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소설가. ‘사퍼(Sapper)’라는 필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콘월의 보드민에서 태어나 첼트넘 칼리지와 울리치 왕립육군사관학교를 거쳐 1907년 왕립공병대 장교로 임관했다. 제1차 세계대전 때 프랑스로 건너가 이프르와 솜 전투를 겪었고, 독가스 공격을 당하기도 했다. 1916년 무공십자훈장을 받았으며, 1918년에는 공병 장교로서는 드물게 미들섹스 연대 제18대대를 지휘했다. 현역 장교는 본명으로 글을 발표하기 어려웠기에, 『데일리 메일』의 사주 노스클리프 경이 공병을 가리키는 별칭 ‘사퍼’를 필명으로 지어 주었다. 1915년 전쟁 단편집 『중위와 다른 사람들』, 『마이클 캐시디 중사』로 큰 인기를 얻었다.
1919년 소령으로 군에서 물러난 뒤 1920년 발표한 『불독 드러먼드』가 크게 성공하면서, 1920년대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원고료를 받는 단편 작가로 꼽히기도 했다. 드러먼드가 등장하는 장편을 모두 열 편 썼고,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제라드 페어리가 시리즈를 이어 갔다. 전쟁 중 입은 가스 피해의 후유증으로 여겨지는 병으로 1937년 8월 웨스트서식스의 자택에서 마흔여덟 살에 세상을 떠났다. 이언 플레밍은 제임스 본드를 두고 “허리 위로는 사퍼, 허리 아래로는 미키 스필레인”이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