 얼굴은 어디로 가고 귀기가 서려 있어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금박 떨어진 부분은 지금 누구누구의 몸뚱이의 티끌이 되었을까? 선생님 시집 얘기를 해야 하는데 웬 추사 글씨 타령이냐고 독자들은 묻겠지만, 추사 글씨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시집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 새벽녘 고요는 뼈나 근육도 없이/그냥 그대로 그린 듯 앉아 있다”(「새벽 고요는」). 추사 글씨 금박이 여기에 떨어져 있어 집으려는데, “찻숟가락을 집었는데 그놈은 제멋대로 탁자에 떨어져 구른다./세면대에서 틀니를 닦다가도 놓친다. 낙하한 타일 바닥에 쨍그랑 나뒹군다./그때그때 실착으로 물건들을 놓치고 나서는/이건 해탈이다 해탈이야……”(「손에 관한 명상」). 선생님 만나 뵙게 되면 물어봐야겠다. 선생님, ‘수선화 걸레질’은 ‘중봉’으로 잡는 것 아니지요? 여전히 세상은 “지옥철 출근하고 어깨 맞부딪치고 밀치며 아귀다툼하듯/커피 컵 들고 희희덕거리며/세상은 그래도 살 만한 곳이라”는데(「낮달이 뜨는 방식」) 선생님은 삭발을 감행하셨다. 깊고 시원한 가을 하늘 기대하고 시집을 펼쳤는데, 시집 속이 아비규환이다. ‘노숙자 얼굴을 재삼 들여다보는 실종된 아들 찾는 아비의 눈 한짝’(「대야미역 대합실에는」), ‘예초기에 잘려 시산혈해를 이룬 허벅지 잘린 방아깨비, 더듬이 뭉개진 사마귀, 또 무언가의 떨어진 귀때기들’(「죄의 빛깔」), ‘시와 농사가 하나라고 뒤엎은 생흙’(「도시농부」). 선생님께서는 다 계획이 있으셨다. “이 가을 찬비에 온몸 쫄딱 젖은 늙은 고양이가/절집 처마 끝에 은신해 그 비를 긋고 있다”(「내 안의 절집」). 계획대로 잘 안 되는지 시가 집 나간 고양이처럼 선생님 말은 안 듣고 좀 놀고 싶은 젊은 애들처럼 제멋대로 이리 튀고 저리 튄다. 늙었는데 젊거나 젊었는데 일찍 늙은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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