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은 어쩌면 누군가에겐 근미래 SF일지 모르겠다고. 소설 속에는 우리가 직접 살아 보지 못한 어떤 세계가 있다. 아득히 멀어 보이는 늙음, 한참 뒤에나 마주할 낡음,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조용히 부서지고 있는 우리 자신. 그 모든 것이 낯설면서도 이상하게 가까워서, 마치 아직 도착하지 않은 시간을 엿보는 기분이 든다.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지만 동시에 한 번도 완전히 경험해 본 적 없는 삶의 국면에서, 언젠가 맞이할 고독의 정체를 미리 계시 받은 느낌. 이것은 SF적 상상이 아니라, 오히려 리얼리즘이 가진 냉혹함과 예민함이 만들어 내는 지독한 아이러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