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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마루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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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제1부 일터

출근길/ 질경이/ 새벽 기도/ 인생 환승역/ 재입대/ 비 오는 날/ 창살 그늘/ 7월의 노가다/ 국제인력시장/ 반환 소송/ 겨울 방학/ 눈칫밥/ 쪽잠이 부르는 꿈/ 사발통문沙鉢通文/ 일 나가는 하루/ 꿈/ 전생/ 문신/ 호적 갱신/ 우리의 일터는/ 소금꽃/ 복권/ 사과/ 흙먼지 화장/ 달력/ 졸면서 쓰는 시/ 주름 훈장

제2부 삶터


강아지풀/ 퇴근길/ 자연시계/ 봄의 기원/ 4월의 갑천/ 합강 놀/ 고향의 시계/ 현도교 너머/ 연가시/ 가을바람을 만지며/ 가을 사진/ 가을 단상/ 은행나무/ 십자가꽃/ 환갑 선물/ 코스모스

제3부 쌈터


세상이 우리를 부른다/ 유목노동자/ 초대장/ 노가다 특별법/ 함성의 기원/ 성장통/ 나도 김용균이다/ 우리도 국민이다/ 병정丙丁들의 노래/ 건설노동자 이력서/ 민중의 바다/ 하늘도 울어버린 거룩한 불꽃

저자 소개 1

1964년 세종시 조치원에서 태어났다. 가톨릭 신부가 되고 싶었는데 진로를 바꾸어 고향에서 한겨레신문 조치원지국을 운영하면서 연기사랑청년회 활동을 했다. 2004년 지속가능개발이란 시대정신을 접하면서 푸른연기21추진협의회 사무국장을 하며 신행정수도위헌 판결시에는 신행정수도지속추진연기군비대위 사무처장을 하기도 했다. 세종시가 출범하고 나서는 푸른세종21추진협의회 사무처장을 하면서 세종시 2기 정책자문위원, 금강청 금강수계자문위원, 세종시 환경정책위원, 세종시지방산지관리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민노 건설노조 대전세종지부 형틀 1분회에서 일하면서 홍익생태학을 위해 국제뇌교육대학원에서
1964년 세종시 조치원에서 태어났다. 가톨릭 신부가 되고 싶었는데 진로를 바꾸어 고향에서 한겨레신문 조치원지국을 운영하면서 연기사랑청년회 활동을 했다. 2004년 지속가능개발이란 시대정신을 접하면서 푸른연기21추진협의회 사무국장을 하며 신행정수도위헌 판결시에는 신행정수도지속추진연기군비대위 사무처장을 하기도 했다. 세종시가 출범하고 나서는 푸른세종21추진협의회 사무처장을 하면서 세종시 2기 정책자문위원, 금강청 금강수계자문위원, 세종시 환경정책위원, 세종시지방산지관리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민노 건설노조 대전세종지부 형틀 1분회에서 일하면서 홍익생태학을 위해 국제뇌교육대학원에서 지구경영 박사과정 중이며 세종YMCA시민환경위원장으로 세종 강길산길을 진행 중이며 세종생태문화연구소장으로 지속가능한 세종시를 위해 고민하고 있다. 저서로는 시집 『금강 순례』(심지, 2018)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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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246g | 153*224*10mm
ISBN13
9788966272747

책 속으로

어스름 새벽 출근길
동쪽 하늘 조각달 아래
얼굴을 내민 별 하나

하늘나라 올라가신
울 엄마가
아들 쳐다보는 눈빛 같다.

엄마의 눈빛에는
어릴 적
바지 속 올라간 내의를 내려주던
따스한 손길이 들어 있다.

내일도 엄마 눈빛 같은 샛별을
다시 보면
어제는 나도 엄마처럼
하루를 또 살았노라 말해야지.
--- 「출근길」 중에서

노가다 달력에는 요일이 없다.
일할 수 있는 날과 일할 수 없는 날만 있다.

폭염경보 울리지만
오늘은 일할 수 있어 출근하니
시멘트 바닥 펼쳐진
허허벌판 아파트 1층 주차장으로 가란다.

철근 기둥 거푸집 만들라는 작업 종이 울리고
망치질을 시작한다.
하루 일당 벌 수 있어 안도하던 얼굴에선
시골집 마당에 갓 걸린 빨래처럼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고장 난 땀샘은 어느새 속옷을 점령하여
사타구니는 아리고 고추마저 퉁퉁 불어간다.

망치질하다 고개를 들어보니
철근 기둥들이
한낮 불화살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창살 그늘을 흘리며 서 있다.

땡볕 하늘의 신기루인지
한낮의 저주를 풀어줄 오아시스인지
생각할 틈도 없이, 먼저
지친 몸이 창살 그늘 속으로 파고든다.
바비큐 통돼지 마냥
창살 그늘 무늬 따라 이리저리 돌아간다.

힘든 하루를 끌고 가던 일당의 수레도
창살 그늘에 기대어 잠시 숨을 고른다.

일당 무지개 잡으려면
저 멀리 석양 노을까지 가야 한다.
나는 오늘도 긴 하루의 터널을
창살 그늘에 부축받으며 걸어가고 있다.
--- 「창살 그늘」 중에서

일 나가는 새벽
밤하늘 지키던 작은 별 하나
무거운 몸을 깨우고 시린 공기 가르며
현장 시멘 먼지 속으로 숨어버린다.

먼동에 맞춰 낡은 망치 주머니 움켜 차고
입에 단내나게 정신없이 야기리 두 판 짜고
가와*에 못질하고 나니 점심시간 호각이 울린다.

뻐근한 허리 펴고 함바*로 향하여
허기진 배 채우고 나서
칠성판 크기 합판 쪼가리 밑에 깔고
힘든 몸 달래며 쪽잠을 청한다.

일자리 갉아 먹는 짱깨들처럼
살 뜨건 햇살은 그늘을 잡아먹어
지친 육신 편히 쉬지 못하지만
잠시 잠깐 쪽잠 속 꿈결에 나타난
딸내미 함박웃음이
나를 또 다른 꿈길로 인도한다.

우리들의 노동이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들의 망치질이 아무리 무거워도

우리들의 쪽잠 속에 피어나는 꿈은
우리더러 행복 정원의 지킴이가 되라고 하고
우리더러 험한 인생의 창살도 넘어가라 한다.

* 가와: 일본어(がわ)로 목재로 짠 거푸집을 말한다.
* 함바: 일본어 ‘飯場(はんば)’에서 유래한 말로 현장 식당을 의미.
--- 「쪽잠이 부르는 꿈」 중에서

꽉 쪼인 안전모에 안전화
긴 망치 자루 옆에 차고
진흙투성이 시멘 먼지 날리는 작업장에
뚜벅뚜벅 걸어가면
지휘관 명령을 기다리는 군인이 되었다가

물 먹은 오비끼 어깨에 메고 정신없이 나르고
한겨울 새벽 찬기 먹은 샷보드 이리 나르고 저리 세우고
유로폼 수십 장 옮겨 3단 야기리 쪼그려 앉아 짜다 보면
초소형 인간 기중기 되었다가

슬라브 천장 타이를 끼우려
정글 숲 아시바 틈새를 비집고 오르다가
4m 아래 내려다보면 날개 없는 새가 되었다가

아파트 대들보 만들려 석고 가와에
뚝딱뚝딱 못대가리 두드리면 목탁 치는 수도승 되었다가

해 뜨면 노가다, 비 오면 실업자로
날씨 따라 계절 따라 잘도 변하며 살아왔구나.

날품 노가다에서 건설노동자로의 변신도
시대의 큰 물길을 따르면 좋으련만
주면 주는 대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했던 관행을
그리 쉽게 내어주는 바보가 어디 있겠냐마는
인간답게 살고 싶어 싸움해 본 사람은 알게 되지

잘난 사람 더 많이 갖고,
못난 사람 더 뺏기는 세상이 아니라
가진 사람은 돈의 욕심에서 벗어나고,
일하는 사람은 돈의 구속에서 해방되어
함께 사는 공동체로
가야 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바라게 되지
--- 「건설노동자 이력서」 중에서

일 끝내고 집에 오면
먼저 흙먼지 화장을 지운다.

손을 씻으려 비누칠하고
손등을 비비면 비빌수록
시커먼 거품이 하얀 세면대를 물들인다.

작업장 자국이 지워지지 않은 두 손으로
물을 받아 얼굴에 뿌리면
일할 때 밴 쉰 땀내가 코를 찌른다.

비누칠에 샴푸까지 풀어 정성 들여
세수에, 머리까지 감아보지만
세면대 거울을 보면
아직도 찌든 노가다 흔적은 그대로다.

남들은 화장 없는 외출을 피한다지만
노동이 부끄러운 사회에서 우리는
흙먼지 화장을 지우고야
비로소 친구를 만나러 나간다.

한잔 걸치고 집으로 오는 길
골목 상점 가판대 맨 앞줄에 있는
흙 묻은 갓 캔 감자가 내 눈에 들어온다.

감자는 우리와 같이
흙을 묻히고 있는데
싱싱하여 맛있다고 자랑하듯 놓여 있다.

순간, 우리의 흙먼지 화장도
저 흙 묻은 갓 캔 감자처럼
값진 노동의 포장으로 여겨지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 「흙먼지 화장」 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인의 말

삶이 무너졌을 때 선택한 목수 생활이었다. 멀리 있을 때는 인간 가치 실현으로 보였는데 가까이 있으니 잘 빠지지 않는 가시 같다. 쓰리고 아린 가시를 어르고 달래며 사는 것이 어느새 내 생활의 중심이 되어 있다.

성장의 그늘에 가려 어둑한 시대의 사각지대를 해 지는 서산에 붉은 노을로 남긴다. 저 서산 노을 속에 이 땅의 건설노동자를 위해 횃불을 밝힌 양희동 열사가 웃고 있다.

이 시집을 그분 영전에 바친다.

2025년 가을
임비호

추천평

반갑고 가슴 뭉클하다. 『목수 일기』을 보고 있자니 거칠고 위험한 건설노동자의 현장과 삶을 생생하게 그려내어 높은 도수의 술에 취한 기분이다. 민주노총 대전세종지부 깃발 아래 시인과 함께한 10년간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이 시집에는 짙은 소금기 뚝뚝 떨어지는 노동자의 땀방울이 살아있어 좋다. 인간답게 살아보자 외쳤던 치열한 함성과 더불어 살고 싶은 사회의 염원이 건설노동자 언어로 잘 그려져 있어 더 공감이 간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대신 해 준 느낌이다. 이 시집을 아내에게 전해주면 그간 열심히 살았다고 살짝 안아줄 것만 같다. - 김명환 (민주노총 건설노조 대전세종지부 지부장)
시에서 임비호 시인이 꿈꾸는 세상을 엿볼 수 있다. 노동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삶의 뿌듯함이 되는” 세상, “불로소득의 우상숭배는 사라지고 노동의 땀방울이” 존중받는 세상, “안전사고로 슬퍼하지 않는” 세상, “잘난 사람 더 많이 갖고, 못난 사람 더 뺏기는 세상이 아니라 가진 사람은 돈의 욕심에서 벗어나고, 일하는 사람은 돈의 구속에서 해방되어 함께 사는 공동체”의 세상을 임 시인은 소망한다. - 정용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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