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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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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car Wil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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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란,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지적인 표정이 떠오르기 시작하면 금세 사라지고 마는 거야. 지성이란 그것 자체가 과장의 한 양식이어서 어떠한 얼굴의 조화도 파괴해 버리지. 차분히 앉아서 뭔가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 순간 사람의 얼굴은 코가 그렇기도 하고, 이마가 그렇기도 하고, 아니 어디든 끔찍하게 변해버리는 거야. 지적인 직업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좀 봐봐. 그들의 얼굴이 어쩌면 그다지도 밉살스러운지를! 물론 성직자는 예외지. 하지만 성직자는 생각을 안 한단 말이야. 주교는 자기가 열여덟 살 소년 때에 배운 것을 여든 살이 되어도 변함없이 암송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 내게 한 번도 이름을 가르쳐주지 않은, 초상화만으로 나를 황홀하게 만든 저 수수께끼 같은 젊은 친구도 결코 생각을 하지 않을 거야. 나는 확신해.
--- p.15 시인들도 자네처럼 그렇게 철저하지 않아. 그들은 출판을 위해 정열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알고 있지. 요즘은 실연이라도 하면 곧장 중쇄를 찍어내는 형편이라고.” “그래서 난 시인들을 싫어해.” 홀워드가 외쳤다. “예술가는 아름다운 것을 창조해야 하지만, 그 속에 자기 자신의 인생을 담아선 안 돼. 우리는 예술이 마치 자서전의 한 형식이 되는 것처럼 다루어지는 시대에 살고 있는 거야. 추상적인 미의 감각을 잃어버렸지. 언젠가 나는 그게 뭔지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줄 거야. 이런 이유로 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화를 결코 세상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을 작정이야. --- p.27 충실한 인간은 사랑의 하찮은 면밖에 모른단 말이야. 사랑의 비극을 아는 건 사랑에 충실하지 않은 인간이야. --- p.29 유혹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유혹에 굴복하는 겁니다. 그것에 저항하면 당신의 영혼은 자신에게 금지된 것을 향한 갈망으로 병들고, 그 터무니없는 규칙 때문에 기괴하고도 불법적이라고 간주되는 것에 대한 욕망 때문에 괴로울 거예요. --- p.37 절묘하게 아름다운 것은 무엇이든 그 이면에 어떤 비극을 간직하고 있다. 아무리 초라한 꽃이라도 피어나려면 온 세계가 진통을 겪지 않을 수 없다. --- p.61 “헨리 경, 다시 젊어지는 비결을 나에게 좀 가르쳐줬으면 해요.” 그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젊었을 때 저지른 어떤 큰 과오를 기억하실 수 있으십니까, 공작부인?” 그는 식탁 너머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 많은 것 같아요.” 부인이 큰 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면 그 과오들을 다시 범해보세요. (...) 젊음을 되찾으려면 자신의 어리석은 짓을 되풀이하기만 하면 됩니다.” --- p.69 누구나 사랑을 시작할 땐 자기 자신을 속이고, 사랑을 끝낼 땐 다른 사람을 속이지. 그걸 세상 사람들은 로맨스라고 불러. --- p.86 “하지만 여자들이 무엇을 요구하든 간에, 그건 그녀들이 먼저 남자들에게 줬기 때문에 요구하는 거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 그녀들은 남자들의 본성 속에 사랑을 창조해 줬죠. 그러니까 그걸 돌려달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어요.” --- p.125 스스로에 대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초상화에 대한 한없는 연민의 정이 그를 사로잡았다. 그것은 이미 변했고, 앞으로도 변할 것이다. 금빛 머리칼은 퇴색하여 회색이 될 것이다. 빨갛고 흰 장미들도 시들 것이다. 그가 죄를 범할 때마다 오점이 그 흰 살결을 얼룩덜룩 하게 만들어 망가뜨릴 것이다. 하지만 그는 죄를 짓지 않을 것이다. 그 초상화는 변하든 변하지 않든 그에게는 눈에 보이는 양심의 상징이 될 것이다. 유혹을 이겨낼 것이다. --- p.144 회한을 마비시키는 아편도 있고, 양심의 가책을 달래 잠재울 수 있는 마취제도 있다. 그러나 이 그림에는 죄의 타락을 드러내 보이는 명백한 상징이 있다. 인간이 그 영혼에 가져다주는 파멸의 부단한 흔적이 있다. --- p.150 “신만이 영혼을 본다고 생각해요, 바질? 그 휘장을 걷어봐요, 그러면 제 영혼을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는 차갑고 잔인했다. --- p.233 도리언은 누더기가 된 매트리스 위에 아주 이상한 자세로 누워 있는 기괴한 모습들을 주춤거리며 둘러보았다. 비틀린 사지, 헤벌어진 입, 멀거니 응시하는 광채 없는 눈 따위가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들이 어떤 기묘한 천국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지, 어떤 권태로운 지옥이 그들에게 새로운 환희의 비밀을 가르쳐주고 있는지, 그는 알고 있었다. 그들이 자신보다 훨씬 행복한 편이었다. --- p.278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의 인생을 살고, 그 삶에 대한 값을 지불하고 있다. 다만 한 가지 유감스러운 점은 하나의 과실에 대해 너무 자주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몇 번이고 거듭해서 지불해야 한다. 인간과 거래하면서 운명은 결코 계산을 끝내지 않는다. --- p.280 하지만 방 안의 어떤 색조나 어느 날 아침 하늘에서 문득 눈에 띈 빛깔, 지난날에 좋아했기 때문에 그걸 맡으면 어렴풋한 기억이 되살아나는 특별한 향수, 이미 다 잊고 있었는데 우연히 다시 마주친 시의 첫 행, 벌써 연주하지 않은 지 오래된 음악의 1절……. 어때, 도리언, 바로 이런 것들이 우리 삶을 좌우하는 거야. --- p.318 |
『옵서버』 선정 가장 위대한 소설 100선
미국 대학 위원회 선정 SAT 추천 도서 “이 그림에는 죄의 타락을 드러내 보이는 명백한 상징이 있다. 인간이 그 영혼에 가져다주는 파멸의 부단한 흔적이 있다.“ - 본문 - 포스트모던 시대에 재평가된 미의 순교자, 와일드의 가장 문제적 작품 - 영미문학연구회 번역평가사업단이 인정한 이근삼 교수의 번역본 전격 개정 빛소굴 세계문학전집의 다섯 번째 도서로, 오스카 와일드의 유일한 장편소설이자 가장 논쟁적 작품이라 평가받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선보인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위선과 엄숙주의에 그야말로 ‘뺨을 날린’ 와일드는 수많은 별칭으로도 유명했다. 데카당 문학의 효장, 총아, 미의 순교자, 예술지상주의자, 가면의 사도, 경구가, 남색가, 젠체하는 사람……. 각종 스캔들의 중심에 서 있던 와일드는 그러나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도 영문학에 깊은 흔적을 남긴 유미주의 문학의 중심 작가였다. 이제는 상투적이고 진부해지기까지 한 별칭들에 불필요하게 얽매이지 않고 와일드의 생애와 문학을 순수하게 바라볼 때, 제일 먼저 인상에 남는 것은 보르헤스가 그 정체를 간파한 것처럼 “끄덕도 않는 순진무구를 계속 지니고 있는 남자”의 생애요 문학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이 책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와일드의 철학과 신념, 문학관을 이해할 수 있는 적확한 나침반이 되어 줄 것이다. 아울러 영미문학연구회 번역평가사업단이 인정한 이근삼 교수의 번역본을 전격 개정했다. 이근삼 교수는 대한민국 현대 연극의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극작가이자 영문 번역가로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 담긴 수많은 상징과 비유, 맥락에 따라 풍성한 각주를 달았음은 물론 역자 해설글에서도 비단 이 책뿐 아니라 와일드의 동화집에서부터 시작된 그의 문학 세계를 세심히 짚어냈다. 빛소굴은 이 번역본의 골조와 맥락, 문체를 유지하되 오늘날 독자들의 눈높이와 가독성을 고려하여 새로이 윤문하고, 구체적 사실의 디테일을 업데이트했다. 전후 한국 연극계에 새로운 변화를 주도한 부조리연극의 대표적인 극작가가 19세기 영국 문학, 특히 번뜩이는 재치와 사회 풍자 및 가치 전복적인 희곡으로 이름을 떨친 극작가의 작품을 번역한다는 것은 시공간을 초월한 예술의 합일이라 부를 만하다. “바질 홀워드는 내가 스스로 생각하는 나 자신이고, 헨리 경은 세상이 나를 보는 모습이며, 도리언은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이다.” - 오스카 와일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세 명이다. 바질 홀워드는 다소 고지식하지만 뛰어난 그림 실력과 예술에의 진중한 신념을 가진 화가, 헨리 경은 아름다움을 찬미하고 냉소적인 농담과 경구를 즐기는 귀족, 그리고 도리언은 불세출의 미모를 가졌으며 아직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소년이다. 바질은 도리언을 처음 만난 순간 그의 빼어난 용모에 빠져들어 그를 모델로 세우고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바질이 그린 도리언의 초상화를 본 헨리 경 역시 그림 속 소년의 신화적 미모에 매혹되고 만다. 헨리 경은 모델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바질은 자신의 예술에 일대 전환점이 된 도리언이 혹여나 헨리 경에게 물들어 그 순수성이 훼손될까 염려하여 거부한다. 그러나 와일드가 표현한 대로 “[인간을 위해] 격렬한 환희와 격렬한 비애를 마련해 둔” 운명의 여신은 헨리 경과 도리언을 맞닥뜨리게 하며, 두 사람은 서로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주고받는 영향의 파장 안에, 도리언의 일생을 사로잡고 그 운명을 결정짓는 ‘초상화’가 중심에 놓여 있다. 도리언은 자신의 아름다운 미모가 영원히 계속되기를, 그리고 죄악의 추악한 흔적과 노화의 증거들은 대신 자신의 초상화가 짊어지기를 기도했던 것이다. 이 마법적 기도는 이후 도리언의 삶을 혼란에 빠뜨린다. 와일드의 말마따나 바질은 그의 양심과 예술적 순수성, 헨리는 세상이 그를 바라보는 냉소적이고 유미주의적인 모습, 도리언은 그가 이루고 싶어 했던 이상적인 미와 젊음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해 와일드는 자신을 세 등분하여 각 인물의 주요 토대로 삼고, 거기서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피어오르는 꽃을 예리하게 관찰해 소설로 재창조했다. “절묘하게 아름다운 것은 무엇이든 그 이면에 어떤 비극을 간직하고 있다. 아무리 초라한 꽃이라도 피어나려면 온 세계가 진통을 겪지 않을 수 없다.” - 본문 세 인물의 이면에는 저마다의 비극이 숨어 있다. 특히 도리언의 비극은 소설 전체를 관통하며 독자에게 심오한 질문을 던진다. 아름다움과 도덕은 어떻게 관계 맺는가? 사랑의 본질은 무엇인가? 인간의 운명은 이미 결정지어져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그 운명에 저항하는 자는 어떤 운명을 맞이하는가? “오스카 와일드는 오랫동안 고통과 불운을 겪었음에도 그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는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다.”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유미주의자이면서 더없는 순수를 갈망했던 작가 그의 유일한 장편소설에 깃든 고뇌와 열망 앞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이 책은 와일드의 어느 한 면만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 그의 작품 세계 전반에 걸친 고뇌와 열망, 지향점이 고루 녹아 있다는 점에서 와일드 개인의 문학에서뿐 아니라 19세기 영문학에서 주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빅토리아 시대의 ‘위험하고 부도덕한 책’에서 ‘19세기 영문학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상징적인 작품’이 되기까지 와일드의 문학은 다양한 관점에서 논쟁적인 해석을 낳았으며, 아마 그 점 때문에 오늘날 독자들에게도 유의미하고 다차원적인 독서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리라. 와일드는 아름다움의 정의, 생의 쾌락, 순수의 원형에 천착했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속 아래 문단들은 그런 와일드의 관심을 여실히 드러낸다. “아름다움이란,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지적인 표정이 떠오르기 시작하면 금세 사라지고 마는 거야. 지적인 직업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좀 봐봐. 그들의 얼굴이 어쩌면 그다지도 밉살스러운지를! 물론 성직자는 예외지. 하지만 성직자는 생각을 안 한단 말이야. 내게 한 번도 이름을 가르쳐주지 않은, 초상화만으로 나를 황홀하게 만든 저 수수께끼 같은 젊은 친구도 결코 생각을 하지 않을 거야. 나는 확신해.” - 본문 “하지만 방 안의 어떤 색조나 어느 날 아침 하늘에서 문득 눈에 띈 빛깔, 지난날에 좋아했기 때문에 그걸 맡으면 어렴풋한 기억이 되살아나는 특별한 향수, 이미 다 잊고 있었는데 우연히 다시 마주친 시의 첫 행, 벌써 연주하지 않은 지 오래된 음악의 1절……. 어때, 도리언, 바로 이런 것들이 우리 삶을 좌우하는 거야.” - 본문 과연 도리언과 초상화는 어떤 결말을 맞이할 것인가? 우상 숭배하듯 한 소년의 미모를 숭배한 바질, 쾌락을 찬미하고 인간 본성을 비웃는 헨리 경은 도리언의 삶에 어떻게 휘말려드는가? 동성애 혐의로 2년간의 강제 노동형을 선고받아 건강과 명예, 사랑을 잃었던 와일드는, 그 모든 고통과 불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의 문학 안에 살아 숨 쉬며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의 진면모를 보여준다. |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와일드 자신을 가장 진정성 있게 그려낸 초상화다. 너무나도 진실한 책이다―형언할 수 없이, 벗어날 수 없이, 그리고 절대적으로. -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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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와일드는 오랫동안 고통과 불운을 겪었음에도 그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는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다.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소설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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