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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부르는 자유의 노래
박정근
도서출판도화 2021.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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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작가의 말

리어 서울에 나타나다
다시 부르는 자유의 노래
뉴욕의 이방인들
롱아일랜드에서 만난 한인들
정교수 주기평가
헛탕
고려인 처녀 율여의 코리안 드림

저자 소개 1

1955년에 전라북도 부안에서 출생하였다. 1991년 봄에 고려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를 취득하였으며 이듬해 대진대학교 영문과 교수로 취임했다. 전임교수가 된 후 2001년 창조문학에서 신인상을 받고 등단하였다. 문학의 꿈을 꾸는 문인들을 돕기 위해 [윌더니스 문학]을 창간하여 반년간지로 지금까지 꾸준히 발간하고 있다. 2017년 1년 간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 국립대에서 연구년을 보내면서 소설을 쓰기로 결심하였다. 크즐오르다에 거주하는 고려인들의 이야기와 그의 체류기를 소설로 담았다. 그 중 한 작품인 「이방인들의 파티」가 월간문학의 신인작품상에 당선되었으며, 소설집 『파미
1955년에 전라북도 부안에서 출생하였다. 1991년 봄에 고려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를 취득하였으며 이듬해 대진대학교 영문과 교수로 취임했다. 전임교수가 된 후 2001년 창조문학에서 신인상을 받고 등단하였다. 문학의 꿈을 꾸는 문인들을 돕기 위해 [윌더니스 문학]을 창간하여 반년간지로 지금까지 꾸준히 발간하고 있다.

2017년 1년 간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 국립대에서 연구년을 보내면서 소설을 쓰기로 결심하였다. 크즐오르다에 거주하는 고려인들의 이야기와 그의 체류기를 소설로 담았다. 그 중 한 작품인 「이방인들의 파티」가 월간문학의 신인작품상에 당선되었으며, 소설집 『파미르 가는 길』을 출간했다. 2021년 장편소설 『다시 부르는 자유의 노래』로 [월간문학] 희곡 신인상을 받았다. 한국문인협회와 한국소설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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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90쪽 | 466g | 140*210*18mm
ISBN13
9791190526357

책 속으로

S대 병실에서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조 회장이 누워있었다. 침대 앞에서 침울하게 서있던 한솔은 무력하게 누워있는 조 회장을 껴안았다. 얼마 전만 해도 건장했던 부친이 시체처럼 누워있는 것을 보니 저절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친구 최씨를 통해 부친이 유산문제로 너무 미안한 나머지 막내딸 보기를 꺼려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아파왔다. 부녀의 관계가 유산으로 좌우되는 세태가 끔찍하게 소름이 끼쳤다. 그건 먼 이야기가 아니었다. 바로 그녀의 혈육인 언니들이 유산을 받으려고 갖은 아첨을 늘어놓는 꼴을 직접 목격했었다. 부친이 그녀에게 유산을 물려주지 않은 것을 미안해했다면 자신도 그런 부류로 인식했다는 이야기이리라. 그건 경우가 아니라고 고개를 흔들었다. 한솔은 부친과의 관계가 물질을 뛰어넘는 진정한 사랑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녀는 부친의 꼭 감은 눈을 바라보며 주술을 외우듯 담아두었던 설움의 말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 「리어 서울에 나타나다」 중에서

“풀잎들은 밤이 만들어낸 어둠 속에서 서로 아픔을 쓰다듬으면서 신음소리를 내죠. 들릴 듯 말 듯 스스슥, 스르르륵 하면서 말입니다. 우는 소리인지 웃는 소리인지 분간이 잘 안 돼요. 민중들은 그 소리를 들으면서 깊은 내면의 심연 속에서 꿈을 꿉니다. 완벽하게 자유로운 꿈이에요. 권력자들이 틈탈 수 없는 무의식의 꿈 세계로 빠져드는 거죠. 죽음과 생명의 길목을 오고 가면서 삶의 진실을 체험할 수 있어요. 죽음의 강가에서 쓰러졌다 일어난 풀잎은 바로 혁명을 체험한 민중인 것입니다.”
K의 말이 끝나자 토론자들과 청중들은 침묵 속에 빠졌다. 모두가 침묵할 수밖에 없는 것은 순간 각자의 풀잎을 떠올리고 그 아픔을 온몸에 느꼈던 것일까. 강풍에 엎드렸던 그들이지만 풀잎처럼 다시 일어나야겠다는 각성이 침묵 속에서 청중 모두에게 일어났으리라.
--- 「다시 부르는 자유의 노래」 중에서

과연 인간의 구원을 주창하는 종교란 무엇일까. 소위 그들이 커다란 깨달음으로 획득한다는 종단의 개벽사상이 그들의 영적 세계의 기반이라면 그들이 보통 사람보다 더 세속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았다. 신도들에게 개벽이 다가오니 세속의 가치를 버리라고 가르치던 그들이 아닌가. 그런데 그들이 세속인보다 더러운 늪에서 물장구를 치고 있다고 생각하니 온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결국 보아서는 안 될 것을 보고 말았다는 환멸감이 정주의 마음을 휘덮었다. 그래, 이곳을 하루빨리 떠나자. 새로운 삶의 좌표를 찾아 이곳으로 왔는데 제대로 시작하지도 못하고 오염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스며들었다. 정주의 마음은 복잡한 뉴욕 시내를 떠나 푸른 숲들이 한없이 펼쳐져 있는 롱아일랜드로 달려가고 있었다. 다만 패륜아로부터 핍박을 당하고 있는 심이 끔찍한 악몽에서 벗어나기만을 기도할 뿐이었다.
--- 「뉴욕의 이방인들」 중에서

정구는 연구실적 평가에서 일부 교수들의 탈선을 알고서 대학 내 사회적 정의가 땅에 떨어졌다는 것을 체감했다. 연구실적이 부족하면 승진에서 누락될 뿐 아니라 심지어 재임용에 탈락하여 대학을 떠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그런 모습을 목격할 때마다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약삭빠른 교수들은 교재를 개발한다는 명목으로 짜깁기 교재개발을 연구업적이랍시고 제출함으로써 위기를 넘겼다. 그것도 법인의 끄나풀 노릇을 하는 팀장들이 어용교수를 끌어들여서 교협 교수들을 견제하거나 공격하는 역할을 시키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부실교수들은 팀장들을 매수해서 실적 심사위원회에 어용교수들을 끼워 넣은 다음 엉터리 심사를 통해 위기를 넘겨버리는 것이다. 막상 그 자리에서 심사 비리를 안다고 하더라도 교수의 문제를 까발리기가 쉽지 않았다. 또한 교협 회장이 심사에 통과한 자들의 실적 부정을 교수 신분으로 나서서 고발하고 목을 자르기에 나서는 것은 쉽지 않았다. 자칫 교권과 교수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 그걸 해치는 것으로 오물을 뒤집어 쓸 가능성이 높았다.
--- 「정교수 주기평가」 중에서

안도 바다가 제공한 최후의 놀래미 조찬을 마친 낚시팀은 그들의 여행계획을 바꿔야 한다는 분위기에 휩싸였다. 더 이상 그들의 식욕을 위해서 마구잡이 낚시를 해서는 안 된다는 깨우침이 가슴 속에 새겨졌다. 그 순간 중근은 아침 햇살이 붉게 물들어오는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꿈속에서 그를 공격하던 물고기들이 파도를 타고 힘차게 유영을 하는듯한 착각에 빠졌다. 바다 여기저기 저인망과 온갖 어망들이 생명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모른 채 그들의 생명의 터전을 무한정 신뢰하는 물고기들이었다. 한 생명이 다른 생명을 빼앗는 것이 생태계의 거대한 먹이사슬일 뿐이라는 정의는 인간의 이기적 독선임을 애써 부인해온 인간들. 분명 그 무리 안에 낚시팀도 끼어있었던 것이다.
--- 「헛탕」 중에서

정완은 연습에 몰입하고 있는 율여의 눈을 직시했다. 지금 이 순간만은 율여의 마음에서 돈 냄새가 풍기는 코리안 드림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었다. 티무르는 바보 목동의 역을 맡았다. 율여는 티무르가 사랑하는 동네 처녀 역을 맡고 있다. 그녀는 바보 목동에게 연민을 느끼고 왕따를 당하는 그에게 보호심리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연민은 바보 목동에게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다. 바보가 원하는 것은 연민을 넘어선 사랑이다. 모든 마을 사람들은 바보 목동이 형편없는 겁쟁이라고 알고 있다. 율여는 진정 바보를 사랑할 수 있을까. 성공을 바라는 코리안 드림의 시각에서 바보 목동은 무능한 사람일 뿐이다. 그것만으로 모자란 인간을 결코 사랑할 수 없으리라.

--- 「고려인 처녀 율여의 코리안드림」 중에서

출판사 리뷰

첫 소설집 『파미르 가는 길』에서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고 있는 고려인의 현재를 실감 나게 그려낸 박정근 작가의 두 번째 작품집으로 두 편의 중편과 다섯 편의 단편에 가족, 자유, 디아스포라, 소외의 매카니즘 등 다양한 이야기를 묶었다.

중편 『리어 서울에 나타나다』와 『다시 부르는 자유의 노래』는 연극 공연을 위해 완성한 대본을 소설로 개작한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리어 서울에 나타나다」는 리어가 권력을 물려준 두 딸에게 배신당하는 플롯을 현대판 재벌 가족에게 적용하여 배금주의가 휴머니티를 파괴하는 과정을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전통적인 충·효 가치의 뻔한 결론이 아니라 가족의 사랑이란 가치를 수식적인 언어유희로만 인식했던 주인공 조한필이 그 허위성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밀도 있게 그리고 있다. 「다시 부르는 자유의 노래」는 김수영 시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그의 전기와 작품을 바탕으로 만든 대본을 소설로 만든 작품이다. 자유 정신을 갈구했던 김수영 시인의 가치관과 시론을 바탕으로 의용군 강제 입대와 탈출, 거제도 포로수용소 입소, 4·19 혁명, 6·3 한일협정 반대 시위 등 그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루고 있다. 시인이 작품 속에 드러낸 실존주의와 새로움의 시학, 죽음의 시학 등을 시민이나 문인들과의 대화로 꾸민 극적인 플롯이 돋보인다.

단편 「고려인 처녀 율여의 코리안드림」은 코리안드림을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는 고려인 처녀 율여의 이야기이다. 일제의 탄압으로 조국을 떠났다가 스탈린에 의해 카작 사막 지역과 우즈베키스탄의 등으로 강제이주를 당한 고려인의 후손인 율여는 코리안드림을 꿈꾼다. 하지만 작가는 물질적 풍요를 상징하는 크리안드림이 결코 행복의 열쇠가 될 수 없는 현실을 환경과 생태 문제와 대비해 선명하게 보여준다. 「헛탕」은 싱싱한 생선회를 즐기려고 낚시 여행에 따라나섰다가 마주친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으로 썰렁해진 여수, 금오도, 안도의 분위기 묘사와 주인공의 실제와 환상을 교차하는 상황·심리 묘사가 압권이다. 또한 낚시꾼들의 낭패와 깨달음을 풍자한 장면은 읽는 재미가 상당하다. 「정 교수 주기평가」는 대학사회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교수 승진 비리와 강사법 관련 문제를 다루고 있다. 지식인이면서도 사회적 약자로 전락한 대학 강사나 교수평가제도로 입에 재갈이 물린 교수들에 대한 문제의식이 두드러진 작품이다. 「뉴욕의 이방인들」과 「롱아일랜드에서 만난 한인들」은 작가가 뉴욕주립대학교 스토니부르크의 연구교수로 체류하면서 직접 체험했던 경험이다. 미국의 심장인 뉴욕에서 미국 사회에 동화되지 못하고 하부조직으로 기생하거나 부평초처럼 떠다니는 ‘한국인 디아스포라’의 모습이 생생하면서도 적나라해, 디아스포라의 갈등과 현실이 실감 나게 느껴진다.

이처럼 박정근 작가의 신작 소설 『다시 부르는 자유의 노래』에는 자유를 갈망하는 열정이, 상처받은 사람들의 흐느낌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안타까움이, 차마 희망을 말하지 못하는 디아스포라의 절규가 흐른다. 박정근 작가는 때론 노골적으로 시대와 맞서고 때론 음유시인이 되어 세상 속을 순례하면서 그들이 만들어내는 갈등의 언어를 촘촘하게 기워낸다. 작가의 몸에 숙명처럼 붙어있는 불화의 언어는 낮은 세상을 향해 물처럼 차분하게 흐르지만, 타인의 고통을 감각하려는 예리한 칼날이 되어 번득이면서도 천연덕스럽기도 하다.

실천 없이 말만 난무하는 이 혼탁한 시대에 자유에 대한 성찰적 탐구와 생명과 생태의 연대를 통해 체제 바깥을 상상하는 힘이 꿈틀거리는 소설 『다시 부르는 자유의 노래』 일독을 독자들에게 권한다.

추천평

그동안 디아스포라의 삶에 천착해온 박정근 작가는 이번 신작 소설집 『다시 부르는 자유의 노래』에서도 여전히 한국인 디아스포라의 삶을 다루며 가족, 자유, 소외, 비인간적인 사회 매커니즘 등 다양한 소재와 주제로 그 시선을 확대하고 있다. 이렇게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의 시선은 경험적 진실을 통해 스스로의 틀을 깨는 실천 의미를 심화시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국가주의와 전지구적인 자본주의 상황을 집요하게 성찰하도록 만든다. 아울러 ‘행동하는 실천’을 통한 사회적 연대 가능성을 열어 보이고 있다. - 김호운 (소설가, 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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