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심수미라는 인간의 관점으로 잠시 살아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취재를 이끌며 ‘나라를 구했다’라는 말을 듣던 심수미가 방송기자다운 간결함과 담백한 진솔함으로 남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기의 특종에서 시차를 두고 쓰인 이 책은 정직함을 무기로 택했다는 점에서 내가 아는 심수미답다. 질곡을 겪고 투명을 선택하는 용기가 빛난다. 저널리즘 안에서 자신이 무엇을 배우고 빚졌는지 그 명과 암을 소상히 밝히며 세상에 하나라도 더 돌려주고 싶어하는 태도는, 아는 것을 최대한 널리 알리려는 직업의식의 연장이다. 현실에서 발을 떼지 않은 현업자로서 심수미 기자가 체득한 걸 아낌없이 풀어놓았으니, 미래의 기자들이 이 안에서 살아 있는 경험담을 건져낼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자기 분야에서 10여 년간 분투해온 한 여성이 일이 주는 희로애락을 도려내지 않고 직면한 덕에, 웃고, 울고, 화내고, 슬퍼하고, 즐거워하고, 담대하게 굴다가도 뒤돌아 아파하는 그의 삶이 입체적으로 전해진다. 동시대인에게 끈질기게 묻고, 동시대와 끊임없이 호흡해온 기자가 남길 수 있는 글이다. 참으로 인간적인 미시사를 써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