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태어났다. 젊은 날 페미니즘을 만나 여성운동활동가로, 그리고 여성학연구자로 살았다. 이화여대와 영국 서섹스Sussex 대학에서 학위를 마친 후 성공회대학교 실천여성학전공 교수로 일하다가 사직, 귀향했다. 아들을 갑작스럽게 하늘로 떠나보낸 후 시를 통해 묻고, 고백하고, 애도하는 시간을 만났다. 현재 대한성공회 대전교구 종신부제로서 세종교회에서 봉사하고 있다.
김.영.남. 허.오.영.숙. 조.진.경. 김.민.문.정. 정.유.선. 나.정.숙. 조.선.희.
내가 만났던 그 빛나는 이름들. 천천히 불러본다.
김영남이 이토록 끈질기게 질문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본 정회진은 앞으로 길을 찾을 이 용기를 가지겠구나. 허오영숙이 스스로 자기권력을 성찰한다는 것을 본 강영화는 강렬한 인상으로 새로운 리더십을 배우겠구나.
타인을 향한 희망은 내려놓고 그저 묵묵히 내 길 걷는 희망을 찾은 조진경을 통해 김세연은 페미니즘을 어떻게 오래할 수 있는가 크게 배웠겠구나.
무슨 얘기를 해도 다 들어주며 페미니즘운동을 통해 담담한 기쁨으로 살아가는 김민문정을 본 이주영은 페미니즘 안에 편안한 둥지를 틀 수 있겠구나.
“정치하고 싶어요?” 라고 묻는 정유선의 동그란 눈빛에 화들짝 놀란 이기원은 새로운 도전들 앞에 자신을 끝내 감추지는 않겠구나.
“쉽게 얻은 오늘이 하나도 없었던” 나정숙의 끝없는 이동과 나아감을 만난 박은영과 이기원은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그 진실된 나아감을 기억하겠구나.
3 ·8여성의 날이면 장미꽃 60송이를 들고 시청 건물을 돌던 조선희를 본 박은영은 여성정치세력화의 열정을 가슴에 담겠구나.
한 삶과 한 삶이 만나 서로 흐르고 겹쳐지며 이전과 다른 삶, 이전과 다른 빛깔로 전환되는 그 흔치 않은 밀도의 순간들이다.
이 책은 이 세상 무대 뒤에 가려진 수많은 여성활동가를 위해 “주단을 깔아놓고” 기다리는, 그저 소박하고 위대한 일상의 여성혁명가들을 역사 앞으로 장하게 불러내는 기록의 서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