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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아무렴 별 간격 문득, 생각나서 올라타다 필터링 슬쩍, 받쳐 주다 여량에서 구절까지 선물 조연들 노을 칼맛 저녁의 높이 쉰아홉 식구 제2부 큼지막한 호주머니 선인장과 도둑 봄날 오래된 둘레 간보다 내장탕 한 그릇 늘봄 구름의 방 감자를 먹습니다 조력 내게로 온 설렘 부부 무조건 욕지 여근곡 제3부 물소리를 쬐다 배알을 빼 버리다 지금, 여기 아무도 꺼내 가지 않는 관성 절친 죽이기 프로젝트 방심 퀵 배송된 ‘제수씨와젖통?의 카톡 내가 만난 부처 과욕 길 보따리장수와 의자 똥심 상강(霜降)제4부 벗 오래된 실패 안개지대 즐거운, 질주 러닝메이트 대리인 등 뒤 오른짝이 아쉽다 일루젼(Illusion) 미안해요 산초나무 그 바다에 다시, 서다 내리막길 링반데룽 가만권성훈 해설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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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산 시의 전편에는 가족 공동체를 향한 뜨거운 시심이 서려 있다. 어쩌면 시인에게 그것은 뭉클하면서도 서럽고, 캄캄하면서도 환하고, 아프면서도 따뜻한 “배꼽이 여럿”인 감자 같은 것일 터이다. 또록또록 야무지게도 영근 것을 삶아 놓으니 해토(解土)처럼 팍신해, 촉감으로 먹습니다 서로 관련 있는 것끼리 선으로 연결하듯 내 몸과 맞대어 보고, 비교분석하며 먹습니다감자는 배꼽이 여럿이구나, 관찰하며 먹습니다그 배꼽이 눈이기도 하구나, 신기해하며 먹습니다호미에 쪼일 때마다 눈이 더 많아야겠다고 땅속에서 캄캄하게 울었을, 길을 찾느라 여럿으로 발달한 눈들을 짚어 가며 먹습니다용불용설도 감자가 낳은 학설일 거라, 억측하며 먹습니다나 혼자의 생각이니 다 동의할 필요는 없겠지만 옹심이 속에 깡다구가 들었다는 건 반죽해 본 손들은 다 알겠지요오직 당신을 따르겠다는 그 일념만으로 안데스산맥에서 이 식탁까지 달려왔을 감자의 줄기를 당기고 당기고 끝까지 당겨 보면 열세 남매의 골병 든 바우 엄마, 내 탯줄을 만날 것도 같아타박타박 떨어지는 눈물을 먹습니다 - 「감자를 먹습니다」 전문 누가 펄펄 끓는 하루를 들고 가다 그만, 양동이를 엎질러 버린 게 틀림없다. 이녁까지 뜨끈하다. - 「노을」 전문 별이 작게 보이네! 를 별이 착해 보이네! 로 잘못 들은 나는까치발을 쳐들고 별의 면모를 찬찬히 뜯어본다 탯줄로 연결된 듯잘람잘람 물소리를 내며내게로 흘러드는저, 갓 씻어 나온 어린 것을 아무 손에라도 넌지시 건네주고픈비 개인 저녁 착해 보이는 것들은 다 멀리 있어 그래도 가만 팔을 쭉― 뻗어 본다내 둘레가 별까지 늘어난다- 「내게로 온 설렘」 부분 누구라도 유년의 뜨락에는, 청춘의 들판에는 “펄펄 끓는” 서정이 있었을 것이다. 작은 별을 향해 “까치발” 들던 선한 얼굴이 있었을 것이며, 그리운 사람을 위해 “넌지시 건네주고픈 비 개인 저녁”이 있었을 것이다. 윤이산 시인은 그 어슴푸레한 시간을 호명하는 동시에 이 시대와 인간을 향한 날카로운 통찰도 놓치지 않는다. 「길」이라는 시는 압축된 상징과 가쁜 호흡으로 ‘자본화된 죽음’을 통렬하게 묘사한다. “죽음에도착하기도전에갑자기죽음이벌떡,튀어나올까봐보험들고간다”라는 구절에 이르러서는 물질만능화된 현실 세계 속의 인간을 떠올리며 기어이 쓴웃음이 터지고 만다. 죽음이간다죽음이죽음을따라간다죽음이죽음을끌고간다죽음이죽음을밀면서간다죽음이꼬리를물고간다떠밀려가던죽음이슬쩍,샛길로빠져버리자빈자리를향해액셀러레이터를밟는다간혹뒤집혀찌그러진죽음이새어나오기도한다죽음이죽음을향해서간다와이퍼로죽음을닦으며간다내비게이션의안내를받으며간다죽음끼리마주보며간다맞은편죽음이건너올까찐―한썬팅속에숨어서간다죽음에도착하기도전에갑자기죽음이벌떡,튀어나올까봐보험들고간다- 「길」 전문 모두 우르르 몰려나간 뒤, 불 끄고 문 닫고 돌아서는 맨 나중 사람의 가만한 손놀림처럼 비가 온다 가만 다녀가는 이 겨울비가 ‘첫’을 불러오고 싹을 틔우고 애채를 키울 것이다 가만, 나의 뒤를 닫아 주고 돌아서던 맨 나중 사람의 얼굴이 나를 열고 있다- 「가만―스승」 전문 시집의 가장 마지막에 등장하는 「가만―스승」이라는 시에서는 “모두 우르르 몰려나간 뒤, 불 끄고 문 닫고 돌아서는 맨 나중 사람의 가만한 손놀림처럼 비가 온다 가만 다녀가는 이 겨울비가 ‘첫’을 불러오고 싹을 틔우고 애채를 키울 것이다”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이처럼 시인 윤이산은 ‘애채’(나무에 새로 돋은 가지)를 키울 ‘맨 나중 사람의 얼굴’을 자처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이 시집을 접하는 독자들은 김기택 시인의 표현처럼 “고통을 제련시킨 정신의 향기가 온몸으로 스며드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벼랑 끝에 선 길을 돌려세워담배 한 개비 물려 주는물소리에 손을 씻고 있노라면가난처럼 간단하고단촐해지는아무렴,내가 다 잘할 수도내가 다 옳을 필요도 없는 거, 맞지?벼랑 끝을 돌려물소리 밖으로 돌아온 후에도 오래잠잠히 타오르는 물소리-「물소리를 쬐다」 부분저자의 말물끄러미 돌멩이를 바라보면 돌멩이는 말이 없고말이 없어도 나는 돌멩이를 듣고 내가 그저 물끄러미 돌멩이를 바라보면 돌멩이는 나를 다 알아듣는 것도 같고그래도 돌멩이와 나는 각자의 기척 속에 고립되어 있고고립 속에서 돌멩이는 돌멩이를 묵묵히 견디고 고립 속에서 나는 나를 덤덤히 견디고 명치끝에 누군가의 얼굴이 남아 있어 고립에도 길은 나 있고.2019년 겨울 윤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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