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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거짓말!
서슴는 사람 이중 노출 우리는 우리 자신도 알지 못하는 당신은 언제 오나요? 유리 호경이 쓴 편지 속 시 해제 | 비밀과 답장_최가은 작가의 말 | 약한 고리가 되다 치매의 언어 감사의 말 참고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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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이름 세 글자를 썼다. 글자를 가리키며 호경에게 물었다.
'혹시 제 이름 외우시겠어요?' 호경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이 인 현.' 다음번 만남에 호경이 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 이름을 잊더라도 나의 존재는 기억하리라 믿었다. 그보다 중요한 건 없다. 나와 했던 행동이나 말, 이름은 다 임시의 것이다. 다음번에 만났을 때 호경에게 내 이름을 다시 가르쳐주겠다고 다짐했다. 그가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게 전혀 두렵지 않다는 사실, 그건 다른 사람에게서 느끼기는 어려운 확신이다. --- 본문 중에서 호경은 좋아하는 동물, 식물, 날씨, 계절 모두 없다고 했다. 좋아하는 노래를 물으니 조용필의 〈꽃바람〉을 꼽았다. 함께 노래를 들어봤다. 처음 듣는 곡이었는데 애절하고 호소적인 후렴구가 인상적이었다. 내가 노래가 아주 좋다고 하니 호경이 즐거워 했다. 사랑은 바보야 사랑은 철부지 그 사람 이름은 꽃바람 이제는 안녕 --- 본문 중에서 나의 최초의 기억을 떠올린다. 마찬가지로 학교에 들어가기 전, 나는 친구 한 명을 만나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다. 부모님은 맞벌이로 집을 비웠고, 저녁까지 기다려야 했다. 마침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던 때였고, 나는 친구인 상철이의 이름을 써주기로 했다. 놀이터에 있는 모랫바닥에 나뭇가지를 들고 상철을 써나가기 시작했다. '상'은 무사히 썼지만 '철'을 제대로 쓸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결국 '총'이라는 글씨를 썼다. 그리고 그것이 너의 이름 '상철'이라고 친구에게 말했다. 쓰지 못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 정확하게 쓰고 싶다는 열망. 최초의 기억이 현재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 것일까. 거기에서부터 나는 쓰는 사람이 되었다. 호경은 어떤 사람이 되었는가? - 본문 중에서 내가 오랫동안 서슴었던 부분은 이것이다. 가족도, 오랜 친구도, 돌봄자도, 치매 전문가도 아닌 내가 어째서 호경에 대해 쓰는가? 5개월의 만남 뒤에도 계속해서 이어진 1년 이상의 만남. 나는 다시금 호경에게 질문을 건넸다. 당신은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보았습니까? 질문이 결코 다시 불러오지 못하는 그의 몸, 그의 기억, 그가 어느 순간 맡았던 냄새. 나의 질문이 참조점이나 구두점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 말만 바꾼 질문. 어떤 효용도 없는 질문. 나는 감정을, 반응을, 그의 헛된 시도를, 기억이 아니라 기억에서 미끄러져 내려가는 그 순간의 모습만을 본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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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현의 『호경』은 이러한 '기억 문학'의 계보 위에서 읽히는 작품이다. 저자가 초기 치매 당사자인 '호경'을 만나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한 이 텍스트는 크게 사진과 그림, 자필 메모, 문자메시지 등 주변적 자료를 병치하며 입체감을 만드는 아상블라주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또 한 명의 대표적인 기억의 문학가 W. G. 제발트를 연상시킨다. 기억의 공백과 그 공백을 현재의 위치에서 다시 쓰는 『호경』은 자신의 글쓰기가 기억 문학의 두터운 계보와 맞닿아 있음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의식하며 읽을 때에도, 『호경』은 분명 우리에게 생경한 감각을 선사한다. 그것은 기억이라는 테마를 전면에 내세우는 이 텍스트만의 특정한 태도가 책의 형식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1장에서 7장에 이르기까지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호경』이 시점과 서술 형태를 포함한 자신의 모습을 매번 다른 형태로 변주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한 문학적 장식 같은 것이 아니다. 『호경』이 수행하는 변주는 기억의 빈 자리를 새로운 서사 생성의 원리로 삼는 작품의 미학적 장치인 동시에, 기억을 쓴다. - 최가은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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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들이 서로를 기다리게 되는 일은 언어로 설명하기 힘들다. 인현과 호경의 대화에는 호경의 잃어버린 과거가 담긴 사진과 편지가 출몰한다. 사진에 대한 기억은 불완전하고, 편지 속 마음은 전해지지 않는다. 두 사람의 대화는 기억과 마음의 공백을 채우지 못한다. 대신 아무리 쌓여도 흐릿한 흔적들을 겹겹이 남긴다. 거기에 비밀이 똬리를 튼다. 두 사람이 함께 맴돌 때, 답을 모르기에 영원히 응답할 수 있고, 서로를 영원히 기다릴 수도 있게 하는 비밀이 만들어졌다. 그 비밀까지 전하기 위해 인현은 진실과 허구를 엮어 소설로 만들어야 했을까. 사진, 편지, 대화, 그 무엇으로도 온전히 붙잡을 수 없지만 함께 만들어낸 것, 서로에게 시간을 내어주며 만들어낸 것은 기억도 마음도 아닌 영혼이다. 이 책은 두 사람을 잇고 한 사람 주위를 맴돌게 하는 그 주술적 공백에 대한, 그러므로 영혼에 대한 이야기다. 이해되지 않아도 기어코 느껴지는 영혼의 여정에 당신을 초대한다. - 안희제 (작가, 문화인류학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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