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과 1의 세계에서 버그를 잡던 컴퓨터 프로그래머이자 IT 벤처기업 CEO였다. 어느 날, 도시에서 홀로 늙어 가는 어르신들의 쓸쓸한 풍경에 시선이 멈췄다. 컴퓨터 오류보다 무서운 게 ‘외로움과 고립’임을 깨닫고, 고령 사회의 시스템 오류를 고쳐 보겠다며 ‘돌봄주거 활동가’로 덜컥 인생 진로를 틀었다.
멀리 있는 가족보다 가까운 이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다양한 연령대의 열 세대가 모여 사는 공동체 주택 ‘여백’에 둥지를 틀었다. ‘간섭은 사절, 관심은 환영’이라는 기치 아래 다정한 이웃들과 10년째 유쾌하게 부대끼며 살고 있다.
지금 내 사유와 활동의 원천은 한집에 사는 찐노인 ‘영주씨’다. 효도라는 의무감 대신 각자의 삶을 존중하며 동거하고 있다. 나이 듦의 담백함과 존엄함을 몸소 가르쳐 주는 영주씨 덕분에, 내 삶의 질문은 ‘어떻게 함께 살 것인가’에서 ‘어떻게 잘 떠날 것인가’로 깊어졌다.
《경향신문》 〈겨를〉 칼럼니스트, 고양시 통합돌봄추진단과 사회투자지원재단 이사로 활동 중이다. 지은 책으로 《쫌 앞서가는 가족》, 함께 쓴 《‘나답게’ 늙어갈 수 있는 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