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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혜성은 밤에 태어난다
2장 눈먼 칼들 3장 포위된 사람들 4장 건설하는 것은 멸망하는 것이다 5장 패배 속의 여행 6장 각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파멸한다 7장 허무의 해안 8장 황금의 길 9장 순수함이 반역이 될 때 10장 거대한 얼음 조각들이 계속 미끄러지고 있었다…… 옮긴이의 말 작가 연보 |
Victor Ser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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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불행은 인간이 생각한다는 데서 비롯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당신도 모르는 사이 당신 안에 생각하는 어떤 존재가 있어서, 문득 침묵하고 있던 뇌에 짧고 시큼하며 견딜 수 없는 문장을 하나 내뱉는 데서 비롯되며, 그 뒤로는 더 이상 이전처럼 살 수 없게 되어버린다.
---p.17 정의는 분명 마르크스에게 있을 터였으나, 로마시킨은 거기서 정의를 찾아내는 법을 알지 못했다. 정의는 혁명 속에 있었고, 레닌의 영묘에서 깨어 있었으며, 수정관 아래에 누워 있는, 분홍빛이 감도는 창백한 레닌의 방부 처리된 이마를 비추고 있었다. 미동도 하지 않는 경비병들이 그를 지키고 있었는데, 사실 그들이 지키고 있던 것은 영원한 정의였다. ---p.18 헤아릴 수 없이 깊은 슬픔에 사로잡힌 로마시킨은 생각했다. «저 사람, 거짓말을 하고 있군!» 그리고 자신의 대담함에 겁을 먹었다. 다행히도 그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p.29 아니, 정말로 언젠가 인간에게 이가 사라질 날이 올 거라고 믿습니까? 진짜 사회주의, 뭐 그런 겁니까? 모두에게 버터와 설탕이 돌아가는 사회주의? 어쩌면 인간의 행복을 위해, 부드럽고 향기롭고 감미로운 이들이 생겨 인간을 어루만져 주지 않을까요? ---p.33 그리고 끊임없이 총성이 이 이름들, 문서들, 수치들, 끝내 완전히 해독되지 않은 수수께끼 같은 삶들, 추가 조사들, 밀고들, 보고서들, 광기 어린 발상들이 뒤엉켜 쌓인 이 축적물을 이쪽에서 저쪽까지 꿰뚫고 지나갔다. 엄격한 위계 속에 편제된 수백 명의 제복을 입은 남자들이 밤낮없이 이 서류들을 처리하고 있었고, 동시에 이 서류들에 의해서 처리되고 있었으며, 어느 순간 그 속으로 사라져 끝없는 작업을 다른 사람들에게 넘겨주곤 했다. 이 피라미드의 꼭대기, 그 뾰족한 정점에는 막심 안드레예비치 예르쇼프가 있었다. 그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p.76 그가 외쳤다. «나는 반역자다! 나는 모든 것을 배신했다! 짐승 같은 놈들아!» 그리고 모두 경악한 채로, 그가 지도자의 초상화를 총탄으로 벌집처럼 만들어놓았으며, 두 눈을 쏘아 뚫어버리고, 이마에는 별 모양의 구멍을 내놓은 것을 지켜보았다. ---p.80 그런데 이 집에서 펜을 든 자들은 혁명의 이름으로, 독재자가 명령하는 어리석음과 추잡함을 시와 산문으로 써 내려가며 배를 채우고 있었다. 벼룩들, 벼룩들. 루블료프는 여전히 작가 동맹의 일원이었으나,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의 조언을 구하던 회원들은 연루될까 봐 두려워 길거리에서도 그를 아는 척하지 않았다……. ---p.116 스트라스트나야 광장의 기단 위에서 푸시킨은 사색에 잠겨 있었다. 러시아의 시인이여, 당신이 개자식이 아니었음에, 그저 아주 조금 비겁했을 뿐임에, 당신의 친구들인 데카브리스트들이 교수형에 처해질 때, 비교적 계몽된 폭정 아래서 살아남기 위해, 아마 딱 필요한 만큼만 비겁했을 뿐임에, 세기가 지나도록 감사하노라! ---p.117 자살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해결책일 뿐이야. 따라서 사회주의적인 해결책은 아니지. 내 경우엔, 그것은 나쁜 본보기가 될 거야. 블라데크, 이 말을 하는 건 자네의 결심을 흔들기 위해서가 아니야. 자네에겐 자네 나름의 이유가 있고, 나는 그것이 자네에게는 타당하다고 믿어. 아무것도 자백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건 대단히 용기 있는 일이야, 아니, 어쩌면 지나치게 용감한 일일지도 모르지. 누구도 자신의 힘을 완전히 확신할 수는 없으니까. ---p.137 “사실 그대로 말하면, 나는 말이야, 두렵다, 나는. 나는 죽을 만큼 두렵다, 자네들, 이해하겠나, 이런 모습이 혁명가에게 어울리든 말든. 내가 증오하는 이 모든 눈 더미와 이 숲속에서, 짐승처럼 홀로 살아가는 것도 전부 두렵기 때문이야. 나는 여자도 없이 산다, 그건 밤중에 깨어 이것이 마지막 밤은 아닐지 묻게 될 사람이 둘이 되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야. (...) 나는 두렵고 또 부끄럽다, 나 자신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부끄럽다. 나는 총살당한 사람들을 떠올린다, 그들의 얼굴이 나에게 보이고, 그들의 농담이 나에게 들린다. 그러면 의학이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편두통이 나를 찾아온다. 불빛 같은 작은 통증이 뒷덜미에 박힌다. 나는 두렵다, 두렵다, 죽음 그 자체보다 오히려 이 모든 것이 더 두렵다, 자네들을 보는 것도 두렵고, 사람들과 말하는 것도 두렵고, 생각하는 것도 두렵고, 이해하는 것도 두렵다…….” ---p.139 섬뜩할 정도로 날카롭고 푸르스름한 초승달이 마치 완벽한 목의 선처럼 밤하늘 위로 떠올랐다. 루블료프는 생각했다. 불길한 달이로군. 공포란 정확히 밤처럼 찾아온다. ---p.143 삶은 결국 우리의 비천한 흙더미를 이겨낸다. ---p.145 바닷속에 잠긴 도시여, 잘 있어라. 운전사가 가속 페달을 밟았다-바닷속에 잠긴 것은 바로 우리다. 하지만 상관없다, 우리는 한때 강인했던 사람들이니까. ---p.159 그 무렵, 마케예프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생각이라는 걸 했다. 그러자 마치 자기 자신과 대화를 시작한 것과도 같았고, 그는 스스로가 우스꽝스럽다고 느껴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그래, 지금 내가 바보짓을 하고 있는 거야!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서 짜맞춰지던 말들이 너무 진지했기에 웃음은 이내 가셨고, 그는 자기 힘으로는 도저히 들어 올릴 수 없는 무거운 짐을 들어 올리려는 사람처럼 얼굴을 찌푸렸다. 그는 자신에게 떠나야 한다고, 외투 속에 수류탄을 숨겨 가져가야 한다고, 마을로 돌아가야 한다고, 지주 저택에 불을 지르고 땅을 차지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p.162 감자, 쓴 빵, 쌀, 마지막 남은 설탕을 얻으려고 줄을 선 여인들의 이 기다림 역시 지도자들의 연설이나 은밀한 처형, 황당한 지령들만큼이나 사회 변혁에 필수적인 요소들인지도 모른다. 혁명에는 이런 비용도 드는 것이다. ---p.220 레닌그라드의 어느 운하 위, 다리 입구에는 황금 날개를 단 붉고 커다란 사자들이 있다, 또…… 또 무엇이 있지? 탁 트인 바다가 있다! 저 바다로 온몸을 던지고 싶다, 돌아올 길 없이, 먼바다로! 먼바다로! ---p.274 알겠지, 서방이라는 거, 나는 그걸 증오한다, 그리고 우리 세계, 바로 이 세계, 나는 이것도 증오한다, 하지만 나는 이 세계를 증오하면서도 더 사랑한다, 아니, 나는 그렇다고 믿는다, 내 핏속에 우리의 독이란 독은 다 흐르고 있지……. 그리고 난 지쳤다, 그리고 이제 지긋지긋하다……. ---p.321 엎질러진 물은 퍼져 나가지만, 그것이 부딪히는 바로 그 장애물들 때문에 오히려 또렷한 윤곽을 갖게 된다. ---p.357 하지만 네가 틀린 거라면, 혁명이 오지 않는다면, 우리들의 이 작은 뼈들로 오직 한 나라에서 사회주의를 건설해야 한다면, 그렇다면, 너는 당연히 위험한 존재야, 우리는 너를 격리해야 해, 어쩔 수 없어. 그래서 이렇게 된 거야. 북극이나 다름없는 이 구석진 곳에서, 각자 자기 할 일을 하면서……. 그래도 말이야, 나는 여기서 너와 함께 있는 게 참 좋다. ---p.374 인생에는 패배의 한복판에서조차 모든 것을 희망할 수 있는 순간들이 있다. 사람은 중앙감옥의 쇠창살 뒤에 살면서도 혁명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교수대 아래에서도 자기 앞에 세계가 펼쳐져 있다는 것을 안다. 미래는 소진되지 않는다. 그러나 소진된 한 인간에게 미래는, 그 떠남 하나하나가 마지막이 될 뿐이다. ---p.382 감히 할 수 있었다면, 그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았을 것이다-사람들은 살아간다, 기묘한 일이다, 그들은 단순하게 살아간다, 그들에게 이런 공허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 바로 곁에서, 완전히 다른 세계 속에서, 공허를 가로지르며 걷고 있는, 더 이상 다른 길을 가질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p.425 너는 위대하지도 영리하지도 않다, 그러나 너는 강하고 헌신적이다, 너보다 더 나았던 이들, 네가 없애버린 모든 이들처럼. ---p.433 그녀는 밀 냄새가 배어 있는 자루 위로 뺨을 기댄 채 잠들었다. 코스탸는 잠시 그녀를 지켜보았다. 그의 기쁨은 너무나 커서 슬픔과 닮아 있었다. 그리고 똑같이 흔들리는 요람이, 이제 그를 잠 속으로 이끌었다. ---p.567 언젠가는 인간의 시선이 속속들이 꿰뚫어 볼 수 있는, 빛나고 투명한 기계들이 등장할 겁니다. 그것은 마치 하늘의 순수함에 견줄 만한, 기계들의 순수함이 되겠지요. (...) 하지만 지금은, 로마시킨 동지, 아직 연민이 필요합니다. 기계들은 어둠으로 가득 차 있어서,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결코 알지 못합니다. ---p.5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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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 가장 정직한 증언자, 빅토르 세르주의 대표작 국내 초역
· “『툴라예프 사건』은 끊임없이 재발견되었다가 다시 잊히기를 거듭해 온 경이로운 소설이다.” - 수전 손택 대숙청의 광풍 속에서 울린 한 발의 총성 역사상 가장 거대한 권력 기계에 맞선 인간 존엄의 기록 “섬뜩할 정도로 날카롭고 푸르스름한 초승달이 마치 완벽한 목의 선처럼 밤하늘 위로 떠올랐다. 루블료프는 생각했다. 불길한 달이로군. 공포란 정확히 밤처럼 찾아온다.“ (본문 중) 20세기 혁명의 소용돌이 한복판에서 아나키즘 운동과 볼셰비키 혁명에 온몸을 던졌으나, 끝내 스탈린 체제의 독재와 관료화에 맞서다 투옥되고 추방당했으며, 남은 생을 망명객으로 떠돌아야 했던 지식인 빅토르 세르주. 그의 대표작 『툴라예프 사건』이 마침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다. 비평가 수전 손택이 “20세기의 가장 매혹적인 도덕적·문학적 영웅 가운데 한 사람”이라 일컬은 세르주에게, 소설이란 무엇보다 “입 없는 자들, 침묵당한 자들에게 목소리를 돌려주어야 할 책무로서의 진실” 그 자체였다. 대숙청이라는 역사의 가장 참혹한 정점을 무대로 삼아 거대 권력의 작동 원리를 서늘하고도 희비극적으로 해부하는 이 작품은, 전체주의의 공포와 그 안에 도사린 모순을 누구보다 내부자의 시선에서 정직하게 증언한다. 오늘날 『툴라예프 사건』이 아서 쾨슬러의 『한낮의 어둠』, 조지 오웰의 『1984』와 나란히 전체주의의 공포를 그려낸 20세기 정치소설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동안 국내 독자에게 소설로는 단 한 번도 소개된 적 없던 세르주의 문학 세계는 기존의 정치·사회 소설이 밟아온 궤적과 뚜렷이 갈라선다. 비평가 존 버거가 정확히 짚었듯 세르주는 인간을 결코 “역사적 힘의 익명의 대행자”로 다루지 않았다. 노동자에서 변호사, 배신자, 영웅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만난 모든 이에게 깊이 공감했기에, 상투적인 전형을 빚어내는 일이 방법론적으로 불가능했던 작가”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이 소설은 체제의 폭압을 건조하게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거대한 권력 기계의 톱니 아래에서 기묘하고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끝내 공포로 물들어가는 인간들의 춤을, 그리고 그 춤을 감싸는 경이로운 자연의 묘사를 유려하게 그려낸다. 눈앞의 절망을 결코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우리를 저 별들로 이끄는 서정적 비상과 우주적 동경”을 함께 품은 이 신비롭고 시적인 서사 속에서, 차디찬 정치적 현실에도 인간성을 놓지 않으려는 세르주 특유의 뜨거운 휴머니즘이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떠오른다. “신문들은 담담하게 «툴라예프 동지의 때 이른 사망»을 알렸다. 첫 번째 비밀 수사는 사흘 만에 67명의 체포자를 만들어냈다.“ (본문 중) 고결한 이상을 잃은 인간이 마주하게 되는 가장 거대하고도 쓸쓸한 정신적 황무지 소설은 “모든 불행은 인간이 생각한다는 데서 비롯된다”는 서늘한 통찰과 함께, 눈 덮인 모스크바의 어느 겨울밤 고위 관료 툴라예프가 정체 모를 총탄에 쓰러지며 시작된다. 무결점의 철권통치를 과시하던 전체주의 권력은 사건 직후, 마땅히 존재해야만 하는 ‘거대한 음모’를 조작해내기 위해 방대한 수사 기계를 가동한다. 그렇게 단 한 발의 총성은 지구 육지의 6분의 1에 달하는 광대한 대륙 전체를 광기 어린 대숙청의 소용돌이로 물들여 간다. 툴라예프 살인 사건은 이를 해결하려는 자, 의심하는 자, 저지른 자, 저항하는 자, 외면하는 자, 그리고 이를 발판 삼아 더 높은 권력을 움켜쥐려는 자들에게 겹겹이 에워싸이고, “공포란 정확히 밤처럼 찾아온다”는 고독한 독백처럼 끝 모를 심연 속으로 가라앉았다가 다시 떠오르기를 되풀이한다. 독자는 권력의 그물에 걸려든 인간 군상의 밀실 같은 심리적 공포를 생생히 체감하는 동시에, 정교하게 직조된 한 편의 누아르를 읽는 듯한 압도적 몰입과 서사의 쾌감을 함께 맛보게 될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 이야기는 순전한 허구가 아니다. 소설의 방아쇠가 된 익명의 총성은, 1934년 레닌그라드 당 지도자 세르게이 키로프가 암살된 실제 사건을 강하게 환기한다. 스탈린은 이 암살을 구실 삼아 ‘올드 볼셰비키’를 비롯한 수많은 이들을 숙청의 제단에 올렸고, 세계사에 유례없는 대숙청과 여론 조작용 재판이 그 뒤를 이었다. 아나키스트에서 혁명가로, 그리고 추방된 증언자로 한 권의 소설에 새겨진 세르주의 생애 “삶은 결국 우리의 비천한 흙더미를 이겨낸다.” (본문 중) 『툴라예프 사건』이 지닌 서늘한 진실성은 작가 자신의 삶에서 길어 올린 것이다. 러시아 급진주의자 망명객의 아들로 벨기에에서 태어난 세르주는 청년기에 아나키즘에 투신했고, 이후 볼셰비키에 합류해 혁명의 심장부에서 코민테른의 언론인이자 편집자, 번역가로 일했다. 그러나 좌익반대파에 가담한 그는 스탈린 체제에 의해 당에서 축출되고 두 차례 투옥되었으며, 오렌부르크로 유형에 처해진다. 그를 침묵의 심연에서 건져 올린 것은 로맹 롤랑을 비롯한 유럽 지식인들의 국제적 석방 운동이었다. 1935년 파리에서 열린 국제작가대회를 계기로 그의 이름은 세계에 알려졌고, 이듬해 세르주는 마침내 소련을 떠날 수 있었다. 이 소설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여정 또한 작품 못지않게 극적이다. 세르주는 1940년 파리에서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으나, 나치의 유럽을 피해 대륙을 가로지르는 망명길에 오르며 원고를 품고 다녀야 했다. 끝내 멕시코에 정착해 작품을 완성한 그는, 그러나 생전에 이 책이 출간되는 것을 보지 못했다. 1947년 멕시코시티에서 가난 속에 세상을 떠났고, 『툴라예프 사건』은 그로부터 이듬해인 1948년에야 비로소 빛을 보았다. 소설을 관통하는 절박함과 정직함은, 자신이 살아낸 시대를 끝내 증언하고자 했던 한 인간의 마지막 안간힘에 다름 아니다. 세월을 견디는 저항의 문학, 그리고 정교한 한국어의 결 『툴라예프 사건』은 스탈린주의 숙청을 다룬 허구 문학 중 가장 뛰어난 걸작이자,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서사 문학의 고전”으로서, 스탈린주의라는 거대한 단일 체제가 어째서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었는가를 가장 문학적인 방식으로 증명해낸다. 이번 한국어판은 원작이 지닌 결을 조금도 흘려보내지 않으려는 치밀하고 정교한 번역을 통해 완성되었다. 불빛 같은 통증이 뒷덜미에 박히는 듯한 정치적 긴장감에서부터 행간에 스민 시적인 영혼의 언어에 이르기까지, 세르주가 벼려낸 묵직한 울림은 아름다운 한국어 문장으로 온전히 되살아났다. “인생에는 패배의 한복판에서조차 모든 것을 희망할 수 있는 순간들이 있다. 미래는 소진되지 않는다”는 소설 속 문장처럼, 이 책은 암흑의 시대 한가운데서도 삶과 인류애의 가치를 치열하게 되물으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오래 지워지지 않을 여운과 한 점의 등불을 건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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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툴라예프 사건』은] 끊임없이 재발견되었다가 다시 잊히기를 거듭해 온 경이로운 소설이다. 빅토르 세르주는 20세기의 가장 매혹적인 도덕적·문학적 영웅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에게 소설은 곧 진실이다─자기 초월의 진실이요, 입 없는 자들, 혹은 침묵당한 자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해야 할 책무로서의 진실인 것이다. - 수전 손택 (비평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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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세르주라는 인간과 그의 저서가 지닌 본질은 진실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서 찾을 수 있다. 세르주는 단 한 번도 누군가를 역사적 힘의 익명의 대행자로 보지 않았다. 그는 길을 지나가는 평범한 행인 한 명에 대해 글을 쓸 때조차, 그 사람의 내면과 외면의 삶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감을 느끼지 않고는 글을 쓰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만난 모든 이들(노동자, 농민, 판사, 사기꾼, 부유한 변호사, 재봉사, 배신자, 영웅)에게 상상력으로 자신을 투영하여 깊이 공감했다. 그렇기 때문에 세르주의 글에서 상투적인 전형이 나타나는 것은 방법론적으로 불가능했다. 그의 타고난 상상력의 본질이 이를 완전히 용납하지 않았던 것이다. - 존 버거 (비평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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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세르주의 통찰은 윤리적이고, 지적으로도 풍요롭다. 20세기 혁명 운동을 그보다 더 잘 쓸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 드와이트 맥도널드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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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강제수용소에서 크렘린, 파리, 바르셀로나까지. 1930년대 유럽 전역을 종횡무진하는 이 소설의 탁월함은 그야말로 거부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하다. - 더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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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러시아 소설의 위대한 걸작. 경이로운 자연 묘사가 압권이며, 그 속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비극마저 무색하게 만드는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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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툴라예프 사건』은 거칠고 투박하며, 모스크바 삶의 비루함과 추악함이 짙게 배어 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저 별들로 인도하는 서정적 비상으로 고동치기도 한다. 세르주에게 별이란 역사가 약속했으나 아직 실현하지 못한 재생과 변혁의 순간들을 의미한다. 이 작품에는 신비주의가 깃들어 있다. 이는 세르주가 눈앞의 전적인 절망을 외면하기 위해 우주의 영원함 그 자체로 시선을 돌리는 듯한, 우주적 동경을 담은 작품이다. - 북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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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못지않게 중대하며, 결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저항 소설이다. 이 소설들은 수십 년 전 일상적인 삶의 감각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역사서에 생명을 불어넣으며, 독자들에게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개인적 시각을 제공한다. 이런 책들이 있기에 과거는 잊히지 않는다. 『툴라예프 사건』에서 묘사된 삶의 모습은 스탈린주의라는 거대한 단일 체제가 왜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었는지를 증명한다. - 소셜리스트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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