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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와 시민불복종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와 시민불복종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와 시민불복종
중고도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와 시민불복종
이남석 저
그린비 2004.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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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품목정보

발행일
2004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452g | 153*224*30mm
ISBN13
9788976829405

출판사 리뷰

한국 사회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 면제나, 군가산점 논쟁, 최근 몇몇 연예인과 프로야구 선수의 병역비리에 이르기까지 군대나 병역과 관련된 문제는 하나같이 우리 사회에서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이런 논쟁은 대부분 비이성적이고 폭력적인 양상을 띠고 나타나곤 했는데, 여기에는 병역을 기피하고자 하는 시도에 대한 뿌리 깊은 거부감이 작용한다. 그런데 문제는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이런 거부감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병역 기피와는 그 성격이 완전히 다른 병역 거부에 대해서 일반적인 시민들이 가지는 거부감의 원인을 여러 측면에서 고찰한다.

'기피’, ‘면제’, ‘거부’

우선 저자는 병역‘거부’라는 용어가 ‘기피’나 ‘면제’와 혼동되어 사용되는 데에서 그 거부감의 원인을 찾는다. 이 책에서 저자는 ‘면제’와 ‘기피’, ‘거부’의 개념을 명확히 구분한다. 일반적으로 면제는 ‘정상적이라면 해야만 하는 어떤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특별히 허용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개인의 판단은 없고 국가의 판단만이 작용할 뿐이다. 이와는 다르게 ‘기피’에는 개인이 등장한다. 기피란 ‘게으르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해야만 하는 어떤 일을 고의로(심사숙고해서) 회피하는 것’을 말하는데 여기에서 개인은 ‘군대를 가지 않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하는 ‘약한 주체’다. 그러나 ‘거부’에서의 개인은 ‘기피’나 ‘면제’에서의 개인과는 전혀 다르다. ‘거부’는 그 자체로 강한 의미의 정치적·저항적 성격을 가지며, 저항하는 주체 또한 강하게 불평하고 반대하고 저항하며 폭로한다. 이렇듯 명확한 차이를 가지고 있는 세 용어는 종종 혼동되어 사용된다.

특히 저자는 국회나 정부기관, 법정, 언론 등 여론의 중추에서 이런 혼동이 벌어지는 여러가지 사례를 들면서 이런 일들이 무지에 의해서 또는 양병거를 폄훼하려는 고의적인 목적에 의해서 행해진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런 혼동으로 인해 ‘병역거부자’가 ‘병역기피자’나 ‘면제를 바라는 자’로 인식되고, ‘병역면제자’마저도 ‘병역기피자’로 인식되는 현실을 지적한다.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

그러나 이런 개념의 혼란만으로 병역거부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거부감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여기에는 국가가 병역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시민을 차별하는 여러 기제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징병 신체검사는 20세 이상의 모든 남성 시민을 정상인과 비정상인으로 구분하는데, 이런 구분은 군대를 가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거부감을 부추기는 실질적인 기제로 작동하게 된다.

대한민국 남성 시민은 19세가 되면 위와 같이 국가에 의해 등급을 부여받는다. 이를 위해 대한민국 남성 시민은 국가에 의해 거의 발가벗겨진 채, 은밀한 곳까지 검사를 당하고 그래도 해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의사의 질문에 따라 자신의 육체와 정신에 관한 모든 것을 고해성사해야만 한다. 끝까지 감추고서 보여주고 싶지 않은 육체의 일부도 드러내야 하고, IQ도 공개되고 학교생활기록부를 통해 중고등학교 생활까지 검열을 당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수석징병전담의사와 수석군의관은 눈도 들지 않은 채 “○○○ 1등급” “□□□ 2등급”이라고 외친다. 수석징병전담의사와 수석군의관이 “△△△ 5등급” 하고 외칠 때에는 눈을 들어 해당 남성 시민을 한 번 쳐다본다. ‘혹시 이번 판결에 의문이 있나’라는 눈초리라기보다는 ‘5급을 받은 사람은 어떻게 생겨먹은 인간인가’라는 눈초리이다.―본문 중에서(p.117)

이렇게 국가에 의해 결정되어 시민의 내면 깊숙히 자리잡게 되는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져야 하는 병역의무에 대해 양심을 이유로 혜택을 요구하는 비정상적인 사람들로 매도된다. 그리고 대다수 ‘정상적’인 양심은 자신들이 다수이며, 보편적이라는 관점에서 소수의 ‘비정상적’인 양심을 억압하거나 존재할 필요가 없는 양심으로 전락시킨다.

?한국 군대의 불평등과 불합리

하지만 군대가 기피의 대상이 아니라면, 즉 ‘군대는 힘들고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없다면 이런 문제들이 생겨날 여지는 없다. 따라서 저자의 분석은 우리나라 군대의 불평등과 비합리성의 문제까지 확대된다. 저자는 여러 측면에서 한국 병역제도의 문제점들을 분석하는데 특히 군 입대와 군복무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음과 같은 불평등에 주목한다. 군 입대 방식에서의 형평성은 고위층의 비리와 상대적으로 교육 정도가 높거나 부유한 계층에 유리한 병역특례 등으로 인해 무너지고 있으며, 군복무를 하면서 부여받는 병종이나 보직 또한 사회에서의 부나 교육 정도에 의해 좌우된다. 사병의 봉급은 군복무 동안의 기본적인 필요도 충족시키지 못할 정도로 적어서 불가피하게 가정으로부터 경제적인 보조를 받을 수 밖에 없는데 이 때문에 사회에서의 부가 군대 내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나라 군대의 이런 문제들은 군복무를 마친 사람들에게 일종의 피해의식을 불어 넣고, 따라서 정상적으로 군복무를 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 비이성적인 분노를 표출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군대에서 겪은 폭력적인 문화가 사회로 투영되어 사회전반에 군사적이고 폭력적인 문화를 만연시킨다는 점에서도 한국 군대의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정전론적 시각의 만연

저자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 관한 반감의 또다른 이유로 종교의 교리에서부터 현대 정치철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 만연해 있는 정전론(正戰論)적 관점을 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신자를 가지고 있는 가톨릭, 개신교, 불교 모두 그 교리에는 정전론적인 관점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것이 관용을 최대의 미덕으로 삼아야 하는 종교가 전쟁과 폭력을 용인하고 그 폭력에 동참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저자는 이런 정전론적 인식이 종교뿐만 아니라 비교적 진보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현대 정치철학자들에게서도 나타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저자는 평등주의적 자유주의자이며 『정의론』의 저자로 유명한 존 롤즈(J. Rawls)와 대표적 공동체주의자 중 한 명인 마이클 왈쩌(M. Walzer)까지도 정당한 전쟁을 주장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전론적 인식이 얼마나 뿌리깊은 관념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소수자 문제로서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둘러싼 이런 불관용의 원리들을 고찰하면서 저자가 고민하는 것은 바로 소수자 문제로서의 양병거 문제이다. 『차이의 정치―이제 소수자를 위하여』라는 책을 통해 이미 소수자 문제에 대한 고민을 보여준 바 있는 저자 이남석은 양병거 문제 또한 소수자 문제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특히 저자는 사회적 소수자(여성, 장애인, 동성애자 등)의 대부분이 군복무를 할 수 없는 조건에 해당된다는 점을 들어 양병거와 소수자 문제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양병거를 인정하고 대체복무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그동안 비정상이나 별종으로 비춰져 왔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대우한다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다른 소수자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또한 크게 개선되었음을 동시에 의미한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 사회에서 양병거는 단지 병역거부만을 요구하는 운동에 그치지 않는다. 오태양 이후 병역거부 선언자들은 반전주의적·평화주의적 신념을 병역거부의 근거로 제시하는데 이런 병역거부는 그 행동방식에 있어서나 주장하는 내용에 있어서나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행위인 ‘거부’를 넘어 이미 ‘시민불복종’적인 성격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시민불복종’은 공동체의 신념에 호소하고 자신의 행위에 동참할 것을 공동체 일반에 촉구하는 형태를 띠고 있는데 이런 ‘시민불복종’으로서의 양병거는 우리 사회의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양병거 운동은 이미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 대해서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고, 선고되는 형량도 많이 완화되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게 허용되지 않던 교도소 내 종교집회도 허용되었고, 양병거를 계기로 군대문제나 인권문제 같은 다른 주제들이 논의의 장으로 끌려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양병거가 이뤄낸 가장 큰 성과는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 전반의 의식에 큰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은 헌법이 수립되고 난 이후, 어느 누구도 문제삼지 않았던 것을 문제삼기 시작했다. 이념 대립의 첨병으로 살아왔으며, 반공을 최고의 기치로 여기고 ‘적을 죽이는 것이 내가 사는 것이다’라는 신조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그들은 전쟁반대와 평화라는 작은 돌을 던졌다. 그 파장은 아직 미약하기는 하지만 우리 사회 구석구석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다. 그들은 적과의 전쟁과 승리를 당연한 것으로만 여기던 우리들에게 ‘서로간의 전쟁’ 대신 ‘함께 살아가는 평화’로의 인식전환을 요구한다.―본문 중에서(p.230)

이렇듯 양병거는 한국 사회의 변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관용의 대상이었던 양병거가 우리 사회에 관용의 정신을 일깨우고 이끄는 주체가 된 것이다. 이제 저자는 이런 관용의 정신을 우리 사회에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저자는 ‘불관용을 당하는 소수자의 굴종과 저항을 없애고 불관용자의 홀로코스트적 범죄 행위를 막기 위해’서라도 ‘양심의 자유를 천부적인 자연권으로 보장하고, 모든 사람이 관용을 누리게’ 해야 하며 바로 이것이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루는 지름길이라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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