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도자를 통해 쓸쓸함과 따뜻함이 맞닿은 세계를 그린다. 오랫동안 출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해 왔으며, 최근에는 전시를 중심으로 드로잉과 회화를 확장하고 있다. 첫 산문집 《조각조각이 모여 내가 된다》에는 그동안 지나온 기억과 관계 그리고 예술가로서 내면의 길이 담겨 있다.
무엇이든 쌓이는 동안, 그 반대편에서 상실도 조용히 쌓여간다. 나이를 먹으며 기억과 육체의 활력은 허물어지듯 사라진다. 쌓이며, 잃어간다. 그래서 삶이란, 지니게 되는 것과 잃게 되는 것의 총량이 비슷하게 유지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모든 것을 잃게 될 순간을 향한 예행연습일 것이다.
술이 한 모금 들어갔을 때의 솜털 같은 들뜸, 달고 쓴 목 넘김과 한결 부드럽고 넉넉해지는 시야와 작고 친근한 이야기가 좋다. 좋은 순간들은 다시 그림이 된다. 좋아하는 것들은 사는 걸 조금 더 녹록하게 해준다. 좋아하는 것을 통해 나의 새로운 면을 알게 되고, 예상치 못했 던 새로운 길이 열리기도 하니까. 좋아하는 마음을 키우다 보면 어느새 스스로를 좋아하게 되어 내일을 기
드로잉에서 시작해서 어떤 것은 도자기가 되고, 어떤 것은 페인팅이 된다. 매체는 달라도 바탕에는 같은 마음이 흐른다. 나는 여전히 만질 수 있고, 무게가 있고, 세계에 존재하는 물질로서의 가치를 원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붙잡기 위한 애씀으로그림을 그린다. 고졸한 맛이 나는 손으로 만든 것이 좋지만 꾸밈만 있고 마음이 담기지 않는 것은 싫다. 물건이 넘치는 세상에 또 한자리
이제는 손을 놓는다고 작업하지 않는 것이 아님을 안다. 나를 돌아보고, 사람을 만나고, 익숙했던 환경도 새롭게 지내보며 다음 작업의 단서를 찾고, 시작할 기운을 얻는다. 한 발짝 떨어져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 제자리를 찾기를. 그림이 마음보다 앞서지 않고 마음과 발맞추어 다시 시작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