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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소굴 세계문학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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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1장 플레베 암살
2장 세르게이 대공 암살
3장 투쟁조직

2부


1장 두바소프와 두르노보 암살
2장 체포와 도주
3장 배신의 폭로

역자 해설: 테러리스트의 시대 - 정보라
작가 연보

저자 소개 2

보리스 사빈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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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is Savinkov

러시아제국 하리코프(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출신의 혁명가이자 작가인 보리스 빅토로비치 사빈코프는 20세기 초 러시아 문학과 정치의 교차점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 인물이다. 그는 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에 재학하던 중 사회주의를 접하고 혁명 활동에 들어섰다. 1897년 열여덟 살에 사회주의 활동을 시작한 후 1904년 재무장관 플레베 암살, 1905년 모스크바 총독 세르게이 알렉산드로비치 대공 암살에 성공했다. 그는 모스크바 총독 암살 사건을 비롯한 주요 테러 활동의 전말을 『테러리스트의 수기』에 상세히 기록했다. 1906년 밀정의 밀고로 수감된 그는 탈옥하여 파리로 망명했
러시아제국 하리코프(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출신의 혁명가이자 작가인 보리스 빅토로비치 사빈코프는 20세기 초 러시아 문학과 정치의 교차점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 인물이다. 그는 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에 재학하던 중 사회주의를 접하고 혁명 활동에 들어섰다. 1897년 열여덟 살에 사회주의 활동을 시작한 후 1904년 재무장관 플레베 암살, 1905년 모스크바 총독 세르게이 알렉산드로비치 대공 암살에 성공했다. 그는 모스크바 총독 암살 사건을 비롯한 주요 테러 활동의 전말을 『테러리스트의 수기』에 상세히 기록했다.

1906년 밀정의 밀고로 수감된 그는 탈옥하여 파리로 망명했다. 파리에서 『테러리스트의 수기』를 완성했으며, 1909년 롭신이라는 필명으로 『창백한 말』을 출간했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프랑스군에서 종군 기자로 복무했으며 1917년 러시아혁명 이후 귀국하여 임시 정부의 군사 총지휘관, 국방차관을 역임했지만 정치적 마찰로 인해 제명되었다. 이후 러시아 내전이 발발하자 백군과 함께 볼셰비키의 권력 독점에 맞서 싸웠다. 이 시기 그의 이야기는 소설 『검은 말』로 1923년 파리에서 출간되었다. 1920년에는 소비에트 정부가 폴란드를 침공하자 바르샤바로 가 폴란드를 위해 싸웠다. 그는 1924년 소련 비밀경찰의 함정에 빠져 체포되었고, 이듬해 감옥에서 사망했다. 사빈코프는 혁명가로서의 삶과 문학가로서의 활동을 병행하며, 폭력과 도덕, 신념과 회의 사이의 갈등을 작품 속에 녹여냈다. 테러리스트이자 작가, 이상주의자이자 현실주의자였던 그는 오늘날에도 ‘정치적 인간’의 역설을 성찰하게 만드는 인물이다.

보리스 사빈코프의 다른 상품

Bora Chung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번역가. SF, 판타지, 호러 등 장르문학의 문법과 현실을 결합하며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왔다. 연세대 인문학부를 졸업하고, 예일대에서 러시아·동유럽 지역학 석사를 거쳐, 인디아나대에서 러시아문학과 폴란드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8년 연세문화상에 「머리」가, 2008년 디지털문학상 모바일 부문 우수상에 「호(狐)」가 당선되었으며, 2014년 「씨앗」으로 제1회 SF어워드 단편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저주토끼』로 2022년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고, 이듬해 국내 최초로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최종 후보에도 이름을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번역가. SF, 판타지, 호러 등 장르문학의 문법과 현실을 결합하며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왔다. 연세대 인문학부를 졸업하고, 예일대에서 러시아·동유럽 지역학 석사를 거쳐, 인디아나대에서 러시아문학과 폴란드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8년 연세문화상에 「머리」가, 2008년 디지털문학상 모바일 부문 우수상에 「호(狐)」가 당선되었으며, 2014년 「씨앗」으로 제1회 SF어워드 단편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저주토끼』로 2022년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고, 이듬해 국내 최초로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최종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너의 유토피아』는 영문판이 2024년 발간된 이래, 2024년 미국 주간지 [타임]의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고, 2025년 1월 현재 필립 K. 딕상 후보작으로 선정되었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저주토끼』 『여자들의 왕』 『아무도 모를 것이다』 『한밤의 시간표』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작은 종말』, 장편소설 『문이 열렸다』 『죽은 자의 꿈』 『붉은 칼』 『호』 『고통에 관하여』 『밤이 오면 우리는』, 에세이 『아무튼, 데모』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거장과 마르가리타』 『탐욕』 『창백한 말』 『어머니』 『로봇 동화』 등이 있다. 대학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하여 한국에선 아무도 모르는 작가들의 괴상하기 짝이 없는 소설들과 사랑에 빠졌다. 어둡고 마술적인 이야기, 불의하고 폭력적인 세상에 맞서 생존을 위해 싸우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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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8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586쪽 | 125*190*35mm
ISBN13
9791193635537

책 속으로

그 뒤에는 보통의 영락한 가두마차가 서 있었다. 그 마차꾼은 볼이 붉고 명랑한 얼굴에 갈색 눈은 생기 있고 대담했다. 그가 마부석에 앉은 자세나 더러운 푸른 외투, 찢어진 모자가 너무나 일반적이라서, 나는 혹시 우연한 착오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정말로 저 촌부가 아제프에게 들었던 그 아벨인지 망설였다. 그러나 이오시프가 거의 눈에 띄지 않게 내게 미소 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볼이 붉은 마부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쳐다보며 또한 가볍게 미소 지었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 약속된 암호를 말했다. “마부, 즈나멘카로 가세.” “나리, 그런 거리는 없습니다. 그 거리는요, 나리, 모스크바에 있어요.”
--- p.29

칼랴예프는 혁명을 위해 생애를 바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깊고 다정하게 혁명을 사랑했다. 그러나 천성적으로 시인인 그는 예술을 사랑했다. 혁명에 관한 협의가 없고 실제적인 활동이 결정되지 않았을 때면 그는 오랫동안 열정적으로 문학에 대해 말했다.
--- p.50

“있잖아.” 그가 하리코프에서 내게 말했다. “난 끝까지 살아서 내 눈으로 봤으면 좋겠어. 저기, 마케도니아를 봐. 거기 테러는 대중적이고, 거기 혁명가는 모두 테러리스트야. 그런데 우리는? 다섯 명, 여섯 명, 그리고 끝이야……. 나머지는 평화로운 일을 하고. 하지만 사회혁명가가 평화롭게 일할 수가 있어? 폭탄이 없는 사회혁명가는 이미 사회혁명가가 아니잖아. 그리고 참여하지도 않으면서 테러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 아, 나도 알아. 러시아 전역이 불타오르고 있지. 우리에게도 우리 식의 마케도니아가 생길 거야. 농부가 폭탄을 잡을 거라고. 그리고 그때가 되면, 혁명이다…….”
--- p.52

말이 없고 겸손하며 내성적인 도라는 오직 한 가지─테러에 대한 신념으로 살았다. 혁명을 사랑하면서, 실패 끝에 고통스러워하면서, 플레베 살해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그녀는 그 살인을 두려워했다. 그녀는 피와 화해할 수 없었고, 죽이기보다는 죽는 쪽이 그녀에게는 쉬웠다. 그러나 어쨌든 그녀의 변치 않는 소원은, 자신에게도 폭탄을 주어 투척자 중 하나가 되도록 허락해 달라는 것이었다.
--- p.56

이바노브스카야는 힘겨운 인생을 감옥과 유배지에서 보냈다. 그녀의 창백하고 노쇠하며 주름진 얼굴에는 맑고 선하며 모성적인 눈이 빛났다. 조직의 모든 구성원들은 그녀에게 마치 친자식 같았다. 그녀는 모두를 똑같이, 평등하고 조용하며 따뜻하게 사랑했다. 상냥한 말도 하지 않았고, 위로하지도 않았으며, 격려하지도 않았고, 성공이나 실패를 점치지도 않았으나, 그녀 곁에 있으면 누구나 크고 다정한 사랑의 무한한 빛을 느꼈다. 조용히 눈에 띄지 않게 그녀는 비밀 조직에서 자기 일을 했고, 노년에 접어든 나이와 질병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예술적으로 해냈다.
--- p.57

형제이자 동지들이여! 나의 드라마는 끝났습니다. 내 역할을 끝까지 충실하게 완수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그 역할을 내게 믿고 맡겨준 데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은 내게 윤리적 만족감을 경험할 기회를 주었고, 세상에 그것과 비견할 만한 것은 없습니다. 그 만족감이 내가 폭발 뒤에 견뎌야 했던 고통을 지워주었습니다.
--- p.87

“포돌스크 출신 소러시아인 오시프 코발이라는 이름으로 내가 직접 내 여권을 만들었어. 내 폴란드어 억양을 설명하려고 소러시아인으로 했지. 그리고 역시나 이런 불운이 닥친 거야. 저녁에 대기장 수위가 묻더라고. 자네 어느 지방에서 왔나? 내가 그랬지, 저기 멀리 포돌스크에서 왔다고. 문지기 말이, 그래, 동향 사람이네……. 나도 포돌스크 사람이거든, 이래. 그래 어느 군 출신인가? 우쉬츠요, 내가 그랬지. 수위가 기뻐하더군. 이런 일이 있나, 나도 우쉬츠 출신이야, 라면서. 그리고 나한테 어느 읍이냐, 어느 부락이냐, 골로다예프 시장이라고 들어봤냐, 네엘로브카 마을 혹시 아냐,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지. 그래, 너도 내가 어떤지 알잖아. 미리, 여권 만들기 전에 루먄체프 도서관에 들러서 우쉬츠 군에 대해서 읽어뒀다고. 내가 웃으면서 그랬지, 모를 리가 있나요, 가봤죠, 그런데 아저씨는 우쉬츠 시내도 가봤어요? 시내에 대사원 있는데, 봤어요? 내가 그랬지. 알고 보니 내가 수위보다 고향을 더 잘 알더라고.”
--- p.119

플레베 건이 조직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사조노프가 나중에 ‘기사단’과 ‘형제애’의 정신이라고 정의한 그런 정신으로 조직을 묶어주었다면, 모스크바에서 우리의 작업은 그런 단결을 한층 더 강화해 주었다. 모스크바 분과의 모든 조직원이, 쿨리코프스키도 포함하여 하나의 화목하고 아늑한 가족이었다고 해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성격과 의견의 차이도 이 우정을 약화시키지 못했다. 어쩌면 조직원들의 개인적인 특성은 그들 간의 우정을 더 굳건하게 만들어줄 뿐이었는지도 모른다. 모스크바 암살 기도의 예외적인 성공을 나는 바로 이 조직원들 간의 가깝고 친밀한 관계 덕분이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 p.135

“난 너무 지쳤어……. 신경이 지쳤어. 그러니까 말이야, 더 이상은 못 할 것 같아……. 하지만 우리가 승리한다면 얼마나 큰 행복이겠어, 페테르부르크에서는 블라디미르가, 여기 모스크바에서는 세르게이가 살해당한다면……. 난 그날을 기다려……. 생각해 봐, 7월 15일, 1월 9일, 그리고 연이어 두 사건. 그건 벌써 혁명이야. 내가 혁명을 못 보리라는 게 안타까워…….”
--- p.136

내 인생은 전부 옛날이야기처럼 느껴지고, 마치 내게 일어났던 모든 일들이 어린 시절부터 나의 예감 속에 살아서 마음 깊은 곳에서 성숙하다가 때가 되자 갑자기 모두를 위한 증오와 복수심의 불꽃이 되어 폭발한 것만 같습니다.
마음속의 친밀하고 무한히 소중한 많은 이들의 이름을 마지막으로 불러보고 싶지만, 나의 마지막 호흡은 그들을 위한 나의 작별의 인사이자 자유를 위한 투쟁을 향한 씩씩한 부름이 되게 해주십시오.
여러분 모두에게 포옹과 입맞춤을 보냅니다.
여러분의 이반 칼랴예프.
--- p.157

소중한 친구여, 자네가 날 비난할 거라 생각하면 무척 괴롭다. 감옥의 네 벽 안에서는 뭐가 중요하고 뭐가 중요치 않은지 방향을 잡기 힘들다. 몇 분마다 나는, 누군가 악한 사람이 내 유해를 풍자하고 모욕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그럴 때면 나의 사상을 위해 복수하려고, 살고 싶어진다. 하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지상에서 할 일은 모두 마쳤다. (...) 작별이다, 나의 소중한, 유일한 친구여. 행복해라! 행복해라!
--- p.159

나는 당신들 앞에서 재판을 받는 것이 아니라 당신들의 포로입니다. 당신들은 제정 정치의 대표자들이며, 폭력과 자본에 고용된 하인들입니다. 나는 민중의 복수자 중 하나이며 사회주의자이고 혁명가입니다. 시체의 산, 수십만의 파괴된 인생, 공포와 폭동의 급류를 타고 온 나라를 휩쓴 피와 눈물의 바다가 우리를 갈라놓습니다. 당신들이 민중에게 전쟁을 선포했고, 우리는 선전포고를 받아들였습니다. 나를 포로로 잡았으니 이제 당신들은 나를 완만한 죽음의 고통 속으로 몰아넣거나 당장 죽일 수도 있지만, 나라는 개인을 재판할 수는 없습니다. 얼마나 교묘히 농간을 부려 나를 지배하려 한들, 이곳에 나에 대한 유죄 판결이 있을 수 없듯이 당신들에 대한 무죄 방면도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계속 전처럼 적이고, 당신들이 내게서 자유와 민중에게 공개적으로 호소할 수단을 빼앗고 내 위에 이토록 장엄한 가짜 재판정을 지었다 고 해도, 내가 어떤 식으로든 당신들을 내 재판관으로 인정할 의무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 p.160

정당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 모든 논쟁 때문에 내가 대단히 분개했다는 점을 이해해 주십시오. 무엇 때문에 정당끼리 서로 물어뜯는지 나는 상상도 할 수가 없고, 다들 망할 노릇입니다. 그리고 노동자들도 서로 싸우고, 스스로 물어뜯습니다. (...) 모두들 마치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것 같지만, 사실상 나를 동지가 아니라, 기계적으로 춤추었고 앞으로도 강요하면 더 춤을 출 무슨 꼭두각시로 봅니다. 어떤 사람은 내가 마르크스를 아직 덜 읽었다고 하고, 다른 사람은 베벨을 읽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들은 모든 사람이 마르크스처럼 자기 스스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 p.255

“여기 우리 앞에 그리스도가 왔습니다……. 신실한 사람들 앞의 촛불처럼…… 이 땅과 자유를 위해서 지금이라도 기꺼이 죽을 수 있어요……. 하지만 아이들이! 이해해 주세요, 동지들, 집 에 애가 다섯입니다……. 하느님, 제가 거짓말을 했습니다, 나갈 수 없어요, 수비도 못 합니다…….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풀어주세요……. 하느님은 죽는 게 뭔지 아실까요……?”
--- p.270

도라 블라디미로브나(불포브나) 브릴리안트(남편 성을 따라 치르코바)는 1879년 혹은 1880년 헤르손의 유대계 상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헤르손 고등학교에서 교육받고 이후 유리예프 대학교에서 산파 과정을 이수했다. 당에 입당한 것은 1902년이었으며 처음에는 키예프 위원회에서 일했다. 1904년 3월부터 그녀는 플레베 건에 참여했다. 그녀를 잃음으로써 투쟁조직은 가장 강한 여성 테러리스트 중 하나를 잃었다.
--- p.277

이제 나의 거사까지 이틀이 채 남지 않았다. 나는 평온하다. 나는 행복하다.
--- p.331

모든 동지들에게 뜨거운 인사를 보냅니다. 친애하는 미하일 라파일로비치, 빨리 건강을 회복하십시오! 지금 할 수만 있다면 내 건강을 기꺼이 드리고 싶습니다, 달리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겠으니 말입니다.
--- p.436

여러분은 어째서 우리 목적을 위해 창간된 기관지가 아니라 이토록 한없이 졸렬한 과거를 지닌 옛 기관지에 참여하셨지요? 『조국의 아들』! 악마에게나 가라지요, 이게 정말 ‘조국의 아들’이지 ‘개새끼’가 아니라는 걸 납득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요! (...) 구독 가격을 낮추는 문제는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8루블로? 12루블이라니 너무 부르주아식 금액입니다. 매일의 발행 부수는 어느 정도고, 2쇄는 어떤 방식으로 팔립니까? 당의 팸플릿 문헌 일은 어떻게 돼 갑니까? 정말로 『혁명 러시아』가 그렇게 폐간되고, 모든 외국 출판사들도 이미 필요 없는 겁니까? 세상이 얼마나 변했는지, 얼마나 변했는지!
--- p.437

“그들은 우리를 목매달고 있소 - 우리도 목매달아야 합니다. 깨끗한 손으로는, 장갑을 끼고는 테러를 할 수 없어요. 수천, 수만이 죽어도 좋소 - 승리를 쟁취해야만 해요. 농민들이 지주들의 저택을 불태우고 있소 - 불태우라고 해요. 사람들은 먹을 게 없어서 수탈을 하고 있소 - 하라고 해요. 지금은 감상에 빠질 때가 아니오. 전쟁은 전쟁답게 해야 합니다.” 이것이 그의 말이었다. 그러나 그 자신은 수탈을 하지도 저택을 태우지도 않았다.
--- p.456

그는 영혼의 힘을 아낄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낮에 자고 밤을 샜는데, 이것은 별안간 적들에게 붙잡히지 않기 위해서, 형장으로 끌려갈 때 잠결에 조금이라도 약한 빛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였다……. 언제나, 생의 가장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는 수학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삼각형을 세 개의 동일한 부분으로 나누는 문제로, 이를 해결하면 그는 해제를 대학에 전달해 줄 것을 청했다.
--- p.474

보리스 사빈코프는 러시아제국을 무너뜨렸고 소련 제국에 살해당했다. 그는 평생 권력과 투쟁했고 그 어떤 정권에도 고개 숙이지 않았다. 그는 진정한 자유인이었다.

--- p.563

출판사 리뷰

그 어떤 정권에도 고개를 숙이지 않은 진정한 자유인,
사빈코프의 문학 세계를 대표하는 작품 『테러리스트의 수기』

범람하는 죽음 속에서
폭력과 사랑의 의미를 되묻다


“이제 나의 거사까지 이틀이 채 남지 않았다.
나는 평온하다. 나는 행복하다.”(본문)

혁명가이자 문학가였던 보리스 사빈코프의 회고록 『테러리스트의 수기』를 정보라 작가의 초역으로 선보인다. 러시아제국과 소련이라는 두 제국에 맞서 싸운 혁명가이자 작가, 보리스 사빈코프는 20세기 초 러시아 문학과 정치가 교차하던 지점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했다. 그는 재무장관 플레베와 대공 세르게이 알렉산드로비치 등 황제 직속 인사들을 암살한 사회혁명당 투쟁조직의 핵심 인물이었고, 동시에 윤리와 인간성, 자유에 대해 깊이 고민했던 문학인이기도 하다. 사빈코프는 단순한 무장투쟁가가 아니라, 테러와 폭력을 ‘목표를 위한 수단’으로만 정당화하지 않았으며 그 도덕적 모순을 스스로 사유한 인물이었다. 이런 내적 갈등은 그의 문학에 그대로 드러난다. 『테러리스트의 수기』는 그러한 내면의 고뇌와 실제 테러 실행 과정을 동시에 담아낸 작품으로, 단순한 고백록이나 투쟁 일지를 넘어선 ‘혁명과 인간’의 기록이다. 도스토옙스키적인 심리 서술과 니체적인 인간상에 영향을 받은 이 작품은 이후 소설 『창백한 말』과 『검은 말』로 이어지며 사빈코프 문학 세계의 핵심 축을 이룬다.

『테러리스트의 수기』는 사빈코프가 직접 수행한 테러 작전을 중심으로 구성된 회고록이자 문학 작품이다. 그는 사회주의자의 길을 걷다 사회혁명당에 가입하여 테러조직의 일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1904년 재무장관 플레베 암살, 1905년 모스크바 총독 세르게이 대공 암살 성공, 두바소프와 두르노보 내무장관에 대한 암살 시도 등 러시아 제국 고위 인사들에 대한 암살 작전을 중심으로 서사가 전개된다. 사건은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 키예프, 페테르부르크 등 여러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고, 사빈코프는 자신과 동지들이 거사를 준비하고 실패하고 도주하고 재조직하는 과정을 ‘나’라는 1인칭 시점으로 냉정하고 절제된 문체로 담아낸다. 회고의 형식을 띠지만 단순한 사실 서술이 아니라, 인간적 감정과 철학적 고뇌가 서사의 골격을 이룬다. 실제로 이 책은 테러의 전말을 넘어 인물들의 침묵, 갈등, 사랑, 불안, 회의 등을 통해 당대 혁명가들의 초상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소중한 친구여, 자네가 날 비난할 거라 생각하면 무척 괴롭다.
감옥의 네 벽 안에서는 뭐가 중요하고 뭐가 중요치 않은지 방향을 잡기 힘들다.
몇 분마다 나는, 누군가 악한 사람이 내 유해를 풍자하고 모욕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그럴 때면 나의 사상을 위해 복수하려고, 살고 싶어진다.
하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지상에서 할 일은 모두 마쳤다.
작별이다, 나의 소중한, 유일한 친구여. 행복해라! 행복해라!” (본문)

알베르 카뮈에게 영감을 주어 『정의로운 사람들』라는 희곡으로 재탄생한
『테러리스트의 수기』

변혁을 일으킨 혁명가들 낱낱의 초상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믿었던 동지의 배신이 폭로되는 대목이다. 주인공 ‘나’는 동지들과의 단합과 신뢰를 바탕으로 거대한 암살 작전을 계획하지만, 끝내 그들 중 한 명이 비밀경찰의 정보원이었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이 충격적인 반전은 단순한 음모의 서사를 넘어서, 조직과 이념, 우정과 의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심리를 날카롭게 포착한다. 또 하나의 장면은 동지의 죽음을 다룬 부분이다. 사빈코프는 동지가 사형되거나 암살된 뒤 그들의 출생지, 가족사, 혁명 참여 시기 등을 건조하게 기록된 부고나 기관지 인용문, 그들이 남긴 편지를 위주로 소개한다. 그러나 오히려 이 차가운 기술이 그들에 대한 애틋한 정서를 극대화하며, 읽는 이에게는 말없이 깊은 울림을 남긴다. 사빈코프는 그들의 ‘영웅적 죽음’에 찬사를 보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대신 ‘그가 어디서 태어났고, 어느 해에 어떤 일을 했으며, 언제 어떻게 사라졌는가’를 건조하게 읊조림으로써 죽음의 흔적을 시처럼 남긴다. 이런 절제의 미학은 이 회고록을 단순한 자서전이 아닌 윤리적 긴장과 감정의 깊이를 품은 문학작품으로 만들고 있다. 특히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는 사빈코프의 『테러리스트의 수기』를 바탕으로 희곡 『정의로운 사람들』을 창작했으며, 이를 통해 폭력과 정의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현대 희곡의 정점으로 끌어올렸다.

“도라 블라디미로브나 브릴리안트는 1879년 혹은 1880년 헤르손의 유대계 상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헤르손 고등학교에서 교육받고 이후 유리예프 대학교에서 산파 과정을 이수했다. 당에 입당한 것은 1902년이었으며 처음에는 키예프 위원회에서 일했다. 1904년 3월부터 그녀는 플레베 건에 참여했다. 그녀를 잃음으로써 투쟁조직은 가장 강한 여성 테러리스트 중 하나를 잃었다.”(본문)

『테러리스트의 수기』는 ‘폭력’이라는 극단적 수단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인간들이 어떤 정신적 대가를 치러야 했는지를 정직하게 묻는다. 오늘날에도 정치적 신념과 도덕적 양심 사이의 충돌은 여전히 유효하며, 이 책은 그 질문을 100여 년 전의 러시아 격변기의 현장에서 실감나게 제시한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테러리스트의 수기』가 다시 읽혀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은 2024년 겨울부터 2025년 봄까지 우리 나름의 혁명을 겪었다. 다행히 우리는 광장 민주주의, 빛의 혁명을 이루어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시작은 불법 계엄 선언이었고 법원 폭동이 일어났다. 우리는 극단적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 폭력을 사용하는 광경을 목격했고 사회 분열과 여러 충격적인 논란들을 아직도 극복하는 중이다. 이 책은 지나간 20세기 초, 먼 외국의 이야기이지만 혁명이란 무엇인지, 체제전복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야 하며 어떤 일들이 “없어야 하고” 일어나서는 안 되는지, 이것은 사빈코프의 시대에서 100년 이상 지난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계속 고민해야 할 질문들일 것이다.

“쏟아진 피에 대해서는 박해자의 피를 흘리는 것으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리고 지금 나는 온 마음으로 내 형제들에게 유익한 일을 하기를 원하고 우리의 전체적인 과업을 믿듯이 이 일도 믿는다.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고 믿는다. 러시아 민중을 갈가리 찢는 탐욕스러운 솔개, 즉 황제의 독재가 오랫동안 우리의 피를 마시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다.

투쟁하라, 동지들. 민중을 위하여, 더 좋은 세상을 위하여, 성스러운 자유를 위하여 투쟁하라. 러시아의 전제정치가 가루가 되어 흩어지는 날까지 무기를 놓지 말고, 동지들, 투쟁하라.”(본문)

“보리스 사빈코프는 기록하고, 기록한 것을 지키고,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자였다. 삶의 끝까지 그는 저항하는 혁명가로 남았다. 사빈코프는 모든 권력에 저항한 진정한 민중주의자였다.” ― 소설가·번역가 정보라

추천평

· “사빈코프는 뛰어난 문학적 재능과 예리한 통찰력, 날카로운 유머 감각을 지닌 사람이었다. 이런 경험과 문장력을 바탕으로, 그는 혁명과 반혁명의 격동기를 가장 생생하게 기록해 낼 수 있는 인물이었다.” - 아나톨리 루나차르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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