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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글 떠나고 싶지만 지금은 떠날 수 없는 사람들에게
I 오, 카오산 로드! II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Interview_01 4년간 꿈꾸고 준비한 세계여행 (심재동 34세, 임정희 30세) Interview_02 여행은 나의 꿈이다 (윤지현 32세) Interview_03 태국 시골에 온 맥도날드 소녀 (루시 놀란, 17세, 미국) Interview_04 지금 이 순간을 사는 시니컬 커플 (코베 윈스 23세, 벨기에, 키티 히터나흐 24세, 벨기에) Interview_05 여자 혼자라서 힘든 건 없다 (문윤경 26세) Interview_06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찾고 싶었어 (안야 로터스 38세, 독일) Interview_07 우린 항상 볶음밥만 먹어요 (김민효 23세 김수영 21세 김민겸 18세) Interview_08 이제 일하는 게 그리워 (요나스 테일러 28세, 독일) Interview_09 쉰이 넘어 배낭 메고 떠난 여행 (김선우 57세 서명희 55세) Interview_10 내 멋대로 산다! (디미트리스 찰코스 30세, 그리스) Interview_11 내가 모르는 나를 보고 싶었을 뿐 (캐렌 샤피르 25세, 이스라엘) Interview_12 학교를 자퇴하고 인도로 간 여고생 (이산하 17세) Interview_13 사는데 많은 게 필요한 건 아니다 (트레이시아 버튼 28세, 자메이카) Interview_14 이메일은 어떻게 하는 거죠? (중선스님 42세) Interview_15 길 위의 시간이 남긴 것 (박준 38세) III 에필로그 |
PARK,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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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머리를 감는데 머리를 감는데, 내가 매일매일 머리를 감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출근을 하기 위해 나는 매일매일 머리를 감아야만 하는구나. ‘매일매일’이라는 것이 답답했어요. 그런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심재동, 임정희) “어느 날 누워서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듣고 있는데 짐을 싸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떠났는데, 어쩌다 보니 2년을 훌쩍 넘기게 되었죠. …여행은 지금 제가 이루고 싶은 꿈이에요. 지난 2년간 전 꿈을 실현시키고 있었던 거에요. 앞으로 3년 동안 더 하고 싶은 꿈이 있으니까 그 꿈대로 살 거에요.” (윤지현) “여자 혼자 배낭여행하면 다들 힘들 거라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힘든 건 장거리 이동할 때나 음식이 안 맞을 때 정도? 경비는 6개월 반에 4백만 원, 하루 평균 2만 원 정도를 쓴 것 같아요. 경비가 부족할 것 같아 걱정했는데 나와 보니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문윤경) “여행을 하든 독일에 돌아가 살든 삶이 항상 만족스러울 수는 없을 거야. 하지만 이번 여행으로 난 행복해질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은 것 같아.” (안야) “여행하니까 좋은 거요? 새로운 사람들 만나는 거랑 새로운 문화를 보는 거. 재미있어요.(김민효) 여행하며 만나는 사람들과 웃으면서 이야기할 때, 또 먹고 싶은 거 먹고, 보고 싶은 거 보고, 하기 싫은 거 안 해도 되니까 좋아요. (김수영) 학생이니까, 학교 안 가고 노는 게 제일 좋죠. 갇혀 지내야 할 시기에 나는 자유롭게 생활하고 어른들 간섭 없고 눈치 볼 거 없고…. 하고 싶은 대로 하다가 실수했을 때 ‘아, 이건 아니구나!’ 하며 스스로 깨닫는 것도 기분 좋아요.“ (김민겸) “여행을 시작한 이유? 사는 게 불만족스러웠어. 사람들과의 관계, 섹스, 마약 등 삶 자체가 늪 속으로 점점 더 깊이 빠져드는 것 같았지. 친구들과 어울려 마리화나나 피우고 무기력하게 하루종일 비디오를 보거나 게임이나 하면서 보내는 하루하루. 무엇인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어.” (요나스) “행복이라는 단어의 범위가 넓은데, 나는 우리 마누라의 얼굴 표정에서 행복을 찾을 수가 있었어요. 함께 여행하면서 만족해하는 얼굴 표정, 별 거 별 거 다 보고, 별 거 별 거 다 타보고, 별 거 별 거 다 먹어보고 하면서 좋아하는 표정을 보고 나는 정말 행복했어요.” (김선우) “집에서는 내가 돈 관리를 하거든요. 그런데 여행 와서는 내가 돈 쓸 줄도 모르고 하니까 남편이 애기 다루듯이 다 해줘요. 그럴 때마다 속으로 좋았어요.“ (서명희) “라오스나 중국, 베트남, 태국은 내 고향 자메이카의 시골을 떠오르게 해. 그들은 사람이 살 수 있는 가장 단순한 방식으로 살고 있지. 작은 방에 침대 하나, 부엌, 몸을 씻을 공간, 그 뿐이야. 그들에게 행복하냐고 물으면 행복하다고 대답해. 그들보다 많은 것을 가진 우리들은 과연 행복한가?” (트레이시아) “항상 불완전한 상태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이 여행이라면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 길을 걸어가는 여정은 인생과 같다. 많은 사람들이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 여행을 떠난다. 배낭을 꾸린다는 것은 언제나 새로운 출발이자 도전이며,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박준)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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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떠난 이들이 전하는 여행의 매혹,
아직 떠나지 못한 이들에게 전하는 작은 위로와 격려… 『On the Road』는 지난 해 EBS <열린 다큐멘터리>에서 방영되어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던, 장기배낭여행자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10년 전 우연한 기회로 카오산 로드에 간 저자는 다양한 국적의 수많은 여행자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어렵게 떠나온 자신에 비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일상처럼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기 때문이다. 자기 몸집보다 큰 배낭을 메고 성큼성큼 거리를 걷는 배낭여행자들의 긴 행렬은 여행에 대한 그의 열정을 솟구치게 만들었고,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한 동안 카오산에 대한 열병을 앓았다. 그 거리 어느 카페에 앉아 길 위의 여행자들을 보고 있으면 ‘도대체 이들은 다 어디에서 왔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곤 했다는 그는, 카메라를 들고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On the Road』에는 그렇게 만난 사람들이 왜 여행을 떠났고, 여행을 하면서 어떤 즐거운 일들이 있었고,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낯선 길 위에서 느낀 일탈의 자유와 해방감, 행복한 순간들, 전에는 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들, 사랑, 그리고 긴 여행에서 느낀 외로움과 고독, 자기 발견의 귀한 시간도 있다. 저자와 주인공들과의 만남이 순간적이었던 만큼 그들의 대화도 자유로운 수다에 가까웠지만, 그 덕분에 일반 여행서에선 볼 수 없는 솔직하고 현실적인 여행 이야기들이 가감 없이 담겨 있다. 그들이 들려준 이야기 속엔 떠나고 싶지만 지금은 떠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주는 위로와 격려가 묻어 있다. 여행의 매혹은 여행에 관한 것만이 아니다 어떤 의미에선 인생의 매혹이다 모든 사람이 여행을 꿈꾸지만 막상 떠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떠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처음 한번이 힘들 뿐이다. 망설이고 머뭇거리다가 마침내 움직여보면, 떠난다는 것도 별 거 아니란 걸 알게 된다. 짧게는 수개월에서 1, 2년이란 긴 시간 동안 여행을 하고 있긴 하지만,『On the Road』속 주인공들은 결코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돈이 많거나 영어를 잘 하거나 시간적 여유가 많아서, 또는 억세게 운이 좋아 세계여행을 하는 사람들도 아니다. 특별한 구석이라곤 없는 내 친구, 내 부모, 내 이웃에 다름 아니다. 단지 그들이 남들과 좀 달랐던 건 ‘돌아와서 무엇을 할까’라는 근심 대신 자기 자신을 믿고 배낭을 쌌다는 것과 후회 없이 그 선택을 즐기고 있다는 것뿐이다. 떠난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그들의 얘기를 듣다 보면, 문득 “나도 떠나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에 사로잡히게 된다. 여행을 꿈꾸게 된다. 그건 아마도 그들이 벗어 놓고 떠난 일상이 우리의 일상과 비슷하며, 그들이 여행 중 찾은 삶의 행복이 곧 일상에 지친 우리가 간절히 원하던 행복이기 때문일 것이다. 『On the Road』는 각각의 주인공의 여행담을 통해 여행의 매혹뿐만 아니라, 이처럼 삶에서 갖는 여행의 진정한 의미에 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80년이란 인생을 살면서 순전히 자신을 위해 겨우 몇 달의 시간을 내지 못하는 건 슬픈 일이다. 당장 떠나지는 못하더라도 하루에 만원, 2만원이면 할 수 있는 여행을 불가능한 꿈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1년 후에라도 2년 후에라도 나를 위해, 내 삶을 위해 한번 떠날 수 있다는 꿈을 꾼다면 우리의 삶이 조금은 덜 힘들지도 모른다. |