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이들이 서로를 기다리게 되는 일은 언어로 설명하기 힘들다. 인현과 호경의 대화에는 호경의 잃어버린 과거가 담긴 사진과 편지가 출몰한다. 사진에 대한 기억은 불완전하고, 편지 속 마음은 전해지지 않는다. 두 사람의 대화는 기억과 마음의 공백을 채우지 못한다. 대신 아무리 쌓여도 흐릿한 흔적들을 겹겹이 남긴다. 거기에 비밀이 똬리를 튼다. 두 사람이 함께 맴돌 때, 답을 모르기에 영원히 응답할 수 있고, 서로를 영원히 기다릴 수도 있게 하는 비밀이 만들어졌다. 그 비밀까지 전하기 위해 인현은 진실과 허구를 엮어 소설로 만들어야 했을까. 사진, 편지, 대화, 그 무엇으로도 온전히 붙잡을 수 없지만 함께 만들어낸 것, 서로에게 시간을 내어주며 만들어낸 것은 기억도 마음도 아닌 영혼이다. 이 책은 두 사람을 잇고 한 사람 주위를 맴돌게 하는 그 주술적 공백에 대한, 그러므로 영혼에 대한 이야기다. 이해되지 않아도 기어코 느껴지는 영혼의 여정에 당신을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