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리가 꿈을 꿀 때마다 자작나무 숲을 향해서 가야만 하는 이유를 이제 우리는 어렴풋이 알 수 있다. 할머니를 묻고, 아버지마저 묻으러 가는 이유. 그것은 ‘사건’이 종결되어도 아직 남은 게 있기 때문이다. 혹은 남은 게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모유리의 꿈은 단지 혈육을 향한 애도와 예의를 치르는 일은 아닌 듯하다. 그녀의 꿈은 세상의 ‘쓰레기’들을 묻어 이 땅에 냄새를 입히는 것이다. 자꾸만 하나의 의미로, 단일한 서사로 환원되려는 세상의 질서에 찝찝하고 불쾌한, 징그럽고 께름칙한 냄새를 입히는 것.
‘이상한 나라’의 상상력으로 점철된 그의 소설이 잊지 않는 것은 여기 이 낙하하는 내 몸의 무게, 물과 뼈, 피와 살, 웃음과 눈물이다. 책을 덮은 우리는 이전과는 달라진 묵직한 두 발로 여기 이 유한한 세계를 다시 걷는다. 내가 알던 유일하고 초라한, 잔혹하게 일그러진 이 세계를 다시, 또다시, 그리고 또다시 걷기. 소설이 지치지 않고 우리에게 건네주는 가장 아름답고, 동시에 가장 슬픈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