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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는 분에게 5
서문ㆍ8 서문 후기ㆍ14 안개ㆍ17 □ 에필로그 형식의 음울한 기도문 ― 217 □ 작품론 : 우나무노의 문학세계 ― 223 |
Miguel de Unamu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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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냐의 진정한 정신을 논할 때 우리는 서슴지 않고 《돈 끼호테》를 생각한다. 그런데 허구의 인물(?) 돈 끼호테는 19세기 말 ‘살과 뼈’를 갖춘 실제 인간으로 태어났다. 그가 바로 이 《안개》의 저자인 미겔 데 우나무노이다.
작가며 사상가인 우나무노는 에스파냐의 진면목으로 죽음과 영혼 불멸의 문제, 신앙과 이성의 문제, 애정과 질투 등의 주제들을 그의 전(全) 작품을 통하여 깊게 다루고 있다. 사상가로서 우나무노의 철학은 관념의 유희나 합리적 진리의 추구와는 다른 것을 찾았다. 그의 문학의 지상 목표이며 유일한 명상의 주제는 생동하고 있는 ‘살과 뼈의 사람’이었다. 98년대 에스파냐의 작가가 다 그렇듯 우나무노도 에스파냐의 재발견 운동에 심혈을 기울였다. “잘 정리된 질서 속에서 고요히 잠들어 있는 대중”을 일깨우고자, 그는 미친 짓도 서슴지 않았고 그들을 무섭게 공격하기도 하였다. “……많은 독자들이 나를 미워하는 주요한 원인의 하나는 나의 공격성이다. 그러나 친구여! 나의 이 공격은 나 자신에 겨냥된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우나무노는 오르떼가와 같이 에스파냐의 유럽화를 부르짖었다. 동시에 그는 유럽의 에스파냐화도 부르짖는 기발하고 주체적인 생각도 가진 작가였다. 그는 수필, 소설, 희곡, 시 등 모든 장르에 손을 대고 있다. 특히 본국과 라틴아메리카 전역의 신문, 잡지 등에 발표된 수필의 그 방대한 양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수필집으로서 대표작은 《생의 비극적 감정》이다. 짙은 실존주의적 사상을 담은 이 너무나 우나무노적인 작품은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주었다. 《돈 끼호테와 산초의 생애》 《기독교의 고뇌》 등도 널리 알려진 수필집이다. 수필집 못지않게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그의 소설이다. 전쟁을 주제로 한 《전쟁 속의 평화》, 여기 번역된 《안개》, 카인의 후예인 인간의 애정과 질투, 혼의 불멸성을 주제로 하는 《순교자 성聖 마누엘 부에노》 등이다. 이들 작품 중에서 《안개》는 픽션으로서의 뚜렷한 독창성을 보이는 것으로 국내에서보다 외국에서 열광적인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희곡작품으론 그리 볼 만한 것이 없고 시집으로 《벨라스께스의 그리스도》는 98년대 작가들이 내놓은 시작 중에서 가장 비중이 큰 걸작 중의 하나다. 에스파냐 북부 바스크 지방의 빌바오 시에서 출생한 우나무노는 마드리드대학에서 철학, 문학을 전공하고 에스파냐 최고의 대학 살라망까에서 그리스어 교수를 거쳐 동 대학의 총장이 되고 한때 정치적인 이유로 총장직에서 축출되어 프랑스로 망명도 한 적도 있다. 1965년 여름, 역자가 살라망까 그의 옛 집을 찾았을 때에는 이미 중년을 넘어선 그의 따님이 홀로 집을 지키고 있었다. 우나무노를 많이 닮은 그 따님은 아버지에 관한 추억담을 상세히 들려주었다. 우나무노는 일생을 철저한 투쟁 속에서 보낸 이답지 않게 너무나 평화스러운 죽음을 맞았다는 이야기였다. 어느 날 아침 그의 서재에 들어가 보니 안락의자에 앉은 채로 아주 자연스런 얼굴을 하고 눈을 감고 있더란 것이다. 우나무노는 이미 오래전에 한반도에 상륙한 바 있으나 설 자리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범우사 윤형두 사장이 그를 주선해주신 데 대해여 깊은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