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종영 시인을 오래 접해 온 지인들은 하나같이 “시가 좋으면서 사람도 좋은 사람”이라고 한다. 사물을 대하는 시인의 시선이 참 넉넉하고 도탑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그는 그냥 ‘사람 좋은 사람’은 아니다. 그에게는 그늘이 있다. 글이 곧 사람이라고 할 때 나는 그의 시에서 ‘상처 받은 꽃’과 ‘언제나 거기 서 있는 무등’의 이미지를 눈여겨보게 된다. “세상의 모든 꽃들은/상처의 다른 모습”(「꽃은 상처다」)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사랑했으므로 이 세상 모든 것이 내 안에 있음을, 나는 상처를 사랑하면서 알았네”(「노랑 붓꽃」, 『나는 상처를 사랑했네』)라고 노래하기도 한다. 현대사를 살아오면서, 상처받은 모든 영혼을 사랑으로 그러안고 언제나 거기 서 있는 무등을 보며 시인은 ‘가난한 세월’에도 물들지 않는 ‘물염(勿染)의 시’를 다짐한다. 세속에 물들지 않겠다는 뜻이겠다. 그리고 시인은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 시가/너의 가슴에 가 닿을 수 있을까?//…흰 배추벌레 한 마리 그 영혼을 흔들 수 있을까?”(「새벽의 시」)를. “훼절의 시대 진정 온몸으로 온몸으로/몸을 던지며 시를 쓰는 시인은 있는가?”(「시인이 묻는다」)를. 그것은 자신을 향한 질문이지만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던져진 준엄한 질문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