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를 걸으며 품었던 다짐을 간직한 채 청춘을 보냈다. 서호주의 사막과 도시를 오가며 타인의 여정을 돕는 코디네이터 일을 하며 길 위를 떠돌았다. 십수만 킬로미터를 달렸고, ?꽃보다 청춘? 호주 편 촬영 지원을 한 뒤 길었던 이십 대의 유랑을 마쳤다.
엄마가 된 뒤 먼 길을 지나 고향 울산으로 돌아왔다. 아이와 함께 계절을 건너며 한 해의 빛과 온도를 새로이 배우고, 무심히 지나쳤던 풍경 앞에 멈춰 서서 돌아오는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지금은 여름과 조금 더 깊은 여름이 존재하는 사이공에서 삶의 새로운 단어들을 수집하고 있다. 멀리 가야만 비로소 잘 살아지는 줄 알았던 삶이, 이제는 가까운 이들과 건너는 매일의 일상에 닿아 있음을 안다.
마음에 쉽게 가라앉지 않는 것들을 매만져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