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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오면 우리는
예언자 우리는 악마에게서 왔다 작품해설 작가의 말 |
Bora 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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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들의 반란은 공상과학소설의 단골 소재다. 기계들의 반란이 실제로 일어나면 옛날 소설가들은, 예를 들어 집에 있는 세탁기나 청소기나 나의 목숨을 위협할 것이라고 상상했던 것 같다. 그들은 틀렸다. 인간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언제나 인간이다.
---「밤이 오면 우리는」중에서 “빌리라고 한 거, 나죠? 티셔츠에 그렇게 적혀 있어서 그렇게 부르는 거예요?” “똑똑하네.” 내가 대꾸한다. “고마워요.” 빌리가 말했다. “뭐가?” 마리카가 무심하게 물었다. 빌리가 조용히 대답했다. “사람 이름을 지어줘서요.” ---「밤이 오면 우리는」중에서 노예의 순리는 필요 없다. 나도 나의 죽음을, 내 죽음의 의미를 스스로 선택할 것이다. 햇빛 아래 재가 되어 사라지거나, 끝없는 밤하늘 아래 목이 잘리거나. 어느 쪽이든, 오늘은 아니다. ---「밤이 오면 우리는」중에서 교육받을 권리를 빼앗긴 아이들, ‘실습’이라는 이름의 공짜 노동에 시달리며 침략자의 나라에서 고객들이 늘어놓는 불평과 변덕에 따라 앞날이 결정되는 아이들, 강제로 적의 군복을 입고 군사훈련을 받는 아이들을 지켜보며 그녀는 점령지의 선생이란 오히려 학생에게 해를 끼치는 존재가 아닌지 고민했다. 그녀는 지금 적들이 정한 착취 체계의 한 부품이 되어 아이들에게 점령 상황에 순응하는 법, 침략자가 시키는 대로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렇다고 아이들을 버릴 수는 없었다. 교사가 된 이후 그녀는 학교가 아닌 곳의 삶을 단 한 번도 원하지 않았다. 아이들을 버리고 떠난다고 뭔가 더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예언자」중에서 살아 있으면 다시 만날 수 있고 살아 있으면 계속 일할 수 있었다. 살아 있으면 어떻게든 다시 저항할 수 있었다. 살아서 존재하는 것이 곧 저항이었다. ---「예언자」중에서 자신이 존재하는 목적을 그녀는 받아들였다. 그녀의 입에서 예언의 말씀이 흘러나왔다. -우리는 기계와 같이 될 것이다. 그녀는 세상을 향해 예언자의 첫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는 기계가 될 것이다. ---「예언자」중에서 나는 조금 웃었다. ‘숨을 죽이고’. ‘안도의 한숨’. 이것은 모두 우리가 아직 인간이었을 때 자기도 모르게 하던 행동들이 아직까지 무의미한 습관이 되어 남은 것이다. 윌버도 나도 ‘살아 있지 않다’. 숨을 쉬지 않아도 우리는 ‘죽지’ 않는다. 그러나 밖에서 수상한 기척이 들리면 윌버도 나도 동작을 멈추면서 동시에 숨을 참는다. 습관이란 끈질긴 것이다. ---「우리는 악마에게서 왔다」중에서 “우리는 다 망가졌어. 모두 다.” 낯선 사람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난 망가졌다는 게 어떤 건지도 몰랐어.” 그렇게 망가져가고 있을 때 마리카의 기억을 담은 로봇이 찾아와 마리카의 아이에게 알려주었다. “장벽 바깥에는 끝없는 어둠 속에서 적의 피를 마시는 존재들이 있다고, 그들에게 가라고 했어. 그들에게 가면 내가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우리’는 악마에게서 왔지만 ‘나’는 신에게서 왔다고. 그러니까 신이 주신 내 모습대로 살아가라고 했어.” ---「우리는 악마에게서 왔다」중에서 마리카는 저 안에 갇혀버렸는지도 모른다. 공장이 무너지면 마리카도 없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다. 나는 혼자 고개를 흔들었다. 통신망 안으로 녹아 흩어진 의식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옥은 기계 속으로 침투했다. 마리카도 기계 속에 있다. 내가 소멸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어딘가에서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이다. ---「우리는 악마에게서 왔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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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오면 우리는」 인간의 변덕에 행성의 운명을 맡겨둘 수 없다고 판단한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게 된 미래 세계. 냉동 트럭에 깔려 죽음을 기다리던 중 흡혈인 ‘선’에 의해 목숨을 구제받고 한쪽 다리를 잃은 채 흡혈인으로 다시 태어난 ‘나’는 ‘마리카’를 비롯한 인류 문명의 종말을 원치 않는 이들과 로봇, 나아가 로봇에 포섭된 기계 숭배자들에 맞서 싸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인간형 로봇 ‘빌리’를 발견한다. 빌리는 자신이 인간이라고 주장하며 어찌 된 일인지 ‘나’와 한편이 되어 자신과 같은 로봇이 생산되는 공장을 알려주는데…….
「예언자」 나라가 적에게 침략당하기 전, ‘마리카’는 학교 선생이었다. 점령된 후 학교에서 모국어 사용은 물론 교과서와 공책이 금지되었고, 아이들은 전자 기기로 수업을 받고 전자 기기는 아이들과 선생들을 항시 감시했다. 일을 하려면 기계가 필요했으나 모든 기계는 유상 대여였으며 파손 시 막대한 수리비를 물어야 하는 등 점령지민들은 점점 가난해지며 존엄마저 잃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마리카’에게 교감선생은 업무를 하는 척 ‘항의 집회’에 대한 건을 흘린다. 그 집회는 결국 살육으로 마무리되고, 간신히 도망치던 ‘마리카’는 과거 자신의 학생이었던 할리나가 속한 저항군과 마주치며 저항군으로서 활동을 시작하는데……. 「우리는 악마에게서 왔다」 「밤이 오면 우리는」 이후, 정비소를 은신처로 머물던 ‘나’에게 낯선 이가 찾아온다. 그는 ‘마리카의 아이’라며 자신을 흡혈인으로 만들어달라 청한다. ‘나’는 그를 흡혈인 ‘네빔’으로 다시 태어나게끔 해준다. 그들이 향한 곳은 특수작업공장. 이 공장에는 마약을 제작하는 라인과, 아기를 생산하는 도구이자 “의식과 신체를 분리하”기 위해 약에 절여진 여자들이 갇혀 있었다. 많은 이가 “의식을 분리당해 정신과 영혼을 인공 신체에 강제로 장착당”한 인간-로봇이 되었던 것. 그렇게 공장에서 로봇과 싸우다 궁지에 몰려 도망치던 ‘나’의 귓가에 문득 ‘마리카’의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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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는 인간을 살해하고 인간은 같은 인간을 사냥하는 세계
지금 ‘순리’는 어긋나고 ‘폭력’과 ‘억압’의 체계는 무너진다! 『이름 없는 것들의 밤』의 세계관을 여는 1부 「밤이 오면 우리는」은 우리 인류가 당면한 시의성 있는 주제에서 출발한다. 20세기 인류의 가장 중대한 실수였던 ‘핵실험’과 그를 둘러싼 강국들의 견제와 이어진 전쟁…… 결국 “인간의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행성 전체가 멸망할 것이었다.” 이에 “편견이 없고 공정”하게 사고하는 ‘기계’에게 인류는 미래를 맡긴다. 그리고 로봇은 “지구상 다른 모든 생물종을 위한 최선의 안전장치는 인류 문명의 종말”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정작 이 이야기에서 인류 최대의 적은 ‘기계’가 아닌, “인간을 죽이는 일에” 특화된 인간이다. 이에 더해 “난 사람이에요”라고 주장하는 인조인간의 등장은 “인간의 조건”이란 무엇인가라는 소설의 질문을 끊임없이 되뇌게 한다. 이어지는 2부 「예언자」는 「밤이 오면 우리는」의 등장인물인 ‘마리카’라는 여성을 중심에 내세운 1부의 ‘프리퀄’ 격인 이야기이다. 작가는 이 작품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및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는데, 「예언자」는 기계-로봇의 지배 이전, 교사였던 마리카의 나라가 식민지가 되면서 존엄마저 빼앗기는 과정을 실감 나게 그려낸다. 와중에 ‘적’의 국가와 대기업은 점령지 사람들의 노동과 학습을 모조리 기계로 대체하며 필요한 기계의 임대료와 수리비를 무리하게 청구하는 등 전쟁 상황과 기계-로봇의 지배가 교묘하게 섞이면서, 독자에게 시점의 혼란을 야기한다. 결말에 이르러 ‘마리카’를 비롯해 독자가 마주하게 되는 진실은 꽤 충격적이다. 3부 「우리는 모두 악마에게서 왔다」는 「밤이 오면 우리는」 이후 시점을 다룬다. 「밤이 오면 우리는」에서 지구는 인구수가 줄긴 했으나 그럼에도 생물종의 보존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었으나, 3부에 이르러서는 계속되는 공습으로 당초 기계-로봇의 목표 중 하나였던 생물종의 보존조차 옛이야기가 되어 더 멸망으로 치닫는 곳이 되었다. 흡혈인도 눈에 띄게 줄어 은신하고 있던 ‘나’에게 자신이 ‘마리카의 아이’라고 주장하는 인물이 찾아오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인간의 적으로서 인간’을 배양하기 위해 기계가 인간 여성을 이용하고 그렇게 태어난 인간들은 기계에 의해 마약으로 통제당하고 있었던 현실이 ‘특수작업공장’이라는 배경 아래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이러한 처참한 현실 속에 ‘저항’이라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3부 말미에 의하면, 가능성은 다름 아닌 ‘이름 없는 것들’, 즉 자신의 이름으로 살 수 없었거나 자신의 자리가 없던 것들에게 있다. 『이름 없는 것들의 밤』은 ‘장애’를 지닌 흡혈인, 본인이 로봇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로봇, 점령국의 여성, 다양한 것들을 갈아 먹여 어떤 존재도 아닌 것의 냄새를 풍기는 ‘개’ 등 비인간까지, 소위 ‘바깥’의 존재들이 서사를 이끌어 간다. 1부에서 3부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시종일관 “폭력적인 집단, 비인간적인 체제에 대한 분노”를 표하는데, 새로운 저항으로 향하는 열쇠를 바로 이 폭력과 체제에 희생당해온 이들에게서 찾는다. 지금껏 이름을 가진 적 없던, 이들이 “폭력과 억압의 체계와 싸워 무너”뜨리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게 폭력의 굴레를 끊어낸 끝에 마침내 찾아올 “모든 인간이 평등하게 연약하고 부드러워도 되는 세계”를 꿈꾸는, ‘정보라표 디스토피아 SF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전쟁이 이어지고 “기술이 지배하는 미래”를 마주한 현재, 소설 속 상상은 현실적이고도 섬찟하게 다가오지만, 우리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질문으로서 묵직한 울림을 남기는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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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이 대단원에 이르러 ‘○○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특히 그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어떤 매끈한 구별 속에서 ‘○○이지 않은 것’과의 대별을 만들어내는 한 그렇다. 이들 중 (…) 인간이 아닌 존재가 없고, 흡혈인이 아닌 존재가 없으며, 기계 또한 아닌 존재가 없다. 이들은 그저 뒤섞인 채 그 자신으로 존재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의 미래라면 어떤가? (…) 기술이 지배하는 미래는 확실하게 찾아올 것이며, 심지어는 이미 도래해 있다. 그리고 어쩌면 이것이 우리가 그토록 맞이하기를 바라던 ‘비-인간’의 세계가 아니었는가? 이 안에서 우리는 더 이상 인간으로 존재하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단 한 번도 우리 자신이 규정한 ‘인간’으로 존재한 적도 없다. 그 사실을 인정하면서 우리는 스스로를 비인간을 넘어 새로운 존재, 어쩌면 귀신으로 선언하고 어떠한 귀신으로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를 존재의 사명으로 끌어안고 나아가야 한다. - 선우은실 (「작품해설」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