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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창백한 말
1부
2부
3부

역자 해설: 저항하는 지식인의 초상
추천의 글
작가 연보

저자 소개 2

보리스 사빈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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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is Savinkov

러시아제국 하리코프(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출신의 혁명가이자 작가인 보리스 빅토로비치 사빈코프는 20세기 초 러시아 문학과 정치의 교차점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 인물이다. 그는 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에 재학하던 중 사회주의를 접하고 혁명 활동에 들어섰다. 1897년 열여덟 살에 사회주의 활동을 시작한 후 1904년 재무장관 플레베 암살, 1905년 모스크바 총독 세르게이 알렉산드로비치 대공 암살에 성공했다. 그는 모스크바 총독 암살 사건을 비롯한 주요 테러 활동의 전말을 『테러리스트의 수기』에 상세히 기록했다. 1906년 밀정의 밀고로 수감된 그는 탈옥하여 파리로 망명했
러시아제국 하리코프(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출신의 혁명가이자 작가인 보리스 빅토로비치 사빈코프는 20세기 초 러시아 문학과 정치의 교차점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 인물이다. 그는 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에 재학하던 중 사회주의를 접하고 혁명 활동에 들어섰다. 1897년 열여덟 살에 사회주의 활동을 시작한 후 1904년 재무장관 플레베 암살, 1905년 모스크바 총독 세르게이 알렉산드로비치 대공 암살에 성공했다. 그는 모스크바 총독 암살 사건을 비롯한 주요 테러 활동의 전말을 『테러리스트의 수기』에 상세히 기록했다.

1906년 밀정의 밀고로 수감된 그는 탈옥하여 파리로 망명했다. 파리에서 『테러리스트의 수기』를 완성했으며, 1909년 롭신이라는 필명으로 『창백한 말』을 출간했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프랑스군에서 종군 기자로 복무했으며 1917년 러시아혁명 이후 귀국하여 임시 정부의 군사 총지휘관, 국방차관을 역임했지만 정치적 마찰로 인해 제명되었다. 이후 러시아 내전이 발발하자 백군과 함께 볼셰비키의 권력 독점에 맞서 싸웠다. 이 시기 그의 이야기는 소설 『검은 말』로 1923년 파리에서 출간되었다. 1920년에는 소비에트 정부가 폴란드를 침공하자 바르샤바로 가 폴란드를 위해 싸웠다. 그는 1924년 소련 비밀경찰의 함정에 빠져 체포되었고, 이듬해 감옥에서 사망했다. 사빈코프는 혁명가로서의 삶과 문학가로서의 활동을 병행하며, 폭력과 도덕, 신념과 회의 사이의 갈등을 작품 속에 녹여냈다. 테러리스트이자 작가, 이상주의자이자 현실주의자였던 그는 오늘날에도 ‘정치적 인간’의 역설을 성찰하게 만드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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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a Chung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번역가. SF, 판타지, 호러 등 장르문학의 문법과 현실을 결합하며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왔다. 연세대 인문학부를 졸업하고, 예일대에서 러시아·동유럽 지역학 석사를 거쳐, 인디아나대에서 러시아문학과 폴란드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8년 연세문화상에 「머리」가, 2008년 디지털문학상 모바일 부문 우수상에 「호(狐)」가 당선되었으며, 2014년 「씨앗」으로 제1회 SF어워드 단편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저주토끼』로 2022년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고, 이듬해 국내 최초로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최종 후보에도 이름을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번역가. SF, 판타지, 호러 등 장르문학의 문법과 현실을 결합하며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왔다. 연세대 인문학부를 졸업하고, 예일대에서 러시아·동유럽 지역학 석사를 거쳐, 인디아나대에서 러시아문학과 폴란드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8년 연세문화상에 「머리」가, 2008년 디지털문학상 모바일 부문 우수상에 「호(狐)」가 당선되었으며, 2014년 「씨앗」으로 제1회 SF어워드 단편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저주토끼』로 2022년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고, 이듬해 국내 최초로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최종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너의 유토피아』는 영문판이 2024년 발간된 이래, 2024년 미국 주간지 [타임]의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고, 2025년 1월 현재 필립 K. 딕상 후보작으로 선정되었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저주토끼』 『여자들의 왕』 『아무도 모를 것이다』 『한밤의 시간표』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작은 종말』, 장편소설 『문이 열렸다』 『죽은 자의 꿈』 『붉은 칼』 『호』 『고통에 관하여』 『밤이 오면 우리는』, 에세이 『아무튼, 데모』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거장과 마르가리타』 『탐욕』 『창백한 말』 『어머니』 『로봇 동화』 등이 있다. 대학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하여 한국에선 아무도 모르는 작가들의 괴상하기 짝이 없는 소설들과 사랑에 빠졌다. 어둡고 마술적인 이야기, 불의하고 폭력적인 세상에 맞서 생존을 위해 싸우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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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9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210*290*20mm
ISBN13
9791193635582

책 속으로

나는 내 방의 책상 앞에 앉아서 지도에 동선을 표시한다. 나는 총독의 생활을 재현해 보려 시도한다. 머릿속으로 나는 대저택의 응접실에서 총독과 함께 손님을 접대한다. 철문 너머에서 함께 정원을 산책한다. 밤이 오면 함께 침실에 몸을 숨긴다. 함께 신에게 기도한다.
--- p.11

그를 생각할 때 나에게는 증오도 원한도 없다. 그러나 동정심도 없다. 나는 그에 대해 무관심하다. 그러나 그의 죽음을 원한다. 나는 알고 있다 - 그를 반드시 죽여야만 한다. 테러와 혁명 을 위해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 나는 노예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나는 사람들이 노예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 p.12

나는 내가 왜 테러의 길을 가는지 모르지만 왜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가는지는 안다. 하인리히는 이렇게 하는 것이 사회주의의 승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확신한다. 표도르는 아내가 살해당했다. 에르나는 사는 것이 수치스럽다고 한다. 바냐는……. 바냐에 대해서는 스스로 말하도록 내버려두자.
--- p.18

우리는 아이들처럼 약하고 믿음이 모자라, 그래서 칼을 들지. 자신의 힘을 믿기 때문이 아니라 약하고 겁에 질렸기 때문에 칼을 드는 거야.
--- p.40

주위 사람에 대한 사랑도 없는데 어떻게 멀리 있는 사람을 사랑할 수 있나? 진흙 속에 피투성이로 고통스럽게 사는 사람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그거 아나, 다른 사람을 위해 죽는다는 거, 사람들에게 자기 죽음을 바치는 건 쉬워. 삶을 바치는 쪽이 더 어렵지.
--- p.43

나는 이 돌로 된 도시에서 이방인이고, 어쩌면 세상 전체에서 이방인인지도 모른다.
--- p.50

사람들이 말하기를 인간을 사랑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마음속에 사랑이 없다면?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고도 한다. 그러나 존중하는 마음도 없다면? 나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다. 죄에 대해 말한들 내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나는 자신에 대해서 말할 수 있다. “내가 보매 창백한 말이 나오는데 그 탄 자의 이름은 사망이니.” 그 말이 발을 디디는 곳에는 풀이 시들고, 풀이 시드는 곳에는 생명이란 없으며, 이는 즉 법도 없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죽음은 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 p.73

관목 숲이 어스름 속으로 가라앉고 숲은 무섭게 어두워진다. 표도르는 테이블에 팔을 괴고 말이 없다. 그의 눈에 악의가 담겨 있다. “전부 폭탄을 먹였으면, 긴말할 것 없이.”
--- p.75

그의 맑은 눈에 슬픔이 담겨 있다. 나는 말한다. “바냐, 그럼 ‘살인하지 말라’는?” “없어, 조지. 살인하게.” “자네가 그런 말을 하나?” “그래, 내가 그리 말하네. 살인하게, 다른 사람들이 살인하지 않도록. 살인하게, 사람들이 하나님의 뜻대로 살고 사랑이 세상을 밝히도록.” “그건 신성모독이네, 바냐.” “나도 알아. 그럼 ‘살인하지 말라’는 신성모독 아닌가?” 그는 내게 양손을 내민다. 커다랗고 환한 미소를 짓는다.
--- p.80

사랑도 없고 평화도 없고 생명도 없다. 오직 죽음이 있을 뿐이다. 죽음은 왕관이고, 죽음은 가시관이다.
--- p.99

나는 그녀를 원하고, 더 나은 그녀, 더 기쁜 그녀, 더 강한 그녀는 있을 수 없다. 내가 사랑하기 때문에 그녀는 아름답고 강하다.
--- p.114

어째서 그런 다정함이 슬픔을 낳는가? 어째서 사랑이 기쁨이 아니라 고통을 주는가?
--- p.144

어쩌면 그녀는 오직 사랑만을 사랑하는지도 모른다. 오직 사랑 속에 그녀의 빛나는 인생이 있고, 사랑을 위해 그녀는 세상에 태어났으며 사랑의 이름으로 무덤에 들어갈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할 때면 마음속에서 포근한 악의가 일어난다.
--- p.154

나는 사막의 돌 같다. 그러나 나의 손에는 날카로운 낫이 있다.
--- p.163

어디가 끝인가? 나의 정당한 휴식은 어디 있는가? 피는 피를 부르고 복수심은 복수심으로 살아간다.
--- p.168

나는 지상 낙원도 믿지 않고 하늘의 낙원도 믿지 않는다. 나는 노예가 되고 싶지 않다, 자유로운 노예조차 되고 싶지 않다. 나의 모든 삶은 투쟁이다. 나는 투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무엇의 이름으로 투쟁하는지 나는 모른다. 그저 그렇게 원할 뿐이다. 그리고 나는 진노의 포도주를 마신다.

--- p.171

출판사 리뷰

‘폭탄과 권총과 펜’으로 요약된 삶

카뮈에게 영감을 준 작가이자 격동의 삶을 살아간 혁명가,
보리스 사빈코프의 상징적 작품 『창백한 말』

“나는 이 돌로 된 도시에서 이방인이고,
어쩌면 세상 전체에서 이방인인지도 모른다.” (본문)

장동건, 이준호, 김상중 주연의 영화 〈아나키스트〉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너 제2의 사빈코프가 되고 싶다고 했지?” 사빈코프는 당시 많은 혁명가들의 목표이자 이상이었다. 수많은 권력자들을 공포에 떨게 한 절정의 암살 능력과 카뮈를 비롯하여 많은 문인들에게 영감을 준 그의 탁월한 글들을 보면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사빈코프가 진정 혁명가들의 마음을 훔칠 수 있었던 이유는 따로 있다. 위계적 권력에 대한 그치지 않는 투쟁, 민중의 자유를 믿고 그것을 위해 온몸을 불살랐던 삶. 민중의 이름으로 혁명에 성공한 볼셰비키가 점차 권력 그 자체만을 탐하는 괴물이 되어가는 와중에도 사빈코프는 약자의 편에, 민중의 편에 서길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바위보단 계란이 되길 택했고, 그래서 그의 삶은 숱한 고난과 고초로 가득했다.

보리스 사빈코프의 『창백한 말』은 작가의 생애와 문학적 지향이 극적으로 교차하는 작품이다. 사회혁명당의 무장투쟁 조직에서 황제 직속 인사 암살을 주도했던 혁명가 사빈코프는 이 소설을 통해 자신의 테러리스트로서의 경험과 내면적 갈등을 깊이 성찰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하인리히, 표도르, 에르나는 그가 혁명 운동에서 실제로 함께했던 동지들을 모델로 하였으며, 특히 등장인물 이반(바냐)은 작가 자신의 분신으로 그려진다. 이반과 에르나의 인간적인 고뇌, 조지가 겪는 윤리적 모순과 고통은 사빈코프가 현실에서 경험한 심리적 충돌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렇듯 사빈코프는 숭고한 관념과 폭력의 모순을 도스토옙스키적인 방식으로 대비시켰고, 이러한 입체성이 『창백한 말』을 단순한 정치 소설을 넘어 러시아 문학의 깊이 있는 고전으로 만들었다.

폭력과 구원의 경계에서 길을 잃은 혁명가의 고백
혁명과 암살, 사랑과 죄의식 사이에서 탄생한 걸작, 『창백한 말』

“사랑도 없고 평화도 없고 생명도 없다.
오직 죽음이 있을 뿐이다.
죽음은 왕관이고, 죽음은 가시관이다.“ (본문)

『창백한 말』은 1900년대 초 러시아제국을 배경으로 암살과 혁명이라는 긴박한 사건들 속에 인물들이 얽히며 펼쳐지는 흥미로운 소설이다. 주인공 조지와 그를 둘러싼 두 가지 삼각관계(에르나-조지-옐레나, 조지-옐레나-그녀의 남편)는 소설의 긴장감을 높이는 동시에 독자의 흥미를 자극한다. 빠르고 직설적인 문체로 전개되는 암살 계획과 첩보 작전의 디테일은 미스터리 스릴러로서의 재미를 충분히 선사하며, 동시에 인물들이 마주하는 고뇌와 윤리적 질문을 통해 철학적 깊이까지 제공한다. 더불어 요한계시록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종말과 파멸의 어두운 이미지들이 작품 전체에 드리워져 있어 강렬한 분위기와 높은 문학성을 함께 경험할 수 있다.

『창백한 말』은 오늘날 독자들에게도 여전히 깊은 울림을 전한다. 현대 사회 역시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 그리고 윤리와 폭력이라는 상반된 개념의 충돌을 끊임없이 경험하고 있다. 사빈코프가 생생히 묘사한 내적 갈등과 고뇌는 시대를 넘어 오늘날의 독자들이 겪는 도덕적 혼란과 실존적 질문에 직결된다. 특히 이 소설은 ‘정의’를 위한 폭력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지, 숭고한 이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내면이 어떻게 파괴될 수 있는지를 냉정하게 성찰하게 만든다. 빠른 템포의 서사, 치밀한 인물 묘사, 그리고 강렬한 철학적 질문까지 함께 담고 있는 『창백한 말』은 단순히 러시아 혁명기를 다룬 역사소설의 영역을 넘어 현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이 각자의 내면을 되돌아보도록 하는 문학적 거울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보리스 사빈코프는 기록하고, 기록한 것을 지키고,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자였다. 삶의 끝까지 그는 저항하는 혁명가로 남았다. 사빈코프는 모든 권력에 저항한 진정한 민중주의자였다.” ― 소설가·번역가 정보라

추천평

“사빈코프는 뛰어난 문학적 재능과 예리한 통찰력, 날카로운 유머 감각을 지닌 사람이었다. 이런 경험과 문장력을 바탕으로, 그는 혁명과 반혁명의 격동기를 가장 생생하게 기록해 낼 수 있는 인물이었다.” - 아나톨리 루나차르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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