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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어느날 갑자기 2. 2001년의 이름 3. Amorfati 4. Foolish : 목적지는 과거 5. 최종 목적지 6. 그 겨울 7. Liv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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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휴대폰을 보니 시간은 아침 7시. 출근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런데 그 남자가 어떻게 생겼었지? 역시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슬픈 눈빛은 너무도 강렬하게 내 뇌리에 남아있는데 그 눈과 눈빛이 다 보이는데 정작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게 나를 더욱 미치게 했다. 분명 이 꿈은 나의 어릴 시절을 다시 보여주고 있었다. 오래된 사진첩을 꺼내 보듯 잊었던 추억들을 상기시키며 되새김하는 꿈이었다. 낯선 남자의 존재만 빼면 모든 게 다 그대로였다. '이 남자는 도대체 누구지... 내 기억에는 오롯이 존재하지 않는 남자가 분명한데 왜 자꾸 나를 찾아오는 걸까.' 겨울의 칼바람은 어느새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으로 변하더니 골목 안으로 봄을 뿌리듯 휘날리기 시작했다. 따사로운 봄빛마저 비추고 있었다. 차갑게 얼어붙은 담벼락에서는 벚꽃이 흩날리는 것만 같았다. 하늘에 수 놓인 반짝이는 별들은 금방이라도 우수수 쏟아져 내릴 듯 가득 펼쳐져 있었다. 아름답게 만개한 벚꽃 잎이 흩날리는 벚꽃 길을 두 사람이 조용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녀 앞에서는 겨울도 따사로운 봄날만 같았다. 그녀는 내게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봄이었다. 어린 그녀의 입에서 다시 내 이름을 듣게 되자 세상을 다 가진 것만큼 벅찬 행복이 느껴졌다. ‘내 이름과 내 얼굴을 기억할 수 있을까...나는 너에게서 영원히 잊혀지겠지..’ 기쁨과 슬픔이 동시에 나를 찾아왔다. 그녀를 찾은 기쁨과 영원히 지워질 사람이 된다는 사실은 비참할 만큼 슬픈 사실이었다. 우리는 평생을 만나지 못하고 기억도 못 한 채로 살아갈 것이다. 사랑했던 기억도 잃은 채로. ‘날 만나지 않으면 너는 행복하게 살 수 있겠지...’ '그 남자는 누구였을까?' 꿈은 더 이상 나를 찾아오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혼란 속에서도 조금씩 확신할 수 있었다. 나의 기억 말고는 그 사람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지만, 그 기억을 붙들고 놓지 않았다. 어릴 때처럼 결국은 잊고 싶지 않았다. 지금 이 모든 생각마저도 사실은 자신이 없을 때도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나를 믿고 싶었다. 이것은 내가 까맣게 잊고 있던 나의 시간을 보여주는 꿈이 분명했다. 누구에게 털어 놓을 수도 없는 나와 그 사람만의 비밀이었다. 어릴 때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