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라 이름하고 “달”이라 불러 보고 “밥”이라 소리 내 보는 것, 우리말에 깃든 절묘한 기운이 타국에서의 긴 시간을 견디게 했다. 개밥바라기처럼 외로운 시간도, 가슴 속이 물기 하나 없이 버석거릴 때도, 혼돈과 좌초로 함몰되던 시간도 모국어가 나를 다독였다. 도리질 치며 딴청 부리는 내 어린것들에게도 그 모국어의 젖줄을 물려주기 위해 애쓰며 살아왔다. 마침내 꽃과 달과 밥이 그들과 진정한 소통을 시작했을 즈음, 우리 집 지붕 위에는 여러 개의 달이 뜨기 시작했다.
이국의 바람막이 나뭇가지 위로 이사 온 달, 허드슨강에 빠지며 따라오던 달, 할렘의 밤거리를 지키던 달, 자작나무 숲에 숨어 있던 달, 포토맥 강변 세탁소를 비추던 달, 추운 겨울 굴뚝 위에 앉아 있던 달, 공원묘지 가난한 이들의 무덤에 노란 담요를 덮어 주고 달려오는 달까지, 우리 집 지붕 위에는 일곱 개의 달이 뜬다.
1959년 충남 부여 출생. 1982년 대학 졸업. 1986년 도미. 1992년 뉴욕문학으로 등단. 2009년 경희해외문학상 수상. 2010년 윤동주해외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