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 뉴욕 언더그라운드 문화 속에서 등장한 버나뎃 코퍼레이션은 파티와 패션, 출판, 문학을 자유롭게 넘나든 집단이다. 이들은 패션 라인 제작과 《Made in USA》 잡지 창간을 거쳐, 2004년에는 집단적 익명 글쓰기를 통해 소설 『리나 스폴링스』를 발표했다. 그들은 ‘작가’와 ‘브랜드’, ‘상품’과 ‘예술가’의 경계를 교란하며, 정체성과 권위, 예술 제도의 고정성을 해체하는 실험적 전략을 펼쳤다. 특히 리나라는 인물은 젠더와 사회적 역할의 불안정성을 드러내며, 포스트구조주의적 페미니즘과도 맞닿아 있는 존재이다.
버나뎃 코퍼레이션의 작업은 특정 장르나 매체에 갇히지 않고, 협업과 유동적 정체성, 전략적 익명성을 통해 후기 자본주의적 노동과 문화산업을 전유/전복한 실천이다. 그들의 집단적 저자성은 개인 창작의 고유성과 소유를 다시 생각하게 하며, 오늘날 디지털 플랫폼과 자기 브랜딩, 과잉 생산의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리나 스폴링스』는 단순히 과거 뉴욕 예술계의 산물이 아니라, 지금-여기의 우리를 비추는 유령 같은 존재로, 누구나 그 이름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텍스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