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명 빅토르 르보비치 키발치치. 1890년 브뤼셀에서 태어났다. 러시아 차르 체제에 저항하다 망명길에 오른 지식인 아버지를 둔 그는 극심한 빈곤 속에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일찍이 아나키즘 운동에 투신해 유럽의 자유지상주의 언론에 글을 썼으며, 파리에서 보노 갱단 사건에 연루되어 5년 형을 살았다. 복역 후 바르셀로나의 한 신문에 기고하며 처음으로 ‘빅토르 세르주’라는 필명을 사용했다. 1917년 러시아 혁명에 감화된 그는 1919년 포로 교환으로 러시아로 건너가 코민테른 집행부에서 활동했다. 그러나 1920년대 중반 트로츠키가 이끄는 좌익 반대파에 합류하며 스탈린주의 체제와 충돌했고, 1933년 우랄의 오렌부르크로 유형을 떠났다. 국제적 석방 운동과 로맹 롤랑의 개입으로 풀려났으나, 결국 소비에트 국적을 박탈당했다. 이후 여러 도시를 떠돈 끝에 멕시코로 망명하여 마지막 작품들을 완성하고 1947년, 가난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 사망했다.
세르주는 혁명가이자 소설가라는 이중의 삶을 살았다. 대표작이자 20세기 정치소설의 고전으로 꼽히는 『툴라예프 사건』은 수전 손택이 “끊임없이 재발견되는 경이로운 소설”이라 평한 작품으로, 한 고위 관료의 죽음을 발단으로 대숙청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수많은 인간 군상을 교차시키며 스탈린 체제를 긴박감 넘치게 파헤친다. 그의 소설들은 대부분 직접 목격하고 겪은 사건들을 바탕으로 쓰였으며, 문학과 정치적 증언의 경계에 놓여 있다. 아나키스트에서 볼셰비키로, 다시 반스탈린주의자로 이어진 그의 궤적은 혁명의 이상과 배반을 온몸으로 살아낸 한 지식인의 초상을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