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착취에 분노한 비합리적 팬티 훔치기, 248원이라는 값으로 환산되어버린 무산된 섹스, 폭력적인 가족에게서 도망쳐도 끝내 패배하고 마는 사랑의 판타지, 권태와 거짓으로 둘러싸인 채 유예된 진실은 기실 우리의 초상이다. “내 입으로 나오는 말까지만 진짜”라며 스스로 진실을 창조하려는 처절한 몸부림은 깨진 유리 조각처럼 우리를 찌른다. 작가는 해체된 관계와 극단적 분노의 순간들을 섬뜩하리만치 건조하고 명징한 문장으로 그려낸다. 당신이 믿으려는 것이 무엇이든, 왕후민은 그 믿음을 끝내 무너뜨릴 것이다. 그 붕괴된 자아로부터 통쾌한 해방감을 맛보고 싶다면, 이 소설 한 권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