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에 소리를 잃었습니다. 중학교에서 학업은 멈추었지만, 배움까지 멈추지는 않았습니다. 10대 중반부터 책을 통해 세상을 배우기 시작했고, 독서 모임과 시 모임에서 사람과 생각을 만났습니다. 학교 대신 책이 교실이 되었고, 작가들의 문장이 제 스승이 되었습니다. 청각장애로 인한 언어의 벽을 넘기 위해 오랜 시간 스스로를 단련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수어가 아닌 구어로 세상과 소통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들리지 않는 대신 더 깊이 바라보고, 더 오래 생각하며, 저만의 속도로 삶을 걸어왔습니다. 천을 한 땀 한 땀 이어 작품을 완성하듯, 삶 또한 적금 들듯 차곡차곡 쌓아왔습니다. 현재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활동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퀼트 작가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소리 없는 세상에서 살아온 한 사람의 기록이자, 청각장애인·건청인·농인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며 함께 살아가는 길을 묻는 이야기입니다. 상처는 있었지만 결국 정상에 올랐고, 그곳에서 깨달았습니다. 소리는 들리지 않아도 삶은 충분히 괜찮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