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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장~59장
작품해설 작가연보 |
Charles John Huffam Dick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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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마치 우리의 교제가 우리에게 강요된 것이었고 우리가 단지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듯한 어조로 다시 돌아와 나에게 고통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사실, 우리의 관계에서 어떤 일이든 나에게는 고통스러웠다. 그녀가 나에게 어떤 태도를 보이든 나는 그것을 신뢰할 수도, 그 위에 어떤 희망을 쌓을 수도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신뢰도 희망도 없이 계속 나아갔다. 왜 이런 짓을 수없이 반복하는 걸까? 그건 항상 그래왔기 때문이다.
--- p.33 그녀가 나의 관심을 끌고 싶어 한다는 것, 나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을 내가 모르고 지나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설령 그게 수고로운 일이었더라도, 그녀는 분명 나를 사로잡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나를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해주지는 못했다. 설령 그녀가 우리를 두고 타인의 뜻대로 결정된 존재라는 식으로 말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나는 그녀가 내 마음을 손에 쥐고 있는 건 그녀가 그렇게 하기로 의도했기 때문이지, 그 마음을 짓밟고 내던진다고 해서 그녀 안에서 어떤 연민이 우러났을 것 같아서는 아니라고 느꼈을 것이다. --- p.36 두 하녀가 급히 달려 나와 에스텔라를 영접했다. 이윽고 현관문으로 그녀의 짐짝이 들어가 자, 그녀는 손을 내밀고 미소를 지으며 작별 인사를 하고는 역시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나는 조용히 서서 그 집을 바라보며, 내가 그녀와 함께 이 집에서 산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해 봤다. 그러나 나는 그녀와 함께하는 것이 결코 행복하지 않고 언제나 비참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p.38 한밤중에 깨어나면 나는 피로에 짓눌린 마음으로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차라리 미스 해비셤의 얼굴을 본 적이 없었더라면, 그래서 조와 함께 정직한 대장간에서 평범하게 성장하는 것에 만족했더라면, 나는 더 행복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었을까. 저녁마다 혼자 불을 바라보며 앉아 있으면, 결국 집에 있던 대장간의 불과 부엌의 불만큼 따뜻한 불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p.40 에스텔라는 나를 이용해서 다른 구애자들을 희롱했으며, 그녀와 나 사이의 친밀함을 이용해서 그녀를 향한 나의 헌신적인 애정을 끊임없이 경멸했다. 가령 내가 그녀의 비서나 집사나 이복형제나 가난한 친척이었다손 치더라도―가령 내가 그녀와 결혼을 약속한 미래 남편의 남동생이었다손 치더라도―내가 그녀와 가장 가까이 지내던 때조차 나는 내 희망과 이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을 순 없었을 것이다. 내가 그녀를 이름으로 부르고 또 그녀가 나를 이름으로 부르는 소리를 듣는 특권도 그런 상황에서는 나의 시련을 악화시킬 뿐이었다. 그리고 내 생각에 그것이 십중팔구 그녀의 다른 연인들을 거의 미치게 만든 한편, 내가 역시 확실히 아는 바는 그것이 나도 거의 미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 p.84 “내 경고를 전혀 안 받아들일 거야?” “무슨 경고를?” “나에 관한 경고 말이야.” “너한테 매혹되지 말라는 경고, 그거 말이야, 에스텔라?” “그거 말이냐고? 만일 내 말뜻을 모른다면 넌 눈이 먼 거야.” 사랑이란 흔히 눈이 멀었다고들 한다고, 나는 말했어야 했다. --- p.85 “넌 일주일이면 네 생각에서 날 지워버릴 거야.” “내 생각에서 지워버린다고! 넌 내 존재의 일부고, 내 자신의 일부야. 거칠고 비천한 소년이었던 내가 처음 여기에 온 이래로, 내가 읽는 책의 행간마다 네가 있었어. 사실 처음 만난 그때도 너는 내 가련한 가슴에 상처를 주었지. 너는 그 이후 내가 본 풍경 속에 존재해 왔어. 강에도, 배들의 돛에도, 습지에도, 구름에도, 빛에도, 어둠에도, 바람결에도, 숲에도, 바다에도, 거리에도. 너는 그 이후 내 마음이 알게 된 모든 우아한 환상의 화신이었어.” --- p.1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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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영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는 대문호, 찰스 디킨스의 걸작 『위대한 유산』 허를 찌르는 해학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한 소년의 ‘위대한’ 성장기 19세기 영국 빅토리아시대를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근대 사실주의 소설의 거장인 찰스 디킨스는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는 대문호로서, 전 세계의 독자들로부터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런 그의 최고 걸작이라 평가받은 이 책 『위대한 유산』은, 당시 영국 사회의 단면과 그 시대의 인간상을 섬세하고 깊은 통찰력으로 꿰뚫어 보고 해학적이고도 풍자적으로 묘사한 사실주의 사회소설이다. 더 나아가 빛소굴 세계문학전집으로 선보이는 이번 판본은 문학박사이자 시인인 이세순 교수의 번역본으로서, 이세순 교수는 한국예이츠 학회장, 현대영미시 학회장 등을 역임하며 연구 인생 동안 영문학의 적확한 번역을 치열하게 연구해 온 인물이다. 그의 번역 지론에 따라 이 책은 디킨스의 독특한 표현 방식과 다양한 문체, 장황하게 이어지는 문장, 그리고 어휘의 빈번한 의미전용 등이 우리말 사용 독자에게도 유려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 완성되었다. 방대한 분량과 소설 배경적 괴리감으로 인해 선뜻 『위대한 유산』 독파를 망설여 왔던 독자들에게, 이번 판본은 디킨스의 개성과 우리말의 유려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위대한 유산』의 줄거리는 아주 간단하게 요약될 수 있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시골 대장장이 집에서 거칠게 자란 ‘핍’이라는 하류계급 출신 소년이 어느 날 익명의 재벌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받게 되고, 사랑하는 귀족 소녀를 따라 상류사회의 일원이 되겠다는 애달픈 꿈을 좇으면서 벌어지는 대장정.‘ 이렇게만 보면 한순간 행운을 거머쥐고 신분상승의 탄탄대로를 걷는 신데렐라식 클리셰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대한 유산』은 이 플롯에서 더 나아가, 주인공 핍을 둘러싼 당시 사회의 지리멸렬한 이면과 부자와 빈자의 적나라한 생활상, 등장인물 간의 복잡한 관계와 심리상태, 추리소설을 방불케 하는 치밀한 전개,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선, 행복과 불행 사이에서 등장인물을 옥죄는 죄책감의 본질 등을 뛰어난 필력으로 묘사함으로써 일종의 ‘사회적 해부’를 시도한다. 지금의 비루한 삶이 곧 세상이라고 믿고 있던 어린아이가 갑자기 수치심을 느꼈을 때, 그 아이는 어떤 가치관을 가지게 되는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내가 갈망하는 세계가 결코 어울릴 수 없을 때,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가? 내가 확고하게 믿었던 세계가 일순간 무너지고 말았을 때, 인간은 어디까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가? 『위대한 유산』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군상은 당시 영국뿐 아니라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사회의 다양한 면면을 ‘이야기’라는 형식 안에서 흥미진진하게 되살리며, 독자를 시종 웃고 울리는 탁월한 필력과 상상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디킨스 특유의 추리소설적 전개와 날카로운 인간상 탐구 “『위대한 유산』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로 짜인, 일관되게 진실한 작품이다.” ─조지 버나드 쇼 “디킨스는 기꺼이 훔칠 만한 가치가 있는 작가다.” ─조지 오웰 이 소설은 본디 디킨스가 직접 운영한 주간잡지 『연중』의 인기가 떨어져 판매 부수가 급감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1860년 여름부터 집필하여 총 36회에 걸쳐 이 잡지에 연재했던 것을 엮어 단행본으로 출판한 장편소설이다. 주간 연재소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구성이 상당히 치밀하고 복선이 복잡하게 깔려 있어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것과 같은 긴장감과 재미를 선사했다. 이에 힘입어 소설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고, 잡지는 기대 이상의 호황을 누리게 되었다. 『위대한 유산』은 말 그대로 ‘페이지터너’ 소설이다. 주인공 핍의 애달프고 짠한 유년시절과 혼란스럽고 정처 없는 소년시절, 나아가 삶의 진실을 마주하고 드디어 진정성 어린 눈으로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바라보게 되는 성년시절까지, 그 우여곡절과 흥망성쇠가 한 톨의 지루함도 허용하지 않고 이어진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바탕에는 디킨스 특유의 추리소설적 전개와 날카로운 인간상 묘사가 있다. 특히 디킨스가 묘사하는 다종다양한 인간상이 이 소설에 독보적인 깊이를 부여한다. 시류나 외적 상황에 휩쓸리지 않고 의무에 충실하며 곧은 삶을 영위하는 고상한 인품을 지닌 사람들, 이익과 출세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행하며 남들을 배려하지 않는 속물적이고 위선적인 사람들, 정치적 자유와 물질적 풍요의 그늘에서 여전히 인권을 유린당하는 가난하고 힘없는 하층민들, 태생적으로 나태하고 건방지며 자신의 일에 성실하게 임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타당한 이유도 없이 사회와 주변 사람들에게 적개심을 품고 있는 사람들 등이 두루 등장한다. 더 나아가 디킨스는 묘사의 대상이나 전달하려는 상황, 분위기에 따라 현실과 환상세계를 넘나들며 사실주의 문체, 인상주의 문체, 자연주의 문체, 서간체, 신문체 등을 다채롭게 쓰고 있다. 이로써 『위대한 유산』이 단순히 재미있기만 한 소설이 아니라 문학성과 보편성, 통찰력을 두루 갖춘 고전의 반열에 오르게 된 것이다. 역자의 말을 빌려, “이 작품을 정독한다면 이것 하나만으로도 독자들은 디킨스의 전 작품을 읽은 것과 거의 같은 지적 산책의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