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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고요한 것은
홍명진
걷는사람 2025.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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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마지막 산책 7
밤이 고요한 것은 41
모자 75
미조 111
그들의 내력 147
마술이 필요한 순간 179
불면 211
장귀자 아카이빙 245

해설
급진적 무기체 되기를 거쳐 충동이 이끄는 무상의 증여로 281
양재훈(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308
수록작품 발표 지면 311

저자 소개 1

1967년 경북 영덕에서 해녀의 딸로 태어났다. 글이 잘 안 풀릴 때나 몸이 아플 때 엄마가 해 주던 음식을 떠올리면 힘이 난다. 재래시장 기행을 좋아하고, 엄마의 방식으로 바다 냄새 물씬 나는 음식을 자주 만들어 먹는다. 늘 파도치는 마음으로 전업 소설가의 길을 걷고 있다. 2001년에 단편소설「바퀴의 집」으로 전태일문학상을 받았으며, 2008년에는 「터틀넥 스웨터」로 장애를 가진 여자의 원초적 욕망을 외면하지 않고, 인간의 외로움과 소외감을 감싸 안으려는 따뜻한 시선이 돋보였다는 평을 받으며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제10회 사계절 문학상(2012), 제5회 백신애 문
1967년 경북 영덕에서 해녀의 딸로 태어났다. 글이 잘 안 풀릴 때나 몸이 아플 때 엄마가 해 주던 음식을 떠올리면 힘이 난다. 재래시장 기행을 좋아하고, 엄마의 방식으로 바다 냄새 물씬 나는 음식을 자주 만들어 먹는다. 늘 파도치는 마음으로 전업 소설가의 길을 걷고 있다. 2001년에 단편소설「바퀴의 집」으로 전태일문학상을 받았으며, 2008년에는 「터틀넥 스웨터」로 장애를 가진 여자의 원초적 욕망을 외면하지 않고, 인간의 외로움과 소외감을 감싸 안으려는 따뜻한 시선이 돋보였다는 평을 받으며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제10회 사계절 문학상(2012), 제5회 백신애 문학상(2012), 우현 예술상(2013), 김용익 소설 문학상(2018)을 수상했다. 작품집으로 장편소설 『숨비소리』, 『우주비행』, 『타임캡슐1 985』, 『앨리스의 소보로빵』, 『미스 조』, 단편 창작집 『터틀넥 스웨터』, 『당신의 비밀』 청소년 장편소설과 『우주비행』, 앤솔러지 『벌레들』, 『콤플렉스의 밀도』 등이 있다.

홍명진의 다른 상품

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7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360g | 130*200*20mm
ISBN13
9791175010000

책 속으로

누군가가 잡아당기듯 뒤통수가 뜨거웠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그는 승택에게 전화를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침대 머리맡에 핸드폰이 놓여 있지만 손을 뻗을 수가 없었다. 캐나다의 하루는 이미 시작되었을 테고, 승택이 그 하루하루를 어떻게 사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다시는 어떤 시절로도 돌아갈 수 없다는 걸. 그의 몸은 아내의 몸과 함께 점점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중이었다.
--- p.40 「마지막 산책」 중에서

분홍 여사가 언제 죽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무도 모르는 새에 홀로 죽어간 사람. 모연은 그 생각을 하자 그녀에게 조금 미안해졌다. 누구도 자신의 이야기를 남기지 않고 죽을 만큼 빈곤한 삶을 살지 않는다고 말한 사람이 누구였더라? 모연은 다만, 모든 날이 고요하길 바랄 뿐이었다.
--- p.74 「밤이 고요한 것은」 중에서

“사람으로 사는 일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소야 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에게도 지금, 이 시간 상처 입은 기억들이 몰려올 겁니다. 어쩌면 낱낱의 사건들이나 이야기가 아닌 당신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기억일지도 모릅니다. 나는 밤의 메뚜기 떼들 속에서도 당신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당신이 나이기도 하고, 내가 당신이기도 할 테니까요.”
--- p.108 「모자」 중에서

연주는 다시 침대에 몸을 눕힌다. 흔들림이 시작되면 바깥출입은 물론 집안일 따위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식구들조차도 그녀의 영역 바깥에 존재하는 그림자에 불과했다. 지금껏 연주가 지녀 온 평형감각은 귓속에 든 미세한 돌처럼 눈에 보이지 않게 존재했다. 그것을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보이지 않지만 균형을 잃지 않는 것, 흔들리는 몸을 잡아 줄 평형감각은 연주에겐 삶의 기준 같은 것이었다.
--- p.132 「미조」 중에서

장경수에게는 새로운 계획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누구에게나 버거운 현재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한 갈망을 간직하고 살아갈 테니까. 그 순간 그들의 눈엔 달빛에 수면이 반짝거리는 방파제 끝의 바다와 길이 구분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추락한 차에서는 브레이크를 밟은 흔적을 찾을 수 없다고 했으니까.
--- p.172 「그들의 내력」 중에서

집은 고요한 어둠에 잠겨 들었다. 서서히 젖어 드는 먹빛 어둠이 실내의 풍경을 하나씩 지워 갔다. 연경은 어둠이 꽉 들어찰 때까지 불을 켜지 않은 채 거실 카우치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막간에 무대 세트가 바뀌는 시간대의 암전 속에 들어와 있는 듯했다. 몇 번이나 극장 밖으로 뛰쳐나갈 뻔했던 충동이 되살아났다. 솔의 연기를 부정하는 것도 아니고, 그걸 견딜 수 없어서도 아니었다. 그때부터 치솟기 시작한 갈등은 오로지 연경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 pp.186-187 「마술이 필요한 순간」 중에서

“그런 건 아무나 다 성공해? 터무니없는 낙관이지 않아?”
길게 하품을 하던 그는 입가에 허연 찹쌀떡 가루를 묻힌 채 베개에 머리를 대고 다리를 쭉 뻗더니 그대로 잠에 곯아떨어졌다. 그가 잠든 사이에도, 그녀가 방관하고 있는 사이에도 곰팡이는 증식을 계속하고 있었다.
--- p.243 「불면」 중에서

기란은 오래된 아카이브 영상물 보는 걸 좋아했다. 자신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의 산물이라면 더욱 호기심이 동했다. 낡은 흑백 필름 속에서 움직이는 사람들과 펄럭이는 깃발, 지금과는 다른 억양과 목소리에 담긴 시간의 단절성을 느낄 때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 시간의 어딘가엔 기란이 영원히 닿을 수 없는 사람들도 있었다. 일찍 돌아가신 양친 역시 그 시간 속에 잠긴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마침내는 오래전에 헤어진 연인이 죽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는 시간이 올 것이다.

--- p.274 「장귀자 아카이빙」 중에서

출판사 리뷰

작가의 말

여덟 편의 작품을 묶는다. 시차를 두고 발표한 작품을 모아 놓고 보니, 내가 사로잡혀 있던 세계가 하나로 읽힌다. 각각의 작품을 형성하고 있는 내러티브에는 ‘죽음’의 서사가 깔려 있다. 어느 순간 내 몸이 한쪽으로 기울 듯 본능적으로 그것을 감각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죽은 자는 말을 할 수 없고, 죽음을 겪는 자는 살아 있는 사람이니 결국은 삶에 관한 이야기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에 불쑥불쑥 울리는 부고 메시지를 접하는 일이 이제는 드문 일이 아니다. 어느덧 청춘 시절은 지났다고 말하기가 아프지만, 순리를 거스를 순 없다. 우리는 늘 그와 같은 프로세스로 존재해 왔으니까.

유명한 책의 저자인 한 물리학자는 그의 저서에서 우주의 시선으로 세계를 보면 원래 ‘죽어 있는 상태’가 정상이라고 했다. 사건은 ‘살아 있음’이라고. 죽은 세계에서 끊임없이 새 별이 탄생하는 과정이 우주의 질서라고. 측량할 길 없는 그 시간 속에서 인간은 미미한 존재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우리가 겪는 슬픔이나 고통은 커다란 사건일 수밖에 없어서 끊임없이 노래하는지도 모른다.

첫 책을 내고 많은 시간이 지났다. 한 권씩 책을 낼 때마다 삶의 임계점 앞에 선 듯한 압박감을 느낀다. 꽃다지의 노랫말처럼 “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지만, 바다가 얼마나 깊은 줄 모른 채 그 바다에 몸을 적셨다.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던 시절에도 눈앞에 선명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주 작은 걸음으로 ‘나’를 찾아가는 길이, 이 세계와 만나는 길이 나에게는 ‘소설’이 아니었을까, 지금에 와서야 감히 고백한다.

누군가에게는 하나의 의미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위안해 본다. 그리고 모두에게 행복한 나날들을 만나시라고 빌고 싶다.

내가 앉아 있는 책상 앞, 좁은 골목길은 여전히 어둡다.
이 어둠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 ‘걷는사람’에게 특별한 고마움을 전한다. 더불어 한 번도 「작가의 말」을 쓰면서 불러 본 적 없는 나의 가족에게 더없이 사랑한다는 말을 전한다.

2025년 여름
홍명진

추천평

낮의 소란이 싫어 밤의 고요를 선택한 이들은 밤이 되어서야 자신의 생을 실감할 수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어둠 속에서 죽거나 마지막 산책을 나간다. 이것은 어둠으로써 단순한 무너짐을 가리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무너지지 않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감내하며 견뎌 왔는가’를 어둠 속에서 똑똑히 보고자 하는 것에 가깝다. 밤의 시간에 대해 무지한 이들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여기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모두가 잠든 밤 사이에 모든 일이 일어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이상하게 마음속으로 고요한 어둠이 쌓인다. 생각해 보면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가난한 사람은 여전히 가난하고, 아픈 사람은 계속 아프며, 불면에 시달리는 사람은 내일도 잠을 잘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무너짐 속에도 여전히 삶을 붙잡을 만한 무언가가 있다는 감각. 그것이 홍명진이 독자에게 남기는 유일하면서도 가장 단단한 믿음이다. - 양안다 (시인)
느닷없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은 어쩌면 누군가에겐 근미래 SF일지 모르겠다고. 소설 속에는 우리가 직접 살아 보지 못한 어떤 세계가 있다. 아득히 멀어 보이는 늙음, 한참 뒤에나 마주할 낡음,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조용히 부서지고 있는 우리 자신. 그 모든 것이 낯설면서도 이상하게 가까워서, 마치 아직 도착하지 않은 시간을 엿보는 기분이 든다.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지만 동시에 한 번도 완전히 경험해 본 적 없는 삶의 국면에서, 언젠가 맞이할 고독의 정체를 미리 계시 받은 느낌. 이것은 SF적 상상이 아니라, 오히려 리얼리즘이 가진 냉혹함과 예민함이 만들어 내는 지독한 아이러니다. - 최지애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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