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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_나에게로 향하는 길
1. 제주에서 ‘나’와 첫 대면하다 1111, 나와 마주하다 | 제주로 간 까닭은 | ‘나’라는 우주 속으로 | 나 자신이라는 산봉우리 | 제주여, 나의 구덩이여! | 예약하고, 취소하고 | 자몽이 뭐라고 | 묵언수행하며 걸었다 2. 숲에서 나를 만나다 40분 산책의 힘 | 나의 새 뿌리들 | 나무 그림자에도, 흠칫 | 걸음이 느려지는 봄 숲 | 내 마지막 자리 | 그럼, 여태까지 내가 본 게 얼마란 말이야? | 결국 0원이다 | 나에게 반하다 | 최초·최애·낭만 덕질 | 덕질은 어디로? | 쑥대머리만 부를 줄 안다면 | 집게를 사다 | 지는 건 잠깐 | 걱정 말아요, 그대 | 참, 아름다운 것을 보았네 | 길을 잃고, 길을 찾다 | 날마다 읽고 쓰다 | 숲을 조율하다 | 숲에서 사계절을 지나는 동안 3. 오후 세 시에 나를 만나다 오후 세 시, 뭘 해도 좋은 시간 | 오후 세 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 | 거실책방 탄생기 | 하루가 피고 지고 |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는 것 | 오늘만 달릴 수 있는 사람처럼 | 나를 떠난 아이 | 말괄량이 삐삐를 다시 만나다 | 그려보고 나서야 | 폐강합시다 | 나이 들면 잘 못 듣는 것 | 그건 아무도 못 가르쳐요 | 지금부터, 그림책을 읽겠습니다 | 코로나19를 뚫고 온 소식 | 잘하시던데요 | 피아노를 떠나보내며 4. 내 몸에서 나를 만나다 빈둥대는 시간 | 바람난 뼈들아, 어서어서 돌아오렴 | 자나 깨나 죽음 생각 | 그만 멈춰! |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 | 참새방앗간 프랑스 베이커리카페 | 타인의 손에 기대어 | 인생, 참 맛있다 | 돌덩이 | 세 번의 수면 내시경 | 맨발로 걸어보았는가 | 22만 원짜리 실내화 신고 글을 쓴다 | 너무 휘둘렀네 나오며_혼자는 조금 외롭지만 많이 넉넉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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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후반 인생을 맞아 이미 원하던 일을 하면서 살고 있지만 새로운 것을 찾아보니 또 있었다. 그래서 인생명함 목록에 ‘훌쩍, 제주(2019년 가을부터)’라는 것도 써 넣었다. 그랬더니 나도 모르게 제주행 항공권을 예약하고, 숙소를 찾고, 떠나기에 이르렀다.
그러니까 인생명함을 만들고 난 뒤 나는 자연스럽게 제주를 검색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가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었고, 숙소를 찾고 있었다. 마음에 쏙 드는 곳이 나타나 숙박료를 문의했지만 그때만 해도 가겠다고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으로 혼자 떠나는 것이라 마음이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다음날,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중에 불쑥 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바로 숙소를 예약하고, 항공권을 알아보았다. 난 이것이 인생명함의 힘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인생명함은 내가 좋아하는 초록색을 표지로 해서 4면으로 만들었는데 ‘눈이 부시게’란 이름표를 달고 있다. 인생명함은 앞으로 걸어갈 삶의 이정표로서 내 가치와 방향이 담겨 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문장을 새겨 넣었다. - 후반 인생은, ‘나와 함께’, ‘나답게’, ‘나를 위해’ - 감동과 즐거움으로 나를 채우고, 그 가치를 세상에 알린다. - 느리게, 풍요롭게 ‘제주’는 바로 이러한 내용들을 실현시켜줄 최적의 장소였다. 훌쩍 다녀올 수 있는 곳으로도 마찬가지였다. 첫발을 내딛는 날로서는 11월 11일 하루면 충분했다. ‘나와 마주하는 시간’을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따로 돌아다닐 곳도 알아보지 않았다. 아니, 처음에는 ‘책방과 올레길이 있으니 됐다!’면서 떠날 동기가 생겼지만, 이때만큼은 휴식과 함께 나와 마주하는 의식을 치르자면서 다른 욕심을 내려놓았다. --- p.19~20 큰 아이 소풍 때 쓰레기 줍던 딸 친구 엄마, 산길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던 사람, 길거리에 버린 쓰레기를 주워가던 남자, 그리고 환한 얼굴로 쓰레기를 주워가며 산을 오르던 청년, 심지어 바다의 쓰레기를 줍는 광고마저 나는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그래서 오랜 시간이 지난 일도 선명하게 기억되고, 최근 본 그들의 모습도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냥 마음속에 들어오기만 한 것이 아니라, 때로는 부끄러움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가슴이 충만해지고 환해지는 기분을 느끼게도 했다. 공통점은 모두 큰 감동을 주었다는 점이다. 그것들은 쉬워 보이는 일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작지만 큰 파동을 안겨주었다. 그래서 나도 집게를 샀다. 덕분에 많은 즐거움을 주는 오솔길에게 조금이라도 답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이제 들고 나가기만 하면 된다. 집게를 사두고 바로 들고 나가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산책을 하면서 주워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면 쓰레기봉지와 함께 들고 나간다. 무슨 일이든 처음 한 번이 어렵지 그다음부터는 용기내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 p.122~123 세 번째 책을 쓰고 있는 지금, 불안감인지 긴장감인지가 나를 흔든다. 내가 풀어내고 있는 이 이야기들이 과연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힘이 있는가 하고 말이다. 이건 매번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몇 번 더 찾아오고 더 커질 것이다. 1차는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고 나서 피드백을 받을 때까지다. 2차는 파일 속에 갇혀 있던 글이 종이에 인쇄되고 멋진 표지로 묶여, 세상 밖으로 막나와 독자들에게 넘어갔을 때이다. 2차의 긴장감은 첫 리뷰에 따라 그 크기가 달라진다. 다행히 긍정적인 리뷰가 몇 편 이어진다면 불안감이나 긴장감은 일시에 사라질 것이다. 이런 불안감을 무릅쓰고도 책을 내자는 욕구에 손을 들어주는 것은, 아주 어린 나이 때부터 품어온 꿈이기에 의심조차 않는 것에서 비롯된 힘인지도 모른다. 어떤 일을 하든 그 목적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활 철학마저도 사라지게 하는 힘이다. 책을 엮는 것은 흠모하는 산을 오르는 일이며, 정상에 올라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고 싶다는 욕구이다. 그러므로 출간을 계속한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면서, 내 글이 책으로써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한 언밸런스 게임 속에 있다. 그래서 이번 책도 “인생, 참 맛있다!”와 같은 말을 들을 수 있을지 의심하고 또 의심한다. 한 사람이라도 내 책을 만난 뒤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을 찾았으면 좋겠다. 혼자의 시간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 그 속에서 그윽한 자신의 내면 풍경을 만나 맛있는 인생을 살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남은 인생 맛있게 살면서, 맛있는 글 계속 쓰고 싶다. 글은 곧 그 사람의 삶이니까. --- p.256~2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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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로 향한 길
“중요한 것은 이제 나에게로 향한 길이 열렸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그 길에 담 쌓지 말고 계속 드나들어야겠습니다. 나에게로 향한 길만큼이나 기대되고 아름다운 길이 또 있을까요? 그 길을 잘 닦아 놓아야 다른 사람에게로 가는 길도 아름답게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후반 인생은 나와 함께, 나답게, 나를 위해 채우려고 하는 저자 김건숙이 후반 인생을 맞을, 후반 인생을 걷고 있는 모든 분들의 삶을 응원하기 위해 『비로소 나를 만나다』를 썼다. 생애 최초 나 홀로 제주행에서부터 뒷산의 숲에서 보낸 사계절까지 ‘나와 함께’ 한 시간들을 잔잔하지만 깊이 있는 울림이 담긴 글로 풀어낸다. 저자는 이제 나에게로 향한 길이 열렸다고 고백하며 그 길을 잘 닦아 놓아야 다른 사람에게로 가는 길도 아름답게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 다짐한다. 나에게로 향하면 다른 사람에게로 가는 길도 아름다워진다. 나와 당신의 삶을 응원하는 홀로 걷기를 권하는 이 책과 함께 나에게로 향한 길을 찾아보자. 40분 산책의 힘 “몸과 마음을 돌보지 않고 달려온 날들이 이제야 보인다. 아니면 나는 이제 과거의 내가 아니어서, 많은 양을 빠르게 처리할 능력을 잃어버렸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제는 정말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내게 맞는 속도를 찾아 자연과 느긋함으로 속을 채우고 일상을 덜어내야 한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의 모습을 상당히 바꾸어놓았다. 이전과는 다른 삶의 방식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도록 강제하기 때문이다. 그런 변화 중 저자에게 도움이 된 것은 동네 뒷산을 하루 40분씩 산책하게 된 것이다. 예전 같으면 작심삼일로 끝날 일이 코로나로 인해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걷는 동안 몸과 마음을 돌보지 않고 달려온 날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러면 나에게 맞는 속도를 찾아 자연과 느긋함으로 속을 채우고 일상을 덜어내야겠다고 결심하기 마련이다. 이제 더 이상 과거의 자신이 아니라 많은 양을 빠르게 처리할 능력이 줄어드는 나이라면 정말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그 지혜를 배워보자. 지금부터 그림책을 읽겠습니다 “휴게소의 지역 상품 전시 판매장 앞에서 읽을 때는 들어주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이것이 내 마음을 강하게 울렸다. 아침 8시 반이어서 그곳에는 빠르게 가게를 드나드는 사람들만 있었다. 그래도 이하라 씨는 ‘지금부터 그림책 읽기를 하겠습니다!’라면서 그림책 한 권을 다 읽었다.” 전작 그림책 에세이 『책 사랑꾼 그림책에서 무얼 보았나?』를 펴낸 뒤에 저자는 강의 요청을 받고 있고, 모임도 꾸려가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 그림책 읽기 붐이 일어나 저자 이외에도 그림책 강의나 그림책 모임이 여기저기에서 활발한 편이다. 그런 저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야기가 있다.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이하라 하트숍이란 서점을 운영하는 이하라 씨는 어린이 북페어를 홍보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혼자서 그림책 읽어주기 100회 도전’을 시작했다.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도 “지금부터 그림책 읽기를 하겠습니다!”라면서 그림책 한 권을 다 읽은 이야기에 공감하며 자신의 활동도 다잡는 저자의 그림책 사랑은 후반 인생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상추를 씻는 행복 “상추 씻는 일 같은 데에서 행복을 느끼기는커녕 그런 일들은 안 하면 좋은 것들이었다. 가족을 위해,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재빠르게 손을 움직여 끝내야 하는 일이었으므로, 그것은 치워버리고 싶은 걸림돌이었다. 따라서 오늘처럼 상추를 씻으면서 이런 작은 기쁨을 느낄 수 있었겠는가.” 저자는 열심히 해서 뛰어난 성과를 내는 것이 미덕이었던 세대를 거쳐 온 사람이다. 따라서 아무것도 안 하고 빈둥거리고 있으면 마음 밑바닥에서부터 불안감이 치고 올라온다. 그런데 상추 씻기는 몸과 마음을 거스르지 않는 일상을 살아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나와 함께, 나답게, 나를 위해'는 바로 이러한 작은 기쁨을 찾는 것부터 출발한다. 『비로소 나를 만나다』는 혼자 하는 것에 점점 익숙해지려는 노력과 더 나아가 단순히 혼자가 아닌 나와 관계하며 이전과는 다른 빛깔의 삶과 힘을 기르고 싶은 마음을 담은 책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쫓기거나 조바심 나는 삶이 아닌 일상 속 작은 것에서 잔잔한 행복을 자주 많이 느끼며 살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