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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애도의 밤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얼마든지 오래 울 수 있다/ 단 한 번만/ 천년의 문/ 내 영혼의 양식/ 그 하나의 결핍/ 베란다 화원/ 꿈에/ 성주간/ 비행飛行/ 질문 1/ 질문 2/ 질문 3/ 내파/ 두 개의 추/ 말이 안 돼/ 세월호/ 속죄/ 금관의 예수/ 돌아오지 마 제2부 애도의 새벽 기억의 강/ 엄마 되기/ 진지개떡/ 문장/ 원룸/ 메리 크리스마스/ 축복해 주오/ 겨우살이/ 영원의 의미/ 통영의 밤/ 사라진다는 것/ 액자에 걸린 희망/ 아침기도 제3부 사랑 없이는 집/ 보리/ 하우아유/ 떠나간 사랑/ 꽃상여 어여 간다/ 여기까지/ 세 글자/ 자백/ 자기 배려/ 가출일기 1/ 가출일기 2/ 검은 밤/ 창 제4부 아픔 없이는 아픔 없이는/ 항동골 아침/ 젊은 날/ 강의실에서/ 여름의 끝/ 이메일 출구/ 구름이 된 말들/ 아름다운 칼날/ 서성이는 저녁/ 1호선 지하철/ 한 사내가 으흑으흑/ 이 시대의 정의/ 가을바람 불면/ 그대를 잃지 않도록/ 소나무/ 치악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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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잃은 슬픔
극복하라 하네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너 없는 날들 명랑하게 살라 하네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아픔 밟고 일어나 장하게 걸으라 하네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너를 잃은 삶 그 너머로 갈 수 없는데 너를 놓친 고통 그 너머에 닿을 수 없는데 다시 볼 수 없는 아픔 그 외부로 날아갈 수 없는데 뭘 어찌하라는 건지 도통 모르겠네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중에서 성목요일 전화를 했어야 했다 어떻게 지내니 힘들지 않니 에세이는 어떠니 여행은 갈 수 있겠니 사랑해, 널 돕고 싶어 지쳤지, 널 도울께 말했어야 했다 곧 만날 생각에 세족례도 거른 채 성금요일 아침, 숨을 후욱 골랐다 거기 작은 방에서 홀로 숨 거두는 줄 모르고 침대에서 세상을 향해 마스터베이션을 했다 무심히 짐을 싸고 봄기운 아른아른 장바구니 들고 나갔다 예수가 십자가에 달려 피 쏟으며 죽어간 오후 너도 그렇게 갔다 예수의 죽음은 부활로 전복되고 바이블이 쓰여졌다 난 너의 부활을 찾아 골고다 언덕길 오른다 너의 바이블은 아직 없다 진행 중인 채 비밀인 채 성금요일 예기치 못한 매듭을 짓고 내 삶, 그렇게 끝났다 ---「성주간」중에서 매일 자주 몇 시간씩 온종일 1박 2일, 2박 3일, 일주일 일년 그리고 몇년 얼마든지 오래 울 수 있다 허나 그렇게 웃을 수는 없다 웃음이란 예기치 못한 실수 입주변의 짧은 근육운동 곧 이지러져 오래 머물지 못해 눈물, 얼마나 인간적인지 온몸 구석구석 핏줄 세포 가득 스며들어 있다 언제라도 툭, 흘러나와 투명하고 맑은 존재 알리며 영원한 바다로 출렁인다 ---「얼마든지 오래 울 수 있다」중에서 너 떠난 후 수없이 물었다 너 없는 세상 어찌 살아야 하나 종국엔 네 죽음이 아니라 내 삶에 관한 질문 죽음이란 게 시간의 마지막 매듭 모든 것의 끝 그게 아니라면 블랙홀 넘어 뜻밖의 카이로스 첫아기 첫울음에 첫눈 내리는 그런 사건이라면 다시 물어야 하네 내 살아 있는 죽음과 네 죽음의 살아 있음을 심장 깊숙이 끝내 어두워 가장 빛날지 모를 네 죽음 조심스레 끌어와 매일 스스로 죽는다 너와의 마지막 연대로서의 죽음 내 삶의 방법으로서의 죽음 ---「질문 2」중에서 슬픔 속의 기쁨 기쁨 속의 슬픔 고통의 내피에 솟아난 환희 아픔의 내벽에 달라붙은 희망 서로 배신하지 않고 버릴 수 없고 버려지지 않는 슬쁨과 기픔의 강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 이토록 낯설고 오묘한 시간 이토록 새로운 삶 그대여 축복해 주오 ---「축복해 주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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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스물두 살 네가 떠난 후 목적과 의미는 모두 사라졌다 말, 글, 언어라 부르는 것 다 무너져 내렸다 그때 문득 시가 찾아왔다 내 안과 밖 혹은 어디인지 모를 곳에서 눈물처럼 흘러나왔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마음은 행간에 고여 있다 화석이 된 가슴 메마른 뜰을 적시며 흘러온 시들 행위도 소유도 아닌 나를 통과해 가는 자유 이 자유를 네 영혼에게 바친다 애도의 밤을 지나 새벽 앞에 섰으나 아침은 기다리는 오래된 문 앞에 있다 죽음을 슬퍼하는 모든 이들을 추앙하며 흘러왔기에 흘러가기를 묶이거나 막히지 않기를 바람 되어 어디로든 날아가기를 2022년 가을 허성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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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은 소통이 불가능하다. 진심어린 위로라며 건네는 말은 폭력이 되기 일쑤다. 그저 그 사람 옆에 함께 있어 주는 것, 고통의 시간 동안 옆을 지켜주는 것, 그 사람의 울부짖음, 한숨, 토막말, 울음을 들어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이 시집은 먼저 말하지 않고, 그저 옆에 존재하다가 시집을 열면 그때 그 생생한 아픔과 슬픔을 증언할 테고, 고통의 밤이 지나고 새벽이 오는 과정을 천천히, 나직하게 들려줄 것이다. “우리 모두 깜깜하고 추운 밤바다를 혼자 표류하고 있지만, 반짝이는 등대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소통하는 일이 삶의 유일한 위안”(정희진,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이라면, 이 시집은 그런 등대가 될 것이라 믿는다. - 정순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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