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감보다는 생존이, 규정보단 사람이 먼저였다.”
1997년 외환위기(IMF)로 다니던 의류회사가 부도나는 것을 목격한 후, 오직 ‘생존’을 위해 공직에 투신했다. 숭고한 공복(公僕)의 정신보다는 ‘철밥통’의 안정감이 더 절실했던, 지극히 현실적인 생계형 공무원이다.
서울 토박이로 태어나 연고도 없는 수도권 도농복합도시에 발령받아 9급 서기보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낯선 면사무소의 야생 같은 현장부터 권력의 지근거리인 시장 수행비서, 시청 본청 과장에 이르기까지 행정의 최전선과 이면을 온몸으로 통과해 왔다. 책상 위 규정과 논밭 옆 현실 사이를 오가며, 공직의 얼굴이 결코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을 몸으로 익혔다.
이 책은 성공한 공직자의 영웅담이 아니다. 법과 제도, 원칙과 타협이 얽힌 정글 같은 조직 안에서 실수하고, 눈치 보고, 때로는 부끄러워하며 버텨낸 30년의 ‘맨살’ 같은 기록이다. 퇴직을 앞둔 시점, 서류에는 남지 않은 ‘진짜 사람’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털어놓기로 했다. 글에 등장하는 동료들과 조직에 혹시나 모를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필명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